마케팅을 공자에게 배우다 ②
마케팅을 공자에게 배우다 ②
  •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 승인 2012.05.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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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근배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①에 이어 계속...

중국이 공자를 비롯해 사상적인 우위를 앞세워 동북공정 등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고유 사상이 접목될 점은 없는지요.

저도 책을 집필하면서 고민한 부분입니다. 중국만 띄워주는 것 아닌가 하고요. 우리 것 찾고 우리 정신을 찾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공자의 사상을 받아들였더라도 창의적인 문화가 뒷받침됐다면 또 다른 문화로 발전시킬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공자의 사상도 우리 땅에 들어와서는 극단적인 주자학(朱子學)으로 변질됐습니다. 지금은 용도 폐기돼 버린 사상이지만요. 콘텐츠는 창의적이지 않으면 유연성이 없는 법입니다. 중국에는 양명학(陽明學)도 있고 다른 사상들이 존재하는 데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자학입니다. 창조한 게 아니라 받아들이기만 하다보니 그런 상황이 발생한 거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것을 받아들인 주류 세력이 다른 쪽은 배격해 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아직까지도 일단론자적인 사대주의 근성이 우리의 창의적인 정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현대기업들 고질병 고쳐줄 최고의 처방전
 
왜 마케팅의 본산인 서양철학이 아닌 동양고전에 눈을 떠야 하는가요.
서양의 비즈니스 이론에서 파생된 마케팅 이론의 문제점은 바로 철학의 부재입니다. 특히 분석과 분리에 가치를 둔 서양철학의 한계를 통합과 중용에 가치를 둔 동양철학으로 현대 마케팅의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또 동감이 어려운 전문적 지식과 과학적, 분석적 사고에 길들여진 마케터와 경영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철학적, 인문학적 사유와 전문지식이 아닌 일반적 상식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이제는 모순처럼 보이는 양면성을 중용으로 바라보고, 분리하기 보다는 통합하고 끝과 시작의 경계를 허물어야 하는데 그것의 철학적 배경은 동양고전에 진짜 가치가 존재합니다. , 공자사상이 과거의 고리타분한 공자님 말씀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2500년을 이어온 동양적 가치가 현대기업들의 고질병을 고쳐줄 수 있는 최고의 처방전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공자 가르침 중에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돼 있었습니다. 브랜드 매니저들이 놓치고 있는 점이 있다면요.
 
공자는 정명(正名)사상을 통해 올바른 개념은 명()과 실(), 즉 개념과 그 지시내용이 부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얼마전 새누리당의 당명 변경 과정에서 당의 상징색깔을 두고 논란이 많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는 전형적으로 명과 실이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논란이었습니다. 정강정책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는데 당명을 먼저 정하고 당의 상징색깔로 부산을 떠는 상황이 되다 보니 여론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것이죠. 소비자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려 할 때, 물리적 제품과 이를 뒷받침하는 콘셉트(브랜드)를 한꺼번에 인식합니다. 브랜드가 인쇄된 포장을 뜯었는데 알맹이가 없으면 당초 가졌던 기대와 달라 공허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거죠. 새누리당의 당명이나 상징색깔 변경이 논란이 되는 이유도 내용이 없는 개념혹은 감각이 없는 개념을 만든 형국이기 때문에 유권자가 생뚱맞게 느끼는 것입니다.
 
공자가 왜 현 시대 최고의 마케터라고 보시는지요. 마케팅에 공자사상을 접목시킨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지요.
 
철학을 우리가 공부하게 되는 이유는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충서중(忠恕中)은 마케팅이던 PR이던 어떤 분야와 관계없이 보편적이죠. 인간관계에서 남과 공감한다는 것 또한 보편적입니다. ()과 서()는 같은 말입니다. 상대방과 내가 마음이 같다는 얘기죠. 영어로 심퍼시(Sympathy)와 같은 의미입니다. 공자사상의 핵심인 인()도 어질다는 뜻이지만 사람인()자에 두이()자 즉, 두 사람이 모여서 통하면 같은 마음이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공자의 말씀은 소통을 잘하자는 겁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하라는 말씀입니다. 공자의 원칙을 마케팅에 접목하는 것은 바로 고객 마음을 헤아려 살피는 것이죠. 동양식 마케팅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에서 공자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마케팅 사례가 있습니까.

2009년에 현대차가 미국에서 실직자 보상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 마케팅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리먼 사태로 실직 행렬이 줄을 잇고 미국시장이 얼어붙자 현대차는 차를 구입한 고객이 1년 안에 직장을 잃거나 운영하는 사업체가 망할 경우 차량을 되사주는 프로그램을 마케팅했습니다. 이 덕에 현대차는 미국 시장의 극심한 침체에도 불구하고 20098.3% 판매신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고객 마음을 배려하면 고객이 팬이 되는 거죠. 바로 그것이 공자 마케팅의 본질입니다. 고객의 근심을 없애는 이 동양식 마케팅이 서양에도 먹힌 셈이죠. 우리식으로 하더라도 보편적이기 때문에 먹힌 겁니다. 서양식이라면 계약대로 이행하면 되겠지만 동양은 감성적이기 때문에 동정심이 있고 상대방의 마음을 잘 삽니다. 서양은 고객과의 롱텀 릴레이션십이 없지만 우리는 그 유전자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케팅은 서양사람들 보다 훨씬 잘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집단주의 문화고 항상 배려하는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서양은 개인주의적이고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율적인 문화가 주이지만 동양은 남의 눈치를 살피는 문화입니다. 마케팅은 고객관점에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남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절대 나쁜 게 아닙니다.
 
인간의 행복은 바로 소통에서 결정된다
     

 

 
국내 기업 중 오너들의 공자 사상 접목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두 가지 종류의 오너가 있습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 현대 정주영 회장, SK 최종현 회장처럼 충과 서를 잘 활용하는 오너가 있는 반면에 어떤 기업은 오너가 폭군인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잘 경영되는 경우도 있죠. 제가 아는 분은 출장을 가더라도 언제 돌아오는지 직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항상 긴장을 시켜야 된다는 법가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거죠. 피존의 경우는 전문경영인 청부폭행사건이 일어나고 오너가 구속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죠. 결국 우리나라 섬유유연제 대명사였던 피존이 몰락해 15%나 뒤진 성적으로 업계 2위로 밀려 나기도 했습니다.
 
사내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는데 공자의 가르침이 있다면요.

주역두 사람이 한 마음(二人同心)이면 그 이익이 금을 자르고, 한 마음이 되어 나온 말(同心之言)은 그 향기가 난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외부고객을 만족시키려면 먼저 내부고객들이 한 마음이 되고 말도 한 마음에서 나와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기업과 고객이 한 마음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잘돼야 최종고객과의 마케팅도 잘 될 수 있는 겁니다.
 
요즘 소통으로 문제되고 있는 사회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소통 유전자를 더욱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요.

우리 사회가 너무 경쟁 일변도이다 보니까 소통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경쟁하면 상대방이 나에게 마음을 열기 힘들기 때문이죠. 소통의 부재는 경쟁에 너무 함몰돼 있기 때문에 상호간의 인간적인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겁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서양식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의 모순점들이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게 사실이죠. 공자사상을 보면 공자는 자본주의적인 측면도 있고 균등사상, 대동사상 같은 공산주의적인 사상도 있습니다. 인간은 동감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이 바로 공자의 시각입니다.
OECD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한국사회가 바뀌기 위해서는 돈만 버는 게 아니라 소통을 통해 행복을 맛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을 추적해서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행복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은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관계, 친구관계가 원만하고 소통을 잘하는 사람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간의 행복은 바로 소통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김근배 학장은…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Uninersity of South Carolina 경영학 석사
Uninersity of Pennsylvania, Wharton School 마케팅 분야 박사
CJ그룹, LG전자, 한국야쿠르트, KT 등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 조사 자문
저서로 ‘컨셉크리에이터’ ‘의사결정을 위한 마케팅 조사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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