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너무 잘해도 ‘탈’ 난다
위기관리, 너무 잘해도 ‘탈’ 난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06.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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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북]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The PR=강미혜 기자] 위기관리는 기업 홍보팀의 중요 미션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위기관리를 너무 잘 해도 홍보팀에겐 독이 된다. 만성적으로 위기관리를 ‘잘한 일’이 아닌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못하면 큰 일, 너무 잘해도 탈이 되는 셈. 홍보팀과 위기관리 간에 이같은 아이러니한 상관관계를 풀고 싶다? 그 해답을 제시한 한 권의 책이 나왔다.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는 홍보 실무자들을 위한 위기관리서다. 기업의 일선 홍보 현장에서 다양한 위기 상황을 두루 경험한 저자의 인사이트가 녹아 있다. 책에 제시된 수많은 위기관리 사례 역시 200곳이 넘는 국내외 기업 및 조직을 대상으로 직접 컨설팅과 트레이닝을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쓰였다.

특히 매뉴얼화된 일반적 위기관리서에서 탈피, 스토리텔링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소설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주인공 ‘정 팀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상황별 위기관리 노하우는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긴장감으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소설 형식이지만 ‘기본부터 준비하라’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라’ ‘다양한 위기관리 노하우를 터득하라’ ‘위기관리 너무 잘해도 독이 된다’ ‘기업철학과 시스템으로 위기를 이겨내라’ 등 5가지 핵심전략과 세부 내용으로도 분류돼 필요에 따라 처음과 중간, 끝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또 현대캐피탈 고객 정보 해킹 사건, 한진해운 소말리아 해적 납치, 채선당 임산부 폭행 논란 등 위기를 잘 극복한 기업의 실제 사례가 핵심전략과도 잘 연계됐다.

저자는 기업의 위기와 위기관리는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아직 맞닥뜨리지 않은 위기라 할지라도 유사한 형태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미리 준비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다는 것. 이런 바람을 담아 위기관리의 간접 경험을 목표로 책이 나오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은이 정용민은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 겸 CEO로 활동하고 있다. 글로벌 PR에이전시 힐앤놀튼과 웨버샌드윅 등과 일했고 이셔우드커뮤니케이션즈, CRG(Control Risks Group) 등과 위기관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현재 <The PR> 고정 칼럼니스트로 ‘정용민의 Crisis Talk’를 연재중이다.

최근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관리의 실체라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위기 유형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라 각기 다른 면도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위기상황은 대부분의 기업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하나의 이슈라고 해도 각 기업이 해석하거나 정의하는 ‘위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위기이고 어떤 것은 위기가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에서도 다뤘지만, 한 조직 내에서도 특정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전략적인 위기관리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는 제목처럼 체계를 갖추고 위기에 대응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개인기에 의지한 위기관리를 그만하자는 이야기다. 홍보팀만 죽어나는 기업위기관리에는 희망이 없다. CEO가 멀리 떨어져서야 위기가 진정으로 관리될 수 있겠는가? 각 부서들이 서로 사일로(silo)를 쌓고 위기 시에도 협업은커녕 상호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위기가 관리될 수 있겠는가? 회사 내 몇 명만 존재를 알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무슨 소용이며, 기업 철학과 원칙이 없는 위기관리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나 하는 가장 기본적인 쟁점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기업의 위기관리시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 내에서 공통된 위기관리관(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두 번째는 대중언론에 편중된 전통적인 위기관리 방식이다. 위기 시 대중언론만을 관리하는 것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대중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전반’을 관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 부분이 여러모로 힘들다. 세 번째로 위기관리는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기업 내 구성원들간의 ‘단체전’의 형식을 띄는데 반해, 아직도 많은 기업이 내부에서 일부 개인에게 의지하는 ‘개인전’ 성격으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위기를 잘 극복하고 대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이라면.
체계를 빨리 세우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이 세상 기업들은 위기를 경험한 기업과 앞으로 경험할 기업들로 나뉜다. 즉, 기업에게 위기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다. 피할 수 없으면 빨리 체계를 만들어 대응하고 위기관리를 즐기라고 주문하고 싶다. 체계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 그리고 투자 없이 그냥 위기를 기다리거나 모면하려 하면, 그 위기는 곧 재앙으로 발전한다. 이런 케이스를 여럿 보면서도 ‘체계를 갖춰야겠다’ 생각하고 실행하는 기업이 극소수라는 점에 항상 놀란다.

당부의 한 말씀.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좀 더 위기관리에 대한 철학과 관심을 갖길 바란다. 항상 큰 위기가 발생한 뒤에야 체계를 만들라고 사후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상시적으로 위기관리 체계를 준비하고 대응하는 기업들의 성공사례들이 업계에 회자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대로 위기관리 실패학도 많이 공유되었으면 한다. 실패 후 우리는 이렇게 개선해 성공했다는 반면교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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