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보이스톡 논란, ‘점입가경’
뜨거운 감자 보이스톡 논란, ‘점입가경’
  • 최훈길 미디어오늘 기자 (thepr@the-pr.co.kr)
  • 승인 2012.07.04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망중립성 쟁점으로 부각…인권위·공정위 결정 초읽기

▲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화면.
[The PR=최훈길 기자] 카카오의 보이스톡 출시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보이스톡은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의 하나다. NHN의 ‘라인’, 다음의 ‘마이피플’이 이미 출시됐지만, 보이스톡이 위력적인 것은 가입자 수 때문이다.
 
카카오톡의 국내 가입자는 3500만 명을 돌파했다. 카카오톡의 가입자 상당수가 보이스톡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통신 시장의 ‘파란’이 예상되고 있다.

보이스톡 쟁점은 서비스 차단 문제로 불거졌다. 통신사들은 다른 모바일 인터넷 전화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요금제별 차단 방침을 세웠다.

현재 KT와 SKT는 5만4000원짜리 스마트폰 요금제 이상 가입자, 5만2000원짜리 LTE 서비스 가입자에 한해서만 모바일 인터넷 전화를 허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애초에는 ‘전면 허용’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 요금제별 차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은 “모바일 인터넷 전화는 통신사 음성통화를 대체하는 서비스로, 모바일 인터넷 전화의 확산은 산업발전, 이용자편익, 국익 등을 저해하는 문제를 초래한다”며 요금제 조정 또는 요금 인상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카카오는 “보이스톡 이용자가 폭주하지 않았고, 전화의 보조재 수준”이라며 ‘통신사의 엄살’을 주장했다.

보이스톡 통화품질 저하 통신사가 고의로?

사업자 간 표면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을 넘어 주목되는 점은 ‘망중립성’ 쟁점이다. 망중립성은 ‘망을 소유한 네트워크 사업자가 망을 이용하는 이용자나 사업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망중립성은 통신사가 다른 경쟁 사업자의 통화 서비스를 제한하는 문제, 포털과 방송사의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를 제한하는 문제 등으로 이슈가 돼 왔다. 미국의 버라이즌, AT&T 등 통신사들이 뉴아이패드 출시로 트래픽 폭증을 우려해 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해외에서도 망중립성은 뜨거운 이슈다.

하지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유럽 의회에서 망중립성 이슈를 논의하는 상황과 국내 상황은 다른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망중립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또 외국에는 통신사마다 모바일 인터넷 전화에 대한 허용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선택의 폭이 넓은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망중립성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주도하지 못하고 있고, 통신3사의 모바일 인터넷 전화 서비스도 차별화돼 있지 않다. 방통위가 “모바일 인터넷 전화 허용 여부를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사실상 통신사 편을 든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업자 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고, 언론도 이를 중계하는데 그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 카카오가 ‘통신사가 고의로 보이스톡의 통화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주목되는 일이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의아한 것은 SKT의 경우 손실률이 일정하게 16.66%로 나오는데 뭔가 의도를 하고 (차단)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손실률이)나오지 않는다”며 “통신사들이 통화를 고의적으로 누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률이 KT는 12%, SK텔레콤은 16%, LG유플러스는 50%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 데이터의 손실률이 50%라는 것은 두 번의 통화 시도에서 한 번이 ‘불통’이라는 뜻이다. 해외의 경우에는 손실률이 1%대에 불과하다.

문제는 통신사가 이렇게 보이스톡 서비스를 차단하는데 DPI(Deep Packet Inspection) 기술을 사용한 점이다. DPI는 데이터 전달의 단위인 패킷을 분석해 트래픽을 관리·통제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그동안 ‘감청’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보안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기술이 DPI이기 때문에, DPI는 네트워크에서 이동하는 운송물의 내용인 데이터의 영역을 검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이스톡을 통해 개인 간에 통화가 이뤄질 때 통신사가 이 통화 내용을 감청하고 차단할 수 있다는 의혹이다. 이 기술을 두고 프라이버시 침해, 인권 침해 지적이 제기되고 있고, 국가정보원의 패킷 감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까지 청구된 상황이다. 통신사쪽에서는 내용을 감청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 기술이 데이터 내용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 왼쪽부터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마이피플, 라인.

통신사 “통화는 공짜라는 인식, 가장 두려워”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향후 시장 판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보이스톡을 차단하는데 사용되는 통신사의 기술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지 검토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정위는 SKT와 KT가 모바일 인터넷 전화를 요금제에 따라 차단하는 것에 대해 공정 경쟁에 대한 위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의 두 통신사에 대한 처벌 여부·수위에 따라 방통위가 보이스톡 서비스를 어떤 역무에 넣을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인권위와 공정위가 통신사의 보이스톡 차단에 대한 위법 소지 등을 발견할 경우 방통위로서도 보이스톡 차단 근거가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보이스톡이 무서운 것은 트래픽 때문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통화도 공짜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톡을 둘러싼 논란이 사업자 간 이해관계를 넘어 이용자의 생활까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뜨거운 감자’ 보이스톡을 둘러싼 정부·통신사·카카오 간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