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들이대는 PPL, 시청자는 피곤해
막 들이대는 PPL, 시청자는 피곤해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2.07.17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PL 합법화 2년…양적으론 ‘폭풍성장’

▲ ppl이 합법화된 지 2년여가 흐른 지금, 지상파 방송부터 케이블까지 프로그램과 상관 없는 상품 등이 쉴 새 없이 튀어나오며 시청자들에게 볼 것을 강요하고 있다.

[The PR=서영길 기자] PPL(간접광고) 정말 해도 너무한다.

요즘 TV를 틀면 지상파 방송이든 케이블이든 광고로 넘쳐난다. 돈이 있어야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잘 만든 프로그램에 많은 광고가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광고를 보고 안보고는 순전히 시청자들의 선택이었다. 불과 2년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취사선택이 사라졌다. 드라마 한 편을 보려면 앞뒤로 줄줄이 붙는 상업광고 뿐 아니라 드라마 러닝타임 내내 알게 모르게 나오는 PPL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지상파 방송에서 PPL은 법적으로 엄격히 규제돼 왔다. 이 때문에 제작사와 광고주는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눈을 피해 집어 넣은 듯 아닌 듯 한 PPL을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삽입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0년 1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됨에 따라 지상파 방송에 전면적으로 PPL이 가능하게 됐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2010년 5월 SBS의 ‘SBS 인기가요’를 통해 처음으로 합법적 PPL이 등장하며 국내 PPL 시장의 개막을 알렸다.

이후 PPL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의상, 음료 등의 상품은 물론이고 매장, 지역 등 그 대상 폭도 넓어졌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프로그램 제작환경은 나아졌을지언정 광고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차라리 모자이크와 청테이프로 어설프게 상품 로고를 가리던 시절이 그립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초기엔 점잖던 PPL, 지금은 대놓고…

PPL이 합법화가 이뤄진 초기만해도 최대한 프로그램에 누를 안끼치려는 ‘수줍은’ PPL이 많았다. 프로그램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PPL을 삽입하며 시청자 눈치를 봤다. 

한 예로 지난 2010년 5월까지 방영된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서 남녀주인공은 ‘와이 낫(why not)?’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다. 드라마 대사인 이 문구는 사실 삼성카드의 광고 카피문구를 인용한 PPL이다. 카드사의 고도의 전략에 아직 PPL에 익숙지 않던 당시 시청자들은 이를 광고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런 대화로 여겼고, 그만큼 이 PPL은 극의 몰입에 방해되지 않았다.

또 같은해 방영된 MBC ‘개인의 취향’ 역시 한 예술원을 PPL 장소로 사용해 이곳에서 남녀주인공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으로 개연성을 높이며 효과를 봤다. 이 또한 극의 흐름과 일치하며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들게 하지 않았다.

▲ ppl 합법화 초기만 해도 광고주들은 노골적 ppl을 지양하는 분위기였다. 사진은 mbc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이처럼 PPL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초기에만 해도 광고주들은 노골적 PPL을 지양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합법적 PPL이 톡톡한 효과를 내며 성공을 거두자 광고주들에게 PPL은 효과적 마케팅 수단으로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우후죽순격으로 PPL이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시장이 치열해지며 이같은 점잖은 PPL이 광고주들의 성에 차질 않았는지 점점 대담해지고 프로그램과의 개연성도 없어지기 시작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합법화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졌다. 아예 대 놓고 ‘이 장면은 PPL이요. 드라마, 예능 보려면 우리 상품도 같이 보시오’ 하듯 상품이나 매장 등을 장면 장면에 끼워 넣었다.

PPL이 합법화 된 지 2년여가 흐른 지금, 지상파 드라마·예능 뿐 아니라, 케이블까지 프로그램과 아무 상관도 없는 상품이나 매장 등이 쉴 새 없이 튀어나오며 시청자들에게 볼 것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이 무차별로 쏟아지는 PPL을 관련기관이 일일이 제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직할기관으로 PPL을 관리·감독하는 중앙전파관리소가 2010년 10월 방통위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올해까지 적발한 건수는 2011년 5건이 전부다. 그나마 민간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송심의위)에서 ‘은근슬쩍’ 광고 규정을 어긴 프로그램을 2010년 11건(이하 지상파 기준), 2011년 29건, 올 상반기 14건에 대해 제재를 가한 것이 위안이 될 정도다. 

현재 PPL은 광고 내용과 형식에 따라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 방송심의위는 프로그램 내에서 우회적 광고효과 유무 등 ‘내용’과 관련된 사항을 모니터링 해 제재 수위를 정하고, 중앙전파관리소에서는 개정된 법에 따라 노출 시간 등 ‘형식’에 대한 심의를 맡고 있다. 이들 기관에서 제재 수위를 결정하면 정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결과를 토대로 방송사에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다.

* PPL(Product Placement) : 방송 프로그램 내에서 상품이나 매장 등을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해당 상품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를 제고시키는 방식의 간접광고를 말한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