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종병기, 실리콘밸리를 가다
미국의 최종병기, 실리콘밸리를 가다
  • 문성환 외교부 온라인대변인 (thepr@the-pr.co.kr)
  • 승인 2012.07.19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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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시대의 심장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시스코·아도비 본사 탐방기

얼마 전 미국 국무부가 마련한 초청 프로그램에 우리나라 정부 부처에서 온라인 소통을 담당하는 온라인대변인단 중 8명이 문화부와 주한미대사관의 추천을 받아 대사관 관계자들과 함께 출장을 다녀왔다. 방문지는 미 백악관, 국무부는 물론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시스코, 아도비 본사 등 네트워크 시대의 심장부 회사들. 미국 정부는 어떻게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을까? 이 시대 SNS 리드 기업들의 실체는 무엇이고 과연 어떤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대한민국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외교부 문성환 온라인대변인이 현지에서 직접 취재한 생생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글·사진=문성환 외교부 정책홍보담당관(온라인대변인)

[The PR=문성환] 개인적으로는 15년이 훌쩍 넘는 공직생활 동안 7년 넘게 외국에서 살았고 출장도 셀 수 없이 다녀봤지만 다른 나라 정부의 공식 초청 프로그램이란 것에 의해 단체로 가는 출장에 동행해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방문의 목적이나 방문단의 구성 면에서 정말 독특한 경험을 한 것인데 마음은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방문의 여정은 수도인 워싱턴 DC의 정부기관들을 방문한 후 서부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서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미국을 대표하는 첨단 기업들을 방문하는 2개의 일정으로 이뤄져 있었다. 백악관, 국무부, 스미소니언박물관 등의 정부기관 방문을 통해서는 미국 정부가 국민들의 여론 파악과 소통을 위해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고 얼마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멀리는 블로그를 비롯해 가깝게는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book), 유튜브(YouTube)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소셜미디어 채널의 원산지가 미국인만큼 정부든 민간이든 활용도가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 페이스북 안내 직원이 사옥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왼편은 대형 칠판으로, 직원들이 자유롭게 쓰고 지우면서 낙서할 수 있다. 방문객도 가능하다. 사옥은 천장이나 벽의 마감재를 그대로 노출시키는 자연주의적 기법을 택했다고 한다.

건물 곳곳 음료 냉장고와 스낵코너, 마치 놀이터 같은 ‘페이스북’

하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단순히 미국에서 소셜미디어의 활용이 가장 활발하다는 사실의 재발견한 것만이 아니었다. 민간에서는 소셜미디어를 진화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경쟁이 그리고 정부차원에서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확대하는데 소셜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봤다.

즉, 미국은 소셜미디어를 우리가 사는 세계를 네트워크 중심의 세상으로 바꾸는데 기여한 또 하나의 미국의 창의적 전리품으로 보는 안도감에 머무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나아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매개가 되는 첨단산업의 급성장과 전략적인 확산 노력을 통해 미국의 글로벌 위상과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방문 일정의 백미는 무엇보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트위터 본사 방문이었다. 페이스북을 방문한 날은 페이스북의 나스닥 상장을 이틀 앞둔 5월 16일. 안내를 맡은 미국측 관계자는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두고 페이스북이 전사(全社)적으로 매달려 있는 상황인지라 이번 일정을 만들어 내기가 아주 어려웠고 미국 언론이 연일 이 역사적(?) 상장을 둘러싸고 관측들을 쏟아놓으면서 실리콘밸리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백 명의 새로운 백만장자의 탄생을 축하하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시스코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페이스북 보다는 절제되고 진중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스코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페이스북 보다는 절제되고 진중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가본 페이스북 본사는 최소한 겉으로는 놀라우리만치 차분해 보였다. 산호세의 완벽한 날씨 속에서 광활한 대지에 자리 잡은 페이스북 본사는 기술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한 명문 사립대학의 캠퍼스를 연상시켰다. 수만 평의 대지에 단층 건물로 넓게 퍼진 건물은 모든 직원이 각자의 사무실을 갖고 있었고 이런 큰 캠퍼스를 그 옆에 또 하나 짓고 있다고 했다.

이미 TV 등에서 익숙하게 본 것처럼 직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티셔츠에 운동화 차림새. 직원들이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은 무료로 제공한다. 건물 곳곳에 음료 냉장고와 스낵코너가 있어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다. 방문객도 마찬가지다. 유기농 재료만 사용하는 직원식당은 최고 수준의 메뉴를 하루 세끼 제공한다. 최근에는 직원들의 요구에 따라 최고의 바비큐 전문가를 영입해 야외에 별도의 바비큐 식당을 새로 오픈했다고 한다. 건물간 이동할 때는 사측이 제공하는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권한다. 우리네 사고방식으로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일 보다는 놀 생각만 들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할까.

어도비는 그래픽 기반 기업답게 도처에 자사 제품을 활용한 디자인적 영감이 넘치는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왠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SNS 원조 ‘트위터’는 수익성 취약으로 초라한 사세

직원들이 각자 사무실을 쓰면 아무리 직원간에 메신저와 인트라넷을 잘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의사소통과 협업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궁금해서 물어봤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그래서 건물 곳곳에 소규모 회의실을 배치했고 직접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되면 바로 모여 회의가 가능할 만큼 곳곳에 작은 회의실을 배치했다고 한다. 업무의 방향은 얼굴을 맞댄 회의에서 결정하되 그 내용을 이행하는 것은 각자가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스타일과 타임 스케줄에 맞춰 하라는 자율과 배려의 철학으로 이해됐다. 자신감과 여유, 신뢰가 없으면 이런 원칙도 적용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이미 페이스북과의 경쟁에서는 한참 밀려있는 상황이긴 하나 소셜미디어 열풍의 원조격인 트위터의 위세는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였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고층건물의 한 층에 자리잡은 트위터 본사는 페이스북의 여유롭고 들뜬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간 상업적 수익구조의 현격한 차이가 반영된 모습이라고나 할까.

‘마이크로블로깅’이라는 소셜미디어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고 API를 무료로 공개해 수억 명의 전 세계인들을 소셜미디어의 세계에 끌어들인 트위터의 공로를 생각하자면 지금의 사세는 초라하고 어쩌면 불공정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불과 수 년만에 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것이 이 분야라면 트위터의 대반격이 못 이뤄지리라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나 있던 시절 그와 애플이 지금의 황금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실리콘밸리에 거는 미국인들의 거대한 기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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