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을 위한 글씨, 캘리그라피
당신만을 위한 글씨, 캘리그라피
  • 김아름 기자 (mango@the-pr.co.kr)
  • 승인 2012.07.20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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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경쟁력·감동’ 삼박자 갖춘 최고의 PR방법

기업이 감동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는 시대가 왔다. 제품 하나에도 ‘스토리’와 ‘디자인’은 물론 ‘글씨’까지 삼박자가 맞아야만 감동을 줄 수 있는 ‘감성가치시대’가 온 것이다. 그럼 세 가지 요소를 한 번에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 바로 BI(Brand Identity, 브랜드 정체성)다. BI에는 글씨와 글씨 모양에 대한 스토리 그리고 디자인이 모두 들어있다. 그 중에서도 ‘캘리그라피’를 활용한 BI는 기업에겐 차별성과 독창성을, 소비자에겐 감동과 감성을 준다.


[The PR=김아름 기자] ‘아름다운 서체’ 혹은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 캘리그라피의 사전적 의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캘리그라피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의미차이는 확연히 구분된다. 대체로 서양의 캘리그라피는 책을 만드는 기능적인 면을 중시하는 반면 동양의 캘리그라피는 기록이라는 기능을 우선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양의 캘리그라피는 기록이라는 원래의 기능 뿐 아니라 예술적인 면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이같은 동양의 캘리그라피는 또 ‘순수서예’와 ‘디자인서예’로 나눠지고 있는 추세다. 순수서예는 디자인이나 상업적인 면을 배제한 체, 작가의 생각이나 철학이 글자로 나타난다. 반면 디자인서예는 디자인과 색을 입혀 상업적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디자인서예에는 소비자에 대한 분석, 글 혹은 단어의 내용, 제품 이름이 갖고 있는 의미 등 다양한 요소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타깃, 제품, 이미지 등에 따라서 캘리그라피 글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독창성·경쟁력·감동’ 주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글씨

기업들이 캘리그라피를 선호하는 이유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글씨’라는 점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글씨는 감동을 선사하고, 다른 기업과 차별화 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캘리그라피는 제품에 따라 글씨가 달라진다. 때문에 캘리그라피 작가들은 제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연구 끝에 글씨를 쓰게 된다. 작가들마다 자신이 연구한 제품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제품에 대한 글씨를 써도 다른 글씨가 나온다. 또 작가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분으로 작업하느냐에 따라 글씨는 달라진다. 어제 소풍가서 본 나비와 오늘 공부하면서 본 나비에 대한 느낌은 다르기 때문이다.

▲ 증류식 소주 화요는 리뉴얼하면서 디자인, 용기, 글씨 등을 캘리그라피로 바꿨다. 리뉴얼 전(왼쪽)과 후.
기업들이 캘리그라피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품 하나만을 위한 글씨는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돼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또 글씨에 스토리,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이미지를 주고 싶었는지 등을 녹여내면 소비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결국 한 제품만을 위한 글씨는 다른 제품과 차별화에 성공,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스토리를 녹여내면서 소비자에게 감동은 물론 오래 사랑받을 수 있게 된다.

제품 성격에 따라 캘리그라피 달리 사용해야

캘리그라피가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면서 비교적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모든 제품에 캘리그라피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는 이성적이고, 기능적인 면을 강조했기 때문에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반면 ‘갤럭시 노트’는 손 글씨라는 감성적인 기능이 추가돼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과 문구, 광고를 할 수 있다.

캘리그라피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주방가구 전문기업인 넵스는 신제품 ‘고향의 봄’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국내 최초 밀라노 가구박람회에 전시됐다. 고향의 봄은 한국적인 미를 살리기 위해 한글 패턴을 인쇄한 캘리그라피 글라스 도어를 설치했다. 조명과 보는 각도에 따라 글씨가 나타나고 사라지도록 연출해 많은 호응을 받았다.이에 대해 넵스 관계자는 “한국적인 미를 가미함으로써 차별화를 뒀다”며 “이로 인해 해외 바이어와 건설사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긍정적인 검토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넵스, 화요…한국적 美로 눈길 사로잡다

광주요 그룹의 증류식 소주 ‘화요’는 ‘불로 만들어진 존귀한 술’이란 뜻이다. 지난 2010년 리뉴얼된 화요는 캘리그라피적인 면, 즉 글자의 모양을 풀이하면 ‘좋은 술을 마시니 사람만이 갖고 있는 꽃이 피는 구나’라는 뜻을 갖고 있다.

화요는 리뉴얼하면서 디자인, 병, 로고 등 화요를 감싸고 있는 모든 것을 바꿨다. 특히 글자체를 한자에서 한글로 바꿨는데, 가장 한국적인 술을 통해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캘리그라피를 선택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병에 디자인 된 화요라는 글씨에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글자에 맞는,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으로 거친 붓의 재질감이 느껴지는 글자체를 사용했다.

화요의 리뉴얼은 글자에서 끝나지 않았다. 소비자가 제일 처음 보는 병의 디자인도 글자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변경됐다. 한국적인 미를 강조하고 광주요 그룹의 특성인 도자기를 만든다는 장점을 살려 고려시대 청자의 단아한 절제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다. 글자, 스토리, 디자인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품위 있는 기업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화요 관계자는 “투박하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격식 있는 자리, 편한 자리 등 어느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문가인터뷰 | 강병인 캘리그라피 작가
“제품성격과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릇이어야…”


최근 기업이 출시하는 제품 대부분이 캘리그라피가 사용되면서, 제품과 맞지 않는 글씨, 디자인이 발견되고 있다. 캘리그라피가 과잉 공급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이에 대해 강병인 캘리그라피 작가는 “기업과 작가들이 소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캘리그라피 작가 입장에서 제품과 맞지 않은 디자인, 글씨가 왜 증가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의 호불호(好不好)에 결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가 아닌 일부의 이야기지만 담당직원(디자인 등)들이 아닌 그 위에 있는 사람들 혹은 비전문가의 결정으로 캘리그라피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비전문가가 ‘어 이거 괜찮네, 이걸로 하지’라고 말하면 그대로 제품이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이들은 왜 이 글씨를 써야 하는지, 이 글씨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모릅니다.문제는 이런 성향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글씨를 쓰는 입장으로서 디자인 담당자와의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 본래의 의도와 관련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은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품과 맞지 않는 글씨, 기업만의 책임인가요.

물론, 캘리그라피 작가에게도 책임이 있어요. 기업 혼자가 아닌 모두의 잘못이죠.처음에는 작가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 등을 반영해 좋은 글씨를 쓰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위 말하는, 잘 나가게 되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즉 과잉공급이 되고 있는 것이지요. 지나치게 많아지고 남발되면서 평준화되고 변별력이 떨어졌습니다.작가들은 조형성은 물론 독창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글씨를 베낀 것이 아니라 해당 제품의 특징을 살린 독창성 있는 글씨여야 해요. 또 영어, 한자, 일본어 등 모든 문자를 다루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만큼 둘 다 노력해야 해요. 아까 말했듯이 소통의 문제인 만큼 상호소통을 해야 합니다. 기업과 캘리그라피, 기업과 소비자, 제품과 작가의 소통. 일방적 소통이 아닌 양방향 소통이 돼야 합니다. 다정다감한 소통을 해야 하는 거죠. 이런 소통이 일어날 때, 제품은 소비자에게 감동을 전하고, 기업은 매출을 상승시킬 수 있어요.어느 한쪽만 노력하면 안 됩니다. 기업은 좀 더 전문적인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을 진행·결정해야 하고, 작가는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을 글로 풀어야 해요. 제품에 대한 분석과 이해력은 기본이 돼야겠지요. 캘리그라피에는 일반 삶이 들어있고 자연이 들어있습니다. 자연에서 받은 것으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죠. 글씨에는 희노애락도, 다른 요소들도 들어 있어 살아있는 글씨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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