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사회적 역기능 진단
SNS의 사회적 역기능 진단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07.25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시간·확장성의 장점, 부메랑으로 돌아와

[SNS 역습 ①] SNS는 ‘소셜네트워크 스트레스’다?에 이어

 

진단1 프라이버시는 죽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SNS에 의한 사생활 침해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하철 컵라면녀’ ‘버스 막말남’ 등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신상털기’는 SNS와 결합되며 그 정도가 훨씬 심각해졌다. SNS의 확장성·실시간성이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특히 SNS상에서의 프라이버시 문제는 ‘자기정보통제권’이라는 측면에서 온라인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민경배 교수는 “온라인 프라이버시는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개인 정보가 수집·가공·유통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SNS상에서는 내가 정보주도권을 갖긴 하는데 그것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튀면서 파생되는 문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굳이 개연성이나 의도성이 없더라도 전혀 다른 각도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얼마 전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달군 ‘공덕역 실종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의붓아버지의 가혹행위를 피해 집을 나갔는데 오히려 ‘실종녀’로 오인되면서 트위터를 중심으로 실명과 얼굴 등의 개인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는 피해를 입었다. 물론 1차적으론 거짓정보를 흘린 의붓아버지의 책임이 전적으로 크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 나른 트위터 사용자들 또한 피해 확산자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SNS의 이런 정보공유기능은 범죄에까지 악용된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휴가 간다’고 글 올린 사람들을 골라 빈집을 턴 절도 사례가 여러 건 알려졌다. 한상기 대표는 “많은 사용자들이 SNS를 개인적 공간으로 간주하고 자기 콘텐츠의 확산 범위도 알아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다”며 “분산된 네트워크 특성상 지극히 사적인 일까지 노출될 위험성이 크다. ‘프라이버시는 죽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 sns의 실시간·확장성이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나 사생활 침해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지난 6월 거짓정보가 sns상에서 크게 확산돼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당한 일명 '공덕역 사건'의 주인공.

진단2 자발적 개인정보 기부의 위험성

SNS 프라이버시 문제의 근본 기제는 자발성에 있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생년월일, 학교, 직업, 이메일주소 등의 개인정보에서부터 먹고 마시고 생각하고 잠자는 일상까지 스스로 직접 기록하고 공유한다. 구글이 이용자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는 다른 일종의 ‘자발적 기부’다.

류한석 소장은 “SNS가 주는 즐거움에 취해 사용자들은 개인 데이터를 플랫폼에 갖다 바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한 프라이버시 문제의 위험성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용자들의 불감증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세계 각국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글로벌 ‘빅브라더’(정보 독점을 통한 거대권력)와 기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이 사용자 사생활을 침해한다며 개선안을 권고했고, 같은해 12월 페이스북은 이를 수용했다. 캐나다는 이미 2년 전에 페이스북 프라이버시 정책이 자국의 민간 프라이버시 법과 맞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해 페이스북 정책을 수정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법적인 장치만으론 결코 SNS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플랫폼을 어느 한 나라의 규제만으로 막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현재 캐나다 앨버타주 교육부 정보 프라이버시 매니저로 일하는 김상현씨는 “SNS 프라이버시는 결국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정부나 관련 부처가 해야 할 일은 SNS 업체의 프라이버시 정책이 개인정보 보호에 위배되진 않는지 끊임없이 감시하고, 필요시 기업의 정책과 관행을 바꾸도록 압력을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배재대 미디어정보사회학과 교수 역시 “앞으로도 글로벌 SNS 기업의 비즈니스 정책과 개별 국가 정책 간의 충돌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개인정보나 프라이버시 문제는 단위국가 차원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 국제단체 등의 상위기구를 활용해 좀 더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진단3 정보는 넘쳐나는데 믿을 만한 정보가 없다

SNS를 타고 급속히 확산되는 거짓정보도 골칫거리다. 확인되지 않은 갖가지 루머나 유언비어가 실시간으로 퍼져나가면서 부지불식간에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 자택서 숨 쉰 채 발견’이라는 장난성 트윗은 일부 연예인을 졸지에 ‘사망자’로 만들었다. 직원이 임산부를 발로 차며 폭행했다는 이야기로 기업명성에 타격을 입은 ‘채선당 사건’도 빠질 수 없다. 나중에 이런 내용들은 사실이 아닌 일로 밝혀졌지만 당사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사회적으로도 쓸 데 없는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기능을 낳았다.

▲ sns의 정보 왜곡보다 sns상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여과없이 보도하는 언론 풍토가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직원이 임산부를 폭행했다는 '채선당 사건'을 앞다퉈 보도한 언론. 이후 이 사건은 소비자의 일방적 주장으로 판명났지만 해당 점포는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SNS상의 이런 의도적 정보 왜곡은 작게는 해프닝으로 그치지만, 크게 봤을 땐 여론 조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메시지를 전파(유통)하는 SNS 사용자가 파워블로거, 파워트위터리안 등의 빅마우스일 경우 그 위험성은 극도로 높아진다.

한상기 대표는 “많은 이들이 SNS가 수평적 네트워크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분히 수직적/위계적이다. 온라인 전체 이용자의 1%가 글을 올리면 9%가 반응하고, 나머지 90%는 게재된 콘텐츠를 관찰한다는 ‘1대 9대 90 원칙’이 SNS에도 적용된다”며 “여론 형성에 빅마우스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SNS의 정보 왜곡보다 기성 언론을 통한 확산이 더 큰 문제라고 일침을 가한다. SNS상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여과 없이 보도하는 언론 풍토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민경배 교수는 “SNS 안에서 화제가 되는 이야깃거리의 70~80% 가량은 신문과 방송에서도 똑같이 언급된다. 오히려 기성 언론이 왜곡된 정보를 사회 전체로까지 확산시키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상기 대표도 “속보경쟁을 하다 보니 기자들의 상당수가 트위터에서 떠돌아다니는 내용을 별다른 검증 없이 ‘~하더라’ 식으로 쓴다”며 “SNS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이같은 언론의 보도 행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동훈 교수 또한 언론 본연의 기능이 회복돼야 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 했다. 특히 사회 성숙도와 언론 간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언론이 언론답게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SNS가 유달리 노이즈를 일으킨다고 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매체를 받아들일 정도로 우리사회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면서 “사회 성숙도는 언론 역할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바 지금부터라도 기성 언론은 비판이 아닌 치유를 위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단4 더욱 단단해지는 ‘끼리끼리 문화’

일각에선 SNS가 오히려 사회적 유대를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동조집단끼리의 관계는 강화되지만, 나머지 집단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데에는 SNS가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SKM&C가 올 초 발간한 ‘트렌드 트레인 보고서’에 따르면, 42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SNS 이용 실태 조사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이나 의견을 주로 듣는다’는 응답이 64%에 달했다. 반면 ‘다른 의견을 주로 듣는다’는 답변은 36%에 그쳤다. 또 SNS 이용자 742명중 58%가 나와 비슷한 가치관, 연령, 교육 수준의 SNS 친구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나은영 서강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보고서에서 “SNS상에선 서로 끼리끼리 뭉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듣고 싶은 정보, 내 마음에 맞는 의견만 나누려고 하는 것이 네트워크를 더욱 동질화시킬까 우려스럽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특히 SNS의 ‘끼리끼리 문화’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 선거 등을 마주하게 되면 극명하게 대립되는 양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SNS 서비스 속성 자체가 사용자 동질화에 크게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트위터의 경우 ‘맞팔’(트위터에서 서로를 팔로우하는 일)에 대한 의무감을 제외하곤 대개 자신이 좋아하거나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페이스북은 유사 성향의 친구를 ‘추천’해주기까지 한다. 한상기 대표는 “사용자들도 모르는 사이 SNS의 이런 알고리즘이 개인의 정보 수용이나 관계 제어 행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진단5 가까울수록 커져가는 외로움

SNS의 역설은 인간소외로도 나타난다. SNS가 방대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에 속한 사용자들은 행복감이나 소속감을 느끼는 대신 종종 소외를 경험한다. 남의 행복이 커보일수록 내 불행은 더 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는 SNS 사용자들의 습성과도 맞닿아 있다. 한상기 대표는 “SNS상에서는 솔직한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조금 더 개선하려는(improve) ‘꾸밈’이 있다. 실제 많은 사용자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상황을 인플레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일상을 보여주면서 주로 맛있는 음식, 좋은 장소를 사진으로 찍어 업로드하는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 가능하다.

SNS 인간소외는 해외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올 초 미국 성격 및 사회심리학 협회에선 페이스북 친구가 350명이 넘으면 행복감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페친’들의 자기자랑에 더 많이 노출되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의 행복이 작아진다는 설명이다.

사용자들이 SNS를 좋아하는 가장 큰 심리적 요인이 아는, 혹은 잘 몰랐던 사람들과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고 자존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지만 SNS가 현대인의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해소시켜주진 못한다는 방증인 셈이다.

▷전문가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