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맨들이여…콘텐츠 제작자, 기업가치 창조자로 나서라
PR맨들이여…콘텐츠 제작자, 기업가치 창조자로 나서라
  •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 승인 2012.07.27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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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ABC> 출간한 ‘PR의 달인’ 권오용 SK 고문(상)

주요 언론사로부터 ‘기업 홍보의 롤 모델’ ‘PR 달인’ ‘홍보 기획 전문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권오용 SK 고문이 5번째 신간 <가나다라 ABC>를 출간했다. 32년간 재계 안팎을 종횡무진하며 재계와 언론의 역학관계에 대해 깨달은 점을 고스란히 녹여 수필집으로 엮은 것이다. 올해 초 SK㈜ 사장(PR 어드바이저)을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권 고문은 전경련과 금호아시아나그룹, KTB네트워크, SK 등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해 온 정통 PR인이다. 권 고문을 통해 진정한 PR의 방향과 PR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지혜를 물었다.

[The PR=주정환 기자] <가나다라 ABC>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한글을 익히려면 ‘가나다라’를 먼저 배웁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가나다라 ABC>로 정했습니다. 자기가 낳은 아이를 통해 무엇인가를 배우고 깨닫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나를 배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한 줄 아세요? 텔레비전을 무심코 보다가 산악인 오은선씨가 세계에서 20번째로 8000미터급 고봉 14좌를 완등했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20명은 어떤 사람일까 조사해 봤죠. 그랬더니 20명 중 14좌를 완등한 사람 9명 중에 4명이 한국사람이더군요. 나라별로는 한국이 제일 많아요. 참 희한한 나라다. 우리나라의 산을 보면 2000미터를 넘는 산이 없잖아요. 상위 10개국 중 자연조건이나 환경은 가장 열악 나라인데 세계에서 산을 제일 잘 타는 나라가 된 것이죠….

또 몇 년 전인가 CNN 방송이 각각의 나라를 대표하는 상품을 고른 적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할리우드, 일본은 스모 이런 식이었는데 한국은 과격한 시위 군중이 뽑혔습니다. 법과 질서는 안중에 없는 폭력시위 모습이었죠. 잘 되도 사람, 못 되도 사람, 사람밖에 가진 것이 없는 나라임이 자연스럽게 입증된 사건이었습니다. 나쁜 의미로 시위대뿐인 사람들이 늘어나면 나라가 후퇴할 것이고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들이 늘어나면 나라가 커 나갈 것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까 우리나라가 얼마나 훌륭한 나라고 우리나라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꾸로 알게 됐습니다.”

기업 위기관리의 핵심은 ‘톱(TOP)’

권 고문님은 국내 기업의 위기관리 전문가 1세대라고 생각되는데요. 우리나라 기업의 위기관리 어떻게 보십니까.

“그동안 몇 개 회사를 옮겨다녔는데 공교롭게도 옮기는 회사마다 오너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전경련에서 금호그룹으로 옮기던 99년 당시 금호그룹의 오너들이 검찰에 고발됐습니다. 주가조작 혐의였는데 잘 해결됐습니다. 그 다음 KTB로 갔는데 당시 오너가 검찰에 고발돼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 사건도 이후 잘 마무리됐습니다. 또 SK 오니까 회장이 검찰에 구속되는 일이 있었죠. 기업의 가장 큰 위기는 오너 신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그래서 기업 위기관리의 핵심은 톱(TOP)입니다.

결과적으로 위기관리는 얼마나 솔직하게 위기를 맞이하느냐에 따라서 위기가 관리되기도 하고 위기가 또 다른 위기를 불러들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먼저 솔직하게 인정하고 위기관리 체제를 가동해야 극복되지 모면하려고 자꾸 편법을 쓰면 위기는 증폭돼서 관리 불가능하게 됩니다.”

톱의 위기관리는 기업들의 가장 예민한 문제인데요.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PR 관점에서 보면 콘텐츠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콘텐츠라는 것은 PR 재료죠. 먹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대중에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여기서 소통은 국민의 마음에 꽂히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가슴에 꽂히게 해야 합니다.

국민을 상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만 핵심 키는 주주나 지역 사회, 정부 등이 쥐고 있을 수 있습니다. 혹은 언론일 수도 있고요. 그 이해관계자를 분석하고 그분들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준비된 콘텐츠가 이해관계자의 가슴에 와 닿으면 위기는 관리될 수 있습니다.”

톱 위기는 어떨 때 발생하고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금호그룹도 그랬고 KTB 재직시에도 마찬가지였지만 톱이 기소되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기업 자체에서 발생한 위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위기 때문에 오너에 대한 오해가 커지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사회적 관심을 반영해서 무리한 언론보도가 나오고 또 그 언론보도를 근거로 해서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이런 과정이었습니다. 본질적으로 큰 패널티를 물어야 될 정도는 아닌 상황인데도 말이죠.

때문에 본질을 잘 파악하면 결과는 좋게 나오게 돼 있습니다. 딱 들어보면 알 수 있어요. ‘아 이건 무리하게 시작됐구나…’ 그럴 경우에는 시간이 해결해 주니까 사태를 악화시키는 기사를 막으면서 본질에 충실한 PR을 하면 위기가 관리되더군요. 그리고 적절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해관계자의 가슴에 와 닿는 미디어 보도가 이뤄지면 그 미디어를 통해서 메시지가 전달되는 거죠.”

이해관계자 가슴 때리는 ‘콘텐츠’를 만들어라

톱 위기관리에 대한 실제 사례가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SK에 들어와서 그룹의 위기관리와 관련해서 몇 가지 변화시킨 게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SK그룹은 내수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었어요. 하지만 SK에너지의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수출을 두번째로 많이 했습니다. 현대나 LG 보다 더 많았어요. 삼성전자 다음이죠. 하지만 국민은 보이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잘 모릅니다. 기간산업은 필연적으로 내수 성격을 가집니다. 하지만 수출로 성공하기 힘들죠.

SK는 기간산업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자원을 수출합니다. 그 당시 ‘에너지 독립국, 자원 산유국’ 등 두 테마를 가지고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내수산업이니까 저건 좀 죽여도 된다’가 아닌 ‘에너지를 독립시키는 기업’으로 또 ‘해외에서 에너지를 개발해서 에너지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콘텐츠로 부각시켰습니다.

두 번째로는 사회봉사를 그룹에서 열심히 진행했습니다. 단골 메뉴이기도 합니다만 모든 그룹들이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 않습니까. 톱 관리 차원에서도 필수적인 사항이죠. 부임 초기에 사내에 ‘사회봉사단’이 있었는데 제가 개념을 바꿨습니다. 사회봉사라고 하니까 ‘재벌이 법원에서 문제가 생기고 위기가 오니까 사회봉사를 하는구나’하고 시민단체, NGO에서 오히려 비판을 하더군요. 이래가지고는 안되겠다 해서 ‘사회봉사’가 아닌 ‘자원봉사’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SK 그룹이 당시 4, 5등 그룹이었지만 자원봉사만은 1등 하겠다는 신념으로 진행했었지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어요. 그리고 자원봉사의 톱은 역시 최태원 회장이 맡았고요. 회장이 직접 연탄도 나르면서 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그랬더니 SK는 자원봉사를 잘 하는 그룹이구나 하는 이미지가 생겼습니다.

돈을 훨씬 덜 쓰고도 위기관리 콘텐츠로는 자원봉사가 굉장히 잘 먹혔습니다. 기업이 자원봉사라는 새로운 사회기여 붐을 조성하기도 했고요. 3~4년 전 삼성도 사회봉사단을 가지고 있다가 이건희 회장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원봉사단이라고 이름을 바꿨습니다.”

PR인의 관점에서 보면 방어하고 알리기 위한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PR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전략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행히 이해관계자 대부분이 언론을 통해 매일 매시간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매일 신문을 볼 것이고 또 누군가는 9시 뉴스를 봅니다. 이해관계자들은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게 해야 할까를 염두에 두면 콘텐츠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콘텐츠가 어디로 먹힐까? 이해관계자에게 콘텐츠를 소화시킬 방법은 무엇인가? 등을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또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부서를 움직여야 합니다. 부서란 원래 관성적인 업무를 하기 마련이니까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때론 설득하고 압력을 넣기도 하면서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실제로 사회적 인사들에게 먹힐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언론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실제로 변화가 직접 눈에 보입니다. 그땐 아주 기분 좋죠.”

권오용 고문은…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 실장, 기획홍보본부 본부장, 금호그룹 비서실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 2004년 SK그룹 전무, 브랜드관리실 실장, SK텔레콤 홍보실 실장, SK그룹 브랜드관리부문 부문장, 부사장을 거쳐 올 2월까지 SK㈜ 사장(PR 어드바이저)을 역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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