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실은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역할해야"
"홍보실은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역할해야"
  •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 승인 2012.07.2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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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ABC> 출간한 ‘PR의 달인’ 권오용 SK 고문(하)

<지난 호에 이어 계속>

[The PR=주정환 기자] 권 고문님의 벤치마킹 기업은 어디인지요.

“2001년도에 이베이가 1500억원을 주고 옥션을 인수했습니다. KTB에 근무할 당시 이베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당시 이베이의 부사장이 와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예상 질문을 150개나 준비했더군요. 기자회견이 한 시간이고 질문이 많아 봐야 3~4개 일텐데 말이죠. 봤더니 워딩만 틀릴 뿐 비슷한 질문이 많았어요. 나중에 물어보니 그 질문은 기자회견 자체가 아니라 기자회견 직후에 전세계 이베이 게시판에 게재가 돼서 이베이의 모든 관계자들이 이 예상 질문을 보고 원보이스가 되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하더군요.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왜 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이해관계자는 물론 글로벌 종업원에게까지 원보이스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목적이었어요. 그 때 사내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까지는 홍보가 신문에 내는 것만 중심이었지 스스로 주도해서 사내컴을 하지는 않았거든요. 그 후부터 이해관계자 중에 가장 큰 이해관계자가 바로 사내구성원들이구나 생각하고 KTB 구성원 홈페이지에 익명 게시판을 만들어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SK에 와서도 당시 덜 잡혀있었던 구성원 소통을 완전히 바꿔놓기 시작했고요.”

앞으로 홍보실의 역할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많은 기업의 경영진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홍보실은 전달자로서의 역할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홍보실은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첫째 위기관리가 되고 둘째는 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홍보실이 됩니다. 단순히 미디어 파트너로서 언론사 술 접대나 하는 홍보실이 되면 회사에 기여할 가치가 크게 없습니다. 경영자가 홍보실을 기업가치 상승의 동반자로, 또 주도자로써 포지셔닝 해 놓으면 단순히 미디어 파트너로서의 효과보다는 회사의 금전적 효과가 굉장히 큽니다.
또 홍보실 자체로 보면 전달자는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겠죠. 홍보실이 우체부 역할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편지를 쓰는 작가 입장이 되면 고민할 수밖에 없는 과제죠. 편지 내용도 중요하고 편지에 뭘 담을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편지를 받게 되는 사람이 감동하게 되면 성공한 거니까요. 콘텐츠가 바로 편지라고 보면 됩니다.”

권 고문님을 현직에 계신 마지막 PR 1세대라고 봐도 되는지요.

“굳이 세대구분을 하자면 IMF 전까지 PR을 하거나 공부 하셨던 분들이 1세대, IMF 이후부터 약 15년간 PR을 담당했던 분들이 2세대, 지금이 3세대라고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저는 2세대가 되겠죠. 1세대는 거의 대부분 열심히 일만 하던 시절이었죠. 경제도 10% 이상 고도 성장할 때고 전 세계를 상대로 뻗어나가는 회사의 모습을 알리는 소위 광고선전형 PR 세대를 1세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당시는 언론사가 기업 이야기를 잘 써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안 써 주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1단짜리 기사라도 보도되게 하는 게 홍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야전형’이었던거죠. 2세대는 IMF가 오면서 위기관리형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위기관리 자체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미디어 환경이 크게 달라진 건 아니었고요. 위기관리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PR이 바로 2세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3세대는 경제로 치면 산업혁명이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정보화 혁명이 가장 첨예하게 현재화 된 분야가 바로 미디어 시장이라고 봅니다. 뒤집어 말하면 기회가 온거죠. 전통적인 미디어의 힘이 많이 약화되고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했는데 과거 신문사 기자가 아니라 PR인도 미디어의 주인이 되는 시대가 된 겁니다. 미디어가 사람 숫자만큼 많은 시대이기에 위기가 더 일상화 되는 그런 측면도 있지만, 지금은 내 스스로가 미디어의 주인이 되는 기회가 온 세대가 바로 3세대입니다. 하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8시간 근무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24시간 일해야 하는 시대가 왔으니 PR인으로서는 참으로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라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PR인의 자질은 어떠해야 할까요.

“콘텐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콘텐츠가 기업가치로 증대되기 때문이에요. 만들어진 콘텐츠를 미디어에 전달자로만 자기 자신을 포지셔닝하게 되면 소위 말하는 혁신은 생각해 볼 수도 없고 회사에서도 아웃사이더로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가치 증대에 필요한 콘텐츠를 스스로 제작한다는 자세로 나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역량도 있어야 하고 환경도 조성이 돼야 합니다. 말은 쉽지만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 대해서 본인이 역량을 개척하고 시스템을 만들고 해 나가야 실제로 콘텐츠 제작자로서 또 기업가치 창조자로서 자기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본질은 똑같습니다.”

평소 직원들에게 말씀하시는 PR 철학은 무엇인가요.

“저는 늘 PR은 혁신이라고 강조합니다. 혁신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주변을 늘 개선시키면서 그게 모아졌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하듯이 일거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하루에 하나씩 변화시키다 보면 그것이 작은 변화일지라도 모이면 큰 혁신이 됩니다. 하지만 혁신과정에서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은 무슨 관점에서 변화, 혁신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혁신의 변화는 바로 고객을 위해서입니다. 고객관점에서 작은 변화라도 매일 일으키고 개선을 모아야 하는  것이죠. 모든 것을 고객의 관점에서 하루 하루 변화시키면 고객이 조금 더 편해지고 또 돈을 조금 더 쓸 수 있게 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회사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문제는 역량인데 혁신이 쉽지 않습니다. 변화라는 것은 꾸준한 체력과 늘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해야 가능합니다. 혁신의 기준을 고객의 눈으로 보고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직장생활을 하는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 권오용 고문이 자신이 집필한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PR 본질은 같은데 속도감에 대한 업무가 추가

현직에 계시면서 5권의 책을 쓰셨는데요. 어떤 책들이고 또 집필 노하우는 무엇인지요.

“95년에 <사람은 기업을 만들고 기업은 세계를 만든다>는 책을 냈는데 당시에 집필한 사연이 있습니다. 한국기업을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해외에 나가면 한국기업들을 높게 평가하는데 오히려 정부가 야단을 많이 칩니다. ‘한국기업들은 외국기업들처럼 문어발 하지말고 업종 전문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하는데 실제 외국기업을 만나보면 우리보다 문어발이 훨씬 더 심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문어발이라고 조롱하고 자학하는데 외국기업은 다각화로 성공했다고 말하더군요. 또 역량도 없는 2, 3세 오너들이 ‘황제경영한다’ 그래요. 그런데 외국기업 보면 큰 기업들은 전부 오너십이 있는 회사들입니다. MS, 애플 모두 오너잖아요. 자동차 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요. 오너 때문에 망한 게 아니라 오히려 오너 때문에 흥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무조건 오너가 있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고 빨리 전문경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합니다. 선악의 개념이 아닌데도 말이죠. 회사의 기업가치를 위한 선택의 문제입니다. 이 책을 통해 ‘한국기업 무시하지 마라. 실제로 선진 외국기업 조사해 보니 똑같은 기업 상황이라도 외국에는 그런 규제가 없다. 또 한국기업만의 성공스토리 특징이 있다. 그러니 때리지 마라’는 메시지를 전한 겁니다.
97년에는 <제5의 경영자원, 기업홍보>를 썼어요. 기업과 사회를 연결시키고 위기에서 더욱 발현되는 경영자원으로서의 기업PR을 다뤘습니다. 2001년에는 <한국병-진단과 처방>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야말로 한국이 겪고있는 부패, 노인화 등 고질병을 다양한 실례를 통해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은 중국에 번역돼 출간되기도 했었죠. 글은 틈틈이 써 놓으면 쉽습니다.”

3세대 PR인들이 가져야 할 덕목이 있다면 선배님으로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PR환경의 본질은 같습니다만 콘텐츠나 타이밍에 대해서는 무척 피곤한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콘텐츠가 있으면 묵혔다가 타이밍을 봐서 전달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리얼타임으로 전달되고 재생되고 확산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속도감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본질은 같은데 속도감에 대한 업무가 더 추가된 셈입니다.  또 공간의 영역에서도 한국 내부의 로컬로만 가능하던 것이 이젠 글로벌로 확대됐습니다. 때문에 부단하게 외부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합니다. 역량 개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PR맨들이 워낙 뛰어나니까 잘 해내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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