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접점이 ‘위기의 지뢰밭’이 돼서는 안 된다
고객접점이 ‘위기의 지뢰밭’이 돼서는 안 된다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2.08.08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용민의 Crisis Talk

고발하세요. 마음대로 하세요. 그럼 끊습니다. 딸깍. / 아니 누가 그래요? 누가 그래? 우린 죽어도 환불 못해 줘요. 본사에 연락해요. 해 보세요. 저희는 꿈쩍도 안 합니다. / 야! 손님이면 다야? 너 한번 오늘 죽어봐라….

[The PR=정용민] 이상은 연극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공격적 대사가 아니다. 몇몇 고객 접점 현장에서 실제로 녹취된 고객과 종업원간의 대화 일부다. 하나는 고객 상담전화 내용이고, 또 하나는 모 유명 식음료 업체 가맹점주의 메시지다, 마지막 하나는 또 다른 식당 체인 직원의 메시지였다.


위기관리 담당자의 큰 고민, 고객접점이 문제다

“다른 건 괜찮은데 고객접점이 문제다”라고 고민을 토로하는 프랜차이즈 업계 위기관리 담당자의 하소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사에서는 좋은 브랜드와 유망한 사업성을 가지고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는 반면, 실제 고객접점에서는 다른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외국계 프랜차이즈들의 경우에는 일찍이 이런 고객접점에서의 위기대응 프로세스와 트레이닝들이 많이 제공되어 위기를 사전에 완화하거나 방지한다. 반면 국내 토종 프랜차이즈들은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케이스 공유 그리고 핵심 접점 인력들에 대한 트레이닝이 아직 진행되지 않는 곳이 많다.

고객접점이 문제라고 고민을 토로하는 위기관리 담당자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수십에서 수백 개의 가맹점들 또는 직영점들에서 일하는 수천 명 이상의 일선 직원들을 본사에서 어떻게 가이드하며, 관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심지어 본사에서 현장을 모니터링하는 체계조차 없어, 일선에서의 단순 트러블이 위기화 되어야만 인지하는 경우들도 있다. 당연히 고객접점이 살얼음판 같이 느껴질 것이다.

회사의 위기 대응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최근에는 고객접점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 권익과 관련된 고발 프로그램들의 취재형태가 이전에는 본사중심의 입장 청취에서 최근에는 해당 기업 일선의 목소리를 채집하는 형식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이제는 훈련된 홍보담당자의 죽어 있는(?) 메시지보다, 살아 있는(?) 일선의 목소리를 바로 보도해 현실성과 문제의 심각성을 동시에 보여주자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고객과의 트러블이 문제인 시대는 지났다. 더 이상 고객접점에 최전방인 일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적인 취재 훈련을 받은 기자와 PD들이 일선 매장에서 영업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을 취재하고 있다. 위생과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일선을 방문해 적발조치를 취하고 있다. NGO들이 실제 사례를 그들 앞에서 수집한다. 고객들은 이전과 같이 일선에게 소리치고, 항의하며, 사장을 불러 달라 당당하게 요구한다.

이에 대한 회사들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기존의 체계를 유지하면서 단순하게 하늘의 뜻에 따르기로 기도할 것인가? 다른 경쟁사에서도 손을 놓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만 나서서 체계를 다잡을 필요까지 있을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혹은 지금까지 치명적인 위기로 다가온 사건은 없었기에 그렇게 심각하고 민감하게 대비할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최근 사례를 돌아보면 이런 안이한 생각이 틀렸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온라인과 SNS가 고객접점에서 가장 활발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고객들은 항상 기업의 고객 접점에서 그 기업을 판단하고, 그 기업과 대화하기 원한다. 해당 기업의 일선이 적절한 이슈관리를 하지 못하면 해당 이슈는 눈 깜짝 할 사이에 SNS를 통해 온라인에 공유된다. 이제 이 이슈는 전사적인 위기로 발전한 것이다. 본사가 답해야 하는 순간이다.

기업의 위기는 기업이 키운다

문제는 기업들이 기존 시스템에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이슈가 발생하면 회사는 일선으로부터의 상황파악에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나아짐이 없다. SNS는 기름 끓듯 분노와 항의가 넘쳐나고 있는데, 위기관리 주체인 회사는 상황파악에만 골몰하고 있다. 당연히 상황파악이 늦으니, 입장정리도 늦다. 위기화 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늦고, 정확 할 리도 만무하다. 전사적으로 악화된 위기에 대응하면서 해당 회사는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단순하게 일선에서 관리 가능했던 이슈가 위기가 되고, 심지어는 재앙으로 발전하게 되는 형국이다. 이 자체가 절체절명의 위기다.

업 친데 덮치고, 그 위에 또 한 번 덮친 격이다. 기업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빨리 체계를 개선하자는 옵션뿐이다. 일선에서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일선을 교육하고 트레이닝 하는 수밖에 없다. 한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 해 그들에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습관화 되도록 지속적으로 자극해야 한다.

빠른 상황보고 및 공유체계와 온라인에서의 위기정보 공유 시스템도 필요하다.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일선과 본사간의 격차를 어떻게든 줄여보려 노력하는 시스템이다. 빠른 상황파악이 바른 입장정리를 지원한다. 물론, 빠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해진다. 회사가 일선에게 명확한 가이드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반복 투자해 트레이닝 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처럼 일선으로부터 이런 현실에 근거한 불평을 듣지 않게 될 것이다. “왜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가? 본사에서 언제 우리에게 명확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을 준 적 있나? 우리는 회사를 위해 일해 왔는데, 이제 와서 우리가 문제라 하면 어떡하나?”하는 반론 말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