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의 ‘5억 후원’은 이벤트성 홍보?
구본무 LG 회장의 ‘5억 후원’은 이벤트성 홍보?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08.1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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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중 유일하게 비인기종목 지원 안해…양학선 후광으로 ‘통큰 후원’ 이미지메이킹에는 성공

[The PR=강미혜 기자] 구본무 LG 회장이 런던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 선수에게 5억원의 격려금을 전달키로 함에 따라 기업PR에 엄청난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다. 9일 회사측의 공식 발표 이후 오늘까지도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구본무 5억원’이라는 검색 키워드가 상위권에 랭크될 만큼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 양학선 선수에게 5억 후원 의사를 밝힌 구본무 lg그룹 회장.

하지만 일각에선 양학선의 인기에 묻어가려는(?) 속이 뻔히 보이는 이벤트성 후원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도 그럴 것이 LG는 국내 4대그룹(삼성·LG·현대차·SK) 중 유일하게 비인기 종목이나 선수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양궁이나 펜싱, 핸드볼, 사격 등에 꾸준히 지원·투자하는 타 그룹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SK는 핸드볼과 펜싱, 수영 등을 후원한다. 최태원 회장은 2008년부터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아 국내 최초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만드는 등 핸드볼 인프라 육성에 앞장섰으며, 계열사인 SK텔레콤은 2002년부터 펜싱협회 회장사로 역할하고 있다. SK는 또 2008년부터 박태환 수영 선수 전담팀을 만들어 훈련 프로그램과 영양 관리 등을 담당하는 등 비인기 종목을 위주로 다양한 후원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현대차는 양궁과의 인연이 깊다. 정몽구 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총 4번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했으며, 1997년부터 지금까지 명예회장직으로 있으면서 25년간 양궁 저변 확대와 첨단 장비 개발 등에 2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정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현재는 정의선 부회장이 양궁협회장으로 재임하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계열사 삼성전자를 통해 마라톤, 경보 등 육상을 후원한다. 삼성생명은 레슬링과 탁구, 에스원은 태권도, 삼성전기는 배드민턴 육성에 각각 앞장서고 있다. 또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으로 있으면서 지난 2년간 약 48억원을 지원했다.

삼성·SK·현대차 등 비인기 종목 꾸준히 후원
…그룹 총수들 런던올림픽 현장 찾아가 후원 선수 직접 응원하기도

▲ 3대그룹 총수들은 이번 런던올림픽 현지로 날아가 후원 선수들을 직접 격려했다.맨 위부터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 회장, 여자 양궁 단체전 경기장을 찾아 금메달을 딴 선수들을 격려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런던 선수촌에서 왼쪽 슬개골 근육파열 부상으로 남은 경기 출전이 힘들어진 핸드볼 김온아 선수를 격려하는 최태원 sk 회장. 악수를 하면서 그 동안의 선전을 격려하고 있다
각 그룹 총수들은 이런 후원 종목과의 깊은 연을 앞세워 이번 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직접 현지로 날아가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달 29일 400m 자유형 결승전이 열린 경기장에서 박태환 선수를 응원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한국 여자 양궁선수들이 단체전 현장에 직접 자리해 올림픽 7연패의 감동을 함께 만끽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6일(현지시간) 런던올림픽 한국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했으며, 핸드볼 경기도 직접 참관하며 응원전을 펼쳤다.

이에 비해 구본무 회장은 지금껏 비인기 종목에 대한 별다른 후원을 하지 않고 있다가 양학선 선수에게 제공하는 5억이란 금액으로 ‘통큰 후원’이라는 수식어를 비교적 손쉽게 달게 된 셈이다.

몇 년간 꾸준히 국내 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힘쓴 여타 기업들 입장에서는 LG의 묻어가기식 후원이 마냥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재계 모그룹 홍보 관계자는 “3대그룹 총수들은 올림픽 현장까지 직접 찾아가 격려를 마다하지 않는데, 구본무 LG 회장은 돈 5억으로 언론플레이를 해 마치 다른 총수 이상으로 후원하는 이미지메이킹을 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은 형평성을 고려해 언론에서 지적해 줘야하는데 양학선이란 이슈에 매몰돼 그러질 않고 있다”며 “숟가락 하나 얹는 식의 이런 얄팍한 홍보는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LG측은 구 회장의 5억 후원과 관련, “양학선 선수에게 그룹 차원에서 격려금을 지원할지, 회장 개인으로 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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