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공략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공략하라”
“머리를 공략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공략하라”
  • 김영순 편집장 (ys.kim@the-pr.co.kr)
  • 승인 2012.08.1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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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alk]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소통의 시대에 본질을 꿰뚫다

바야흐로 SNS의 세계다. 싸이 홈피가 청소년-20대들에게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줬다면,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이라는 다채로운 SNS가 둥둥 떠다니는 지금 2012년은 SNS를 통해 정보 교환이 이뤄지고 시장이 형성되고 자본이 오가며 사회가 재구축된다. 특정 세대에게만 국한되던 SNS는 이제 전 세대, 심지어 전세계로까지 이어지는 연결도구가 됐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바로 SNS가 소통의 콘텐츠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풍요로운 SNS의 세계에서 과연 제대로 된 소통을 영위하고 있는 중일까? 페이스북에서 인기 있는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가 바라보는 소통의 현상학이 그에 대한 대답을 들려줄 것이다.

[The PR=김영순 편집장] 지식생태학자, 그리고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이기도 한 유영만 교수는 다양한 SNS를 활용하여 다양한 분야의 인재, 세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소통법의 기본은 눈높이를 맞추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감성적으로 설득을 하는 게 옳다고 봐요. 머리를 공략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공략하라는 거죠.”

유영만 교수는 수업을 하다가 학생들 눈을 보면 대략 감이 온다고 한다. 유 교수는 학생들의 경험적 시선에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게 요즘 인기 있는 <개그콘서트>를 인용하든, 화제가 되는 영화를 인용하든 간에 말이다. 이같은 태도는 교육자로서의 배움이라는 포지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즉슨 교육자 또한 정체된 상태에서 단일한 교육 프로세스로는 도태된다는 의미다.

야성의 인재가 필요한 세상

이 시대의 학생에 대한 논의를 전개시키자 유영만 교수가 생각하는 6성급 인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6개의 성질을 함께 품는 인재만이 진정한 인재로서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6가지 성질이란 정성, 근성, 탄성(감탄할 수 있는 능력을 이른다), 감성, 지성, 야성이다. 그중 유 교수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야성이다.

"제도교육에 길들여진 학생들, 일상에 틀어박히게 된 이들은 아날로그적으로 몸을 자꾸 움직여서 체화시키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어요. 야성이 없는 지성은 지루해요. 또한 지성이 없는 야성은 야만이죠.“

유영만 교수의 말은 들을 때마다 쾌감이 느껴진다. 그것은 문제의 본질을 간결한 언어로 압축해내는 능력이다.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탁월한 형태를 발견할 수 있는 순간이다. 유 교수는 그를 위해서는 계속적인 지식 습득과 언어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가 7월 17일 부로 사색의 향기 문화원 5대 원장이 됐어요. 거기 취임사에서 그렇게 말했어요. 사색을 하지 않아서 사색이 되고 사고를 하지 않아서 심각한 사고가 나고 고전을 읽지 않아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책을 읽지 않아서 책임을 안지고 있다(웃음).”

▲ 캘리그라피에 푹 빠져 있는 유영만 교수는 페이스북,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등에도 이를 공유하고 있다.

언어를 다루는 능력에서도 짐작이 가는 바이지만, 유영만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다작 작가기도 하다. 인터넷서점에서 유영만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저작, 번역물, 감수, 오디오북까지 포함해서 71권의 책이 검색된다. 올해에만 <니체는 나체다>, <이익 제2주의 경영>, <베스트플레이어-개정판>이 나왔다. 인문학, HRD, 경영학, 자기계발까지 다양한 분야가 눈에 띈다. 그러한 활발한 활동에 비춰, 당연히 미디어의 활용법에 대해서도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저는 계속해서 다양한 매체에서 칼럼을 쓰고 있어요. 제 생각엔 그 수많은 칼럼들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브랜딩화되는 거 같아요. 칼럼을 쓰다 보니 제목이 중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가 강연하는 동영상들이 유튜브에 올라가 있어요. 동영상 또한 다양한 일반 동영상에서 텍스트 동영상까지 다양하게 방법을 강구해 볼 수 있죠. 어플로 만든 것도 있죠. 우선 카드북으로 만들었던 콘텐츠를 어플로 변환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접촉이 없는 소통은 쓸모가 없다

“요즘 사람들은 SNS로 소통은 하고 있는데 가까이 있는 가족하곤 소통을 못하고 있잖아요. 소통의 본질에는 접속을 통한 소통과 접촉을 통한 소통이 있어요. 접속을 통한 소통은 무한대로 이뤄지고 있지만 접촉을 통한 소통은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이에요.”

유영만 교수는 소통의 축제 같은 시대에 설레임과 기다림이 없어진 세상을 지적한다. 접촉이 없는 접속은 공허하다는 게 유영만 교수의 확고한 지론이었다. 무엇보다도 접속만이 존재하는 소통은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효과적이진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SNS를 충분히 활용하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적 접촉이 필요하다는 강조였다.

접촉이 있는 소통을 강조하는 유영만 교수의 마인드에는 아날로그적 포지션이 계속 느껴진다. 디지털 소통의 전도사로 유명한 유 교수의 기본에는 확인할 수 있는 신뢰성에 대한 지향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언급은 그의 저서에서도 꾸준하게 이뤄지던 바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SNS들을 유영만 교수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 중일까?

“블로그는 저의 창작창고, 글쓰기의 창고 역할입니다. 페이스북은 뜨거운 소통수단이죠. 트위터도 페이스북처럼 뜨겁긴 한데 어느 순간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에요. 설득력이 떨어질 때가 있고 허세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페이스북은 반응이 빠르고 트위터보다 인간적 신뢰감이 강한 느낌을 줘요.”

유 교수가 보는 SNS의 강점은 별도로 해야 한다고 작정하고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시간적 부담 없이도 모이고 모여서 지식의 보관소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였다. 그리고 그 지식의 보관소는 연결돼 있다.

“제가 쓴 책에 독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주는지, 그에 대한 격려, 비판은 어떤지에 대한 것도 쉽게 알 수 있어요. 아이디어를 얻는 도구로도 좋죠. 혼자 생각하면 한계가 있어도 다른 이들의 생각을 한 데 모아서 더 나은 결정체를 만들 수 있는 게 SNS입니다.” 두 가지 이상의 것들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융합이 지식인들에 요구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SNS에 의한 본질의 혼동 경계해야

이제 본격적으로 SNS의 문제를 다뤄 볼 차례다. 유영만 교수는 그 첫 번째로 근거 없는 사실들이 난무한다는 걸 지적했다. “SNS는 루머가 엄청난 속도로 루머를 전파시킬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채선당 사건을 보세요. SNS는 루머로 인해 굉장한 역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으로선 치명적일 수 있죠. 그래서 사실을 퍼뜨리기 전에 사실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봐요.”

유 교수는 또한 SNS를 통한 본질의 혼동을 경계했다. “너무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공개하는 것도 시간낭비 같아 보여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식사하는 장면을 찍어서 올리는 것을 보면 본질이 역전된다는 걸 느껴요. 식사를 하러 갔으면 식사를 맛있게 하는 것이 본질인데 먹고 있다는 걸 알리고 사람들이 보는지 안 보는지 신경 쓰고. 15분 이상을 몰입하지 못하는 현대인을 가리키는 쿼터리즘이란 말이 있죠. SNS가 발전하면서 더욱 심각해질 문제라고 봐요.”

유영만 교수는 얼마 전 블로그에 SNS의 칠거지악을 올렸었다. 그 7가지 악은 다음과 같다.

1. 비판의 빵보다는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데 주력하는 사람
2. 일리 있는 뉴스를 공유하기보다 근거 없는 오보를 날려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드는 사람
3. 인정하고 배려하기보다 일단 부정하고 배신의 칼을 품고 있는 사람
4.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포용하기보다 자기주장을 일방적으로 발설하는 사람
5. 도움이 되는 글을 올리기보다 자기 자랑이나 광고성 메시지로 도배하는 사람
6. 잘못을 인정하고 겸손한 태도를 취하기보다 자기 아집에 매몰된 사람
7. 따뜻한 마음으로 장점을 보듬어주기보다 단점만을 부각시키는 사람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보호, 그리고 글을 올릴 때 상대가 입을 피해에 대해 한 번 더 숙고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각해보세요. 굳이 퍼나르지 않아도 인생에 큰 문제는 안 생겨요(웃음).”

이것은 관계에 대하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조건으로 역지사지를 꼽는 유영만 교수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끝까지 들어보고 이해하고자 노력하라.” 이해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는 유 교수는 바른 인간관계의 해법을 ‘손해 보는 걸 감수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적자생존은 악다구니를 써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자를 보는 사람이 생존할 수 있다’라는 의미라는 유영만식의 해석이 본격적으로 관계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에 있어 유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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