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말하지 말자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말하지 말자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08.16 18: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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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주장 보단 현명한 PR 전략을 보여줄 때

[The PR=강미혜 기자] 자기 PR의 기본은 ‘렛 뎀 토크(Let them talk)’라는 말이 있다. 자신에 대해 다른 사람이 말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유독 ‘독도 PR’에서만큼은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가 독도 문제를 어떻게 보고 무슨 말을 하던 간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다.

▲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한 이후 한일 외교관계는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올해도 8.15 광복절을 기점으로 각계각층에서 독도 사랑을 마음껏 보여줬다.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독도를 직접 방문해 ‘독도=한국영토’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이어 11일(한국시간) 런던올림픽 축구 3-4위 한일전에선 박종우 선수가 승리 직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른바 ‘독도 세리머니’를 펼쳤다.

가수 김장훈도 독도를 주제로 이색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한국체육대 수영부 학생들과 함께 지난 13일부터 2박3일간 경북 울진 죽변항에서 독도까지 총 220km를 릴레이로 헤엄쳐 횡단했다.

국외에선 현지 교포가 ‘광고전’에 나섰다. 인터넷 커뮤니티 ‘호주나라’는 지난 15일 호주의 대표 일간지인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독도 광고’를 싣고 ‘DOKDO is a beautiful island in East Sea(독도는 동해의 아름다운 섬입니다)’란 문구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렸다.

그렇다면 이런 일련의 시도들은 독도를 우리 땅으로 명확히 하는 데에 과연 얼마만큼 기여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각계각층의 과도한(?) 독도 사랑은 도움은커녕 분란만 낳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단연 국제사회의 ‘시선’이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감정싸움에 대해 외신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영토 소유권을 둘러싼 국가 간 분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우리국민의 과도한 독도 사랑, 일본의 분쟁지역화 전략 도와주는 꼴

▲ 11일(한국시간) 런던올림픽 한일전 승리 이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그라운드를 누빈 박종우 선수. ioc는 이를 정치적 행위로 간주하고 박 선수에 대한 동메달 박탈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IOC는 박종우 선수의 세리모니를 ‘정치적 행위’로 간주하고 동메달 박탈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미국 CNN은 14일 김장훈의 독도 횡단 프로젝트에 대해 “외교적 분쟁(diplomatic row)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또 독도 광고를 실은 <시드니모닝헤럴드>는 16일자 신문에서 일본총영사관이 해당 광고에 대해 항의의 뜻을 표했고, 독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한일 양국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냉정하게 보면 국제사회는 독도가 누구 땅인지를 따지기보다, 두 나라가 하나의 섬을 갖고 소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독도를 영토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외교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반발하면 할수록 국제사회는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 분쟁에만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고, 결국 ‘독도는 우리 고유의 영토로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측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되고 만다.

독도를 PR하기 위해 지금처럼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와 같다. 한 마디로 너무 순진하다. 자칫 잘못하면 국제사회에서 논리적 근거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자기주장만 펼치는 모양새로 비춰질 가능성도 크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분쟁지역화 프레임에 더욱 말려드는 꼴이 된다.

이제부터라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오래된 구호를 버리자.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점은 역사적으로도 의심할 바 없는 명확한 사실인데 구태여 목 아프게 외쳐댈 필요가 있을까.

아무도 ‘제주도는 우리 땅’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독도도 우리 땅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당연함’을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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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소 2012-08-19 11:33:34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완전 개념글~ 생각없이 앵무새처럼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쳐대는건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