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통하고 정치인은 안통하는 ‘책정치’
안철수는 통하고 정치인은 안통하는 ‘책정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08.20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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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4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대선 출마 전제조건 ‘국민과의 대화’ 통했나

[The PR=강미혜 기자] 안철수 서울대융합기술대학 원장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이 지난달 19일 발간된 이래 4주 연속 정상을 지키며 ‘안철수 돌풍’의 신(新)근원지가 되고 있다.

안 원장은 책을 통해 사회 쟁점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대한민국의 비전, 청소년 문제 등 각종 사회 현안을 가감 없이 펼쳐내며 출간 당시부터 기존 정치권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그의 대권 행보를 기다리는 지지자들에게 <안철수 생각>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써 안철수 신드롬을 재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책에서 “정치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 국민의 기대와 열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내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과연 그 기대와 열망에 어긋나지 않을까?”라며 정치 참여에 대한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확정적 화법은 아니지만 안 원장이 평소 정치적 발언에 대해 크게 신중을 기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과감한(?) ‘선언’과도 같다. 정치권은 물론 대다수 언론이 책이 나온 직후부터 “안 원장이 사실상 대권 출마의사를 밝혔다”는 관측을 내놓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언뜻 보면 안 원장의 책 출간은 기존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정치PR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전통적으로 책은 정치PR의 단골수단이다. 정치인들의 개인사나 인생역정, 정치철학 등을 담는 그릇으로, 특히 선거철만 되면 우후죽순 격으로 나온다.

언론 아닌 국민 손 먼저 잡아

실제 여야를 막론하고 올해 대선 경선 레이스에 참여한 다수의 주자들도 책 정치에 속속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최근 <김문수가 말한다>를 발간했으며, 앞서 안상수 후보도 올 초 <안상수의 혼이 담긴 인천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민주당도 손학규 후보가 지난달 초 <저녁이 있는 삶>을 출간하고 경선 시기와 맞물려 북콘서트 행사를 갖고 있는 가운데, 김두관 후보 역시 지난 6월 초 <아래에서부터>를 내고 북뮤지컬 형태의 출판기념회를 가진 바 있다.

이들 정치인 대개는 책 출간을 통해 개인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효과를 보려는 것이 그 속내지만, <안철수의 생각>이 4주째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것에 비하면 그 결과는 다소 초라한 모습이다.

▲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안철수 원장의 저서 <안철수 생각>을 보고 있는 시민들.

대중은 왜 유독 안 원장의 책에 열광하는 것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놓고 보자면 소통의 1차 대상을 언론이 아닌 국민에 뒀다는 점이 단연 인상적이다.

안 원장은 책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SBS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책 출간을 기점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려 한다. 제 생각의 방향이 기대했던 수준과 맞는지 판단하라고 지지하신 분들에게 책을 준 것”이라고 밝히면서 대선 출마의 전제 조건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내걸었다.
 
통상 기성 정치인들이 저서를 집필한 후 출판기념회를 열어 기자(언론) 중심의 이슈파이팅을 하는 것과는 크게 차별되는 행보다.

신비주의 근간한 정치적 노이즈마케팅이란 비판도

일반 국민을 향한 안 원장의 이같은 대화 제의는 일단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진 듯하다. 출간 이후 50만부 이상 책이 팔려나가며 그야말로 기록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 이는 국민들이 안 원장의 대선 출마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안 원장이 신비주의를 근간으로 정치적 노이즈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 신인’이라는 신비주의 속성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출마에 대한 공식 답변은 회피한 채 저서 출판과 북콘서트 등의 이벤트로 대선 후보에 준하는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컨설팅업체 인뱅크코리아의 이재술 대표는 “다른 후보들이 정치인으로서 이름을 먼저 알리고 난 후에 책을 낸다면, 안철수는 책으로 먼저 자신을 알리는 케이스다”며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안철수식 책 정치가 먹히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이런 신비주의가 있고 없고의 차이다”고 해석했다.

이 대표는 또 안 원장의 행보를 ‘아이젠하워 전략’과 유사하다고 평하면서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은 선거 막판까지 기다리다 국민이 ‘아이크 아이크’(아이젠하워 애칭)를 연호하자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인데 기존 정치인스럽지 않은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안 원장 역시 이와 비슷한 전략으로 시너지를 내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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