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은 동네 북?
카카오톡은 동네 북?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2.08.2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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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언론사 ‘제목장사’에 곤혹스러운 ‘카톡’

# ‘다른 남자와의 카카오톡, 살인 불렀다’
# ‘여고생 자살 부른 카카오톡 집단 언어폭력’ ‘카카오톡 왕따 때문에 여고생 자살’

[The PR=서영길 기자] 위의 예는 지난 8월 초 한 대학생이 자신의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모바일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에 격분해 목 졸라 살해한 사건을 두고 한 일간지에서 붙인 제목이고, 아래는 얼마 전 일어난 집단 메시지 언어폭력으로 인해 자살한 여고생 사건에 붙여진 기사 제목들이다.

기사 타이틀만 놓고 보면 살인과 자살 같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사건이 마치 카카오톡 때문에 벌어진 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내용을 더 꼼꼼히 살펴보면 전혀 다른 각도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 혹은 가해자들이 카카오톡을 메시지 수신의 한 방법으로 사용했을 뿐, 카카오톡이 그 어떤 범죄 동기나 자살 원인을 제공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카카오톡을 앞세운 이런 낚시성 기사 제목들은 포털에 수십 건씩 올라온다. 언론으로부터 연신 두들겨맞으며 자살과 왕따 등 논란의 중심에 선 카카오톡은 결과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을 중심으로 청소년 자살을 막기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대책까지 내놓았다.

문제는 이런 낚시성 제목이 제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로 인식돼야 할 사건의 본질마저 흐리게 한다는 데 있다. 해당 사건을 통해 교육정책, 사회구조 등의 문제점을 짚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카카오톡 문제점’을  크게 부각시키는 데 열중하는 대다수 언론의 보도 행태는 아쉽다.

카카오톡의 잘못된 시스템으로 사회문제가 발생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책 마련은 당연하다. 하지만 언론사들의 이런 ‘제목장사’에 정작 이슈가 돼야할 본질은 사라지고, 애먼 카카오톡이 정부보다 먼저 나서 ‘청소년 자살을 막기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하는 이런 촌극이 몇몇 포털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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