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광고 대결
美 대선 광고 대결
  • 김찬석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2.08.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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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중시 확산 전략’의 오바마 vs. ‘적극적 대응·초월 전략’의 롬니

▲ 오는 11월에 치러질 미국 대선을 겨냥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치열한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The PR=김찬석] 오는 11월 미국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 캠페인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벌이는 광고 대결이 눈에 띈다. 

포문은 ‘회사들’이라는 제목의 30초 광고를 선보인 오바마 대통령이 열었다. 해당 광고는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롬니 후보가 열창한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을 배경 음악으로 깔면서 텅 빈 사무실과 공장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로스엔젤레스타임즈와 보스톤 글로브의 기사를 인용, 롬니가 회사 경영자와 주지사로 일할 때 멕시코, 중국, 인도에 일자리를 아웃소싱 했음을 부각시킨다. 현재 미국의 심각한 실업문제에 롬니가 상당부분 기여했음을 풍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abc 뉴스 기사를 활용, 롬니가 스위스 은행에 수백만 달러를 갖고 있다고 하면서 버뮤다와 케이만제도처럼 세금 천국을 원했다며 “미트 롬니는 해결책이 아니다. 그는 문제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이런 콘셉트의 광고는 콜로라도, 플로리다, 아이오와, 오하이오, 버지니아 등 미 대선 격전지 중심으로 방영됐다.


[관련 동영상] 오바마는 상대 후보인 롬니가 회사 경영자와 주지사로 일할 때 멕시코, 중국, 인도 등에 일자리를 아웃소싱 했음을 부각시키는 광고 캠페인으로 미국의 심각한 실업문제에 롬니가 상당부분 기여했음을 알렸다.

상대 겨냥한 ‘낙인찍기’ 전략의 결과는?

그러자 롬니 후보도 반격에 나섰다. 그는 “대통령이 진실을 말하지 않을 때 우리가 어떻게 그를 믿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30초 광고로 응수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와 펜실베니아대에서 운영하는 펙트체크(www.factcheck.org) 기사를 활용해 오바마 진영에서 주장하는 아웃소싱 공격은 사실이 아니며 증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급기야 이 광고는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리턴이 2008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부끄러운줄 알라”고 분개했던 장면까지 내보내고 있다. 또 결론으로는 “미국은 한 사람의 대통령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 오바마의 부정직한 캠페인은 버락 오바마 시대에 미국이 신뢰를 잃어버린 또 하나의 이유다”라고 말한다.

롬니의 대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CBS 시사프로그램인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의 사회자 밥 시퍼(Bob Schieffer), 뉴욕 타임즈 컬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 타임지 작가 마크 핼퍼린(Mark Halperin) 등을 또 다른 광고에 등장시켰다. “오바마 대통령 캠페인은 구태의연하고, 정확하지 않으며, 세계 유례없는 네거티브 광고”라고 말하는 장면을 편집한 30초짜리 광고였다. 


[관련 동영상] 롬니는 오바마측의 아웃소싱 공격은 사실이 아니며 증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강조하면서 미 국무장관힐러리 클리턴이 2008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부끄러운 줄 알라”고 분개한 장면을 내보냈다.

언론사, 언론인까지 등장시켜 가열되는 네거티브 공세전
 
이렇듯 두 후보 간 광고 대결은 상대방에 대한 ‘낙인찍기’로 시작됐다. ‘문제투성이 후보’와 ‘거짓말쟁이 후보’ 프레임을 구축해 상대방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경험 중시 확산 전략인 EIP(experiment-informed program)가 오바마의 전략이라면, 롬니는 오바마의 공격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오바마의 공격을 한 차원 높여서 공격하는 초월 전략을 사용했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주목효과를 높여 지지자를 결집시켜 선거 캠페인의 승기를 잡기 위한 네거티브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네거티브 전략은 자칫 부메랑이 돼 상대방이 아닌 자신에게 상처를 입힐 리스크도 있다.

눈에 띄는 또 다른 점은 언론사와 언론인이 두 광고의 주요 소재라는 것이다. 로스엔젤레스타임즈, 보스톤글로브 등이 오바마의 광고에 등장했다면 워싱턴타임즈, 팩트체크 등은 롬니 광고에 나왔다. 다른 한편에선 언론인의 광고 이용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자신의 의견이 의도치 않게 선거 캠페인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실제 롬니 캠페인 광고에 등장하는 밥 시퍼의 모습은 자신이 진행하는 CBS 프로그램에서 오바마 캠프 광고 고문인 데이비드 아셀로드(David Axelrod)와 이야기하는 것이었으며, 마크 핼퍼린의 경우 MSNBC에 출연해 말한 내용이었다.

네거티브 선거전 막는 유일한 길 ‘유권자의 힘’

두 후보가 경쟁적으로 벌이는 이 광고를 시작으로 정책 내용을 담은 광고들도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넌 이래서 문제’라는 식의 메시지를 뛰어 넘고 있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미국 언론인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의 특징이 네거티브 대결로 기록될지 모르겠다. 공직자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철저한 검증 전통을 갖고 있는 미국 유권자들이 ‘검증’과 ‘네거티브’ 사이에서 최종 결정을 어떻게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이와 관련, 미 서던캘리포니아대(USC) PR 센터장인 제리 스월링 교수는 “유권자들은 각 후보자가 진솔하고 순수하며 또 공직자로서 봉사하는 데에 자신만이 갖추고 있는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는 캠페인 전략을 반길 것”이라고 조언하면서 “이는 상대 후보자들에게 주로 요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현재의 흔한 캠페인 전략과는 반대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올 12월, 우리나라도 새 대통령을 선출한다. 이기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후보자들 간 네거티브 난타전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사실과 근거에 기초한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허위사실이나 왜곡, 과대 포장, 비방 등을 확대재생산하는 네거티브 선거는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수 있다.

이런 네거티브 선거전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나, 이웃, 그리고 사회와 국가를 위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자에게 유권자들이 한 발짝 더 다가가면 갈수록 네거티브의 힘은 약화될 것이다. 미 대선 선거 캠페인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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