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잡는 ‘제2 종편’ 출범한다고?
종편 잡는 ‘제2 종편’ 출범한다고?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2.09.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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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법 개정 추진에 통신사 웃지만 방송계는 긴장

[The PR=최훈길 기자] IPTV 법안을 둘러싸고 방송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논쟁의 핵심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이른바 IPTV 법안이다. 이 법안은 IPTV 가입자 규제를 권역별 가입 가구의 3분의 1에서 권역별 제한 없이 전국 유료방송 가입 가구의 3분의 1로 완화하고, 통신사들에게 IPTV 직접사용채널(직사채널)을 허용하는 안이 주요 골자다. 방통위는 이 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해 올해 안에 국회에서 처리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직사채널이다. 권역별 제한이 해제될 경우 현 IPTV 사업자가 서울·수도권 등에 영업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되는데, 이 규제 완화가 통신사에게 이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업계에 미칠 파장은 상대적으로 작다. 그러나 직사채널의 허용은 사실상 통신사가 자유롭게 방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다.

방통위는 이 법안의 취지를 ‘콘텐츠 및 투자 활성화’로 꼽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취지다. 현 정부 출범부터 유료방송 시장에서 줄곧 규제 완화를 외쳐온 방통위 입장을 고려해 볼 때 이 같은 취지가 일견 이상해 보이지는 않는다. 또 방통위는 IPTV 법안을 처리하면서 케이블 규제 완화와 관련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도 처리할 예정이다. 통신사, 케이블쪽 양쪽에 규제 완화를 ‘선물’하는 것처럼 보인다.

▲ 지난 2007년 한국케이블방송협회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케이블tv, iptv법 졸속 강행에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방통위, PP 아닌 통신사에 직사채널 허용…왜?

그래서 방통위쪽에서 주로 내세우는 논리는 ‘제로섬(Zero-Sum)’이다. 유료방송 시장의 양대 경쟁자인 통신사와 케이블 방송사에 똑같이 규제 완화를 해주고, 양쪽이 피 터지게 싸우며 시장을 쟁탈하는 싸움. 이 관점에서 보면 IPTV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케이블쪽 반발은 현 시장을 두고 사업자들끼리의 ‘이전투구’로 치부된다.

물론 이런 관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직사채널에 집중해 꼼꼼히 살펴보면 법안을 추진하는 맥락이 다르게 읽힌다. 주목되는 점은 ‘왜 직사채널인가’이다. 방통위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아닌 통신사에 직사채널을 왜 허용하는지다. 이것은 직사채널의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직사채널을 가진 사업자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종편)나 PP처럼 드라마나 교양, 오락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지만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물론, IPTV 법안에는 직사채널에 보도 장르를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유사 보도 채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IPTV 사업자가 전 장르의 방송을 할 수 있게 된다. 보도·시사·교양·드라마·예능을 섭렵하는 ‘제2 종편’을 허용해주는 법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통위가 가입자 수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통신사들에게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 방송채널을 안겨줘 ‘특혜’를 준다는 주장, 재벌 소유 전국 방송이 탄생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법안 내용 때문이다. 현 정부 초기에 신문이 방송을 겸영할 수 있게 해 ‘종편 특혜’ 논란이 일었는데, 현 정부 말기에는 통신이 방송을 손쉽게 할 수 있게 해 ‘통신사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셈이다.

이 법안이 처리된다는 전제로 업계 전망을 관측해 보면, 개별 회사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통신사 중에서는 KT가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현재 IPTV 가입자 수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KT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에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IPTV와 달리 위성방송으로서 가입자 상한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최근 KT스카이라이프는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유료방송 가입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법안이 처리될 경우 KT가 직사채널을 통해 규제를 거의 받지 않고 방송을 하며,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선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가입자를 늘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최근 KT는 ‘미디어&콘텐츠(M&C)’ 부문을 설립해 향후 ‘탈통신’ 취지로 방송 사업에 전사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방송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통신사 중에선 KT가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방송계쪽에서는 ‘피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미 지상파와 케이블쪽 모두 이 법안 처리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편에 약 먼저주고 병 주는 정부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KT, SKT, LG 등 거대 통신재벌에게까지 모든 규제를 풀어주는 무한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초막장 자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케이블TV협회도 “환경 변화에 따라 세부 내용을 개정하는 건 가능하지만, 법의 근간과 정책 취지를 뒤엎는 건 입법 권한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논평했다. 지상파와 케이블 모두 IPTV 법안 처리에 달갑지 않은 입장인 셈이다.

주목되는 점은 이 법안이 처리될 경우 현실적으로 방송사들이 받는 피해다. 지상파의 경우에는 ‘지상파 프리미엄’이 있어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고, CJ E&M의 경우에도 콘텐츠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맷집’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종편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종편은 지난해 12월 개국 이후 시청률이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고, 광고 매출도 예상보다 턱 없이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올해 말, 내년 초에는 유럽발 경제 위기까지 본격적으로 내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광고 시장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종편을 탄생시킨 현 정부가 오히려 종편에 타격을 주는 법안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일관된 방송 정책이 없는 현 정부의 ‘민낯’을 보여주는 게 아닌지 IPTV 법안의 ‘역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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