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꾀하는 CNN
반전 꾀하는 CNN
  • 김찬석 (admin@the-pr.co.kr)
  • 승인 2012.09.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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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타임 시청률 40% 급락…돌파구는 어디에?

[The PR=김찬석]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 CNN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중 하나로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미디어 메가 브랜드다. 글로벌 홍보의 필요성이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CNN은 전 세계인에게 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미디어 아울렛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 cnn 온라인판 화면 캡처.

CNN의 강력한 미디어 파워는 우리나라 국가 홍보에도 종종 기여해 왔다. 일례로 2009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나라는 국가 홍보물을 애틀랜타에 본부를 둔 CNN을 통해 내보낸 바 있다. 한국으로 가는 성형수술 관광 붐을 뜨겁게 달군 것 역시 지난 8월 방영된 “세계 성형수술 수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CNN 특집기사가 도움이 됐다. 유튜브에서 1억건 이상 조회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미국의 새 문화 아이콘으로 공증 받게 된 데에는 지난 9월 초 LA를 방문한 싸이의 인터뷰와 함께 강남스타일을 소개한 CNN 보도가 한몫했다.

언론인의 긍정적인 CNN 평가도 있다. 우리나라 한 언론인은 “CNN은 세계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는 강점이 있다. 풍부한 해설을 곁들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매체로서 포지셔닝이 잘 돼 있다. 특히 뉴스 선택 및 제작 과정에서 신중하고 가치중립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널리즘에 가장 충실한 뉴스 채널이라고 본다”고 평한 바 있다.

“32년 역사에서 최악의 위기”

그런데 미국 내 속사정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CNN이 1980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CNN에 대한 미국 시청자들의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로스엔젤레스타임즈는 최근호(8월 26일 일요판)에서 “CNN이 32년 역사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정치 토론을 장악했던 CNN이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프라임타임 시청율이 40% 이상 떨어졌다는 것. 반면에 폭스뉴스는 18%, MSNBC는 37% 증가했다.

▲ 미국 cnn방송 래리킹 라이브의 진행자였던 래리 킹(larry king). 래리 킹 시절엔 경쟁이 없었는데, 지금 cnn은 중간에서 경쟁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CNN 프라임타임 시청률은 1위 폭스뉴스와 2위 MSNBC와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태다. 지난 5월 한 달을 예로 들면 CNN의 프라임타임 평균 시청자 수는 38만9000명으로, 이는 67만4000명에 달하는 MSNBC의 1/2 수준이며, 170만명 가량인 폭스뉴스의 1/4인 셈이다. 가히 CNN 프라임타임 시청률이 ‘재앙’이라 불릴 정도다.

CNN의 이같은 시청률 부진에 대해 미디어 비평가들은 타임워너가 소유하고 있는 CNN 보도가 “따분하고 중구난방”이라고 공격한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CNN의 변화가 진작 이뤄졌어야 하는데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CNN의 시청률 부진에 대해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와 진보 성향의 MSNBC 사이에서 CNN의 자기 정체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폭스뉴스에 치이고 MSNBC에 받치는 CNN의 처지 

이런 상황에서 CNN이 반전 카드를 뽑아들었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9·10·11월 세 달 동안에 CNN을 바라보는 회의론자들의 말이 맞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버락 오바마와 미트 롬니의 대결로 압축된 대통령 선거에서 전통적 경쟁 우위를 갖는 정치 뉴스와 토론에서 선두를 탈환함으로써 시청률을 반전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CNN의 첫 조치는 시청자의 눈과 귀를 붙잡는 24시간 뉴스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 민주 양당의 전당대회가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각각 4일씩 열렸을 때 새벽 5시(미 동부시간 기준)에 전당대회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으며, CNN 앵커 피어스 모건이 진행하는 미드나이트 인터뷰를 통해서 시청자들의 정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두 번째 조치는 화제성 있는 출연자들을 통해 뉴스 흡입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CNN 최고 스타 앵커로 지난 7월 커밍아웃을 선언한 앤더슨 쿠퍼가 진행하는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시청자를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이 라운드테이블에는 부부 정치평론가로 널리 알려진 친 민주당 남편 제임스 카빌과 친 공화당 아내 매리 매털린이 나와서 정치 입담을 보여준다.

▲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받는 cnn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전통적 경쟁 우위를 갖는 정치 뉴스와 토론에서 선두를 탈환하겠다는 자구책을 세워놓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cnn 주최로 열린 미 공화당 대선 후보 tv토론회 장면.

뉴스 제왕 vs. 시청률 재앙의 갈림길…4가지 반전 카드로 승부수

세 번째 조치는 수백만 달러를 들여 만든 새 스튜디오다. 워싱턴에 조성된 ‘CNN 선거 센터’를 통해 미 대선에 관심을 갖는 시청자들을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와 결합하고, 통계 구루(guru)인 존 킹을 등장시켜 ‘매직룸’을 통한 입체적이고 생생한 뉴스를 전해주겠다는 의도다.

마지막 조치는 경영진 교체다. CNN 월드와이드 짐 월톤 사장은 “CNN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고(new thinking)’”라고 말하면서 “올 해 말에 CNN을 떠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종합하면 CNN은 현재 새로운 포뮬러를 찾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쟁이 느슨한 상태에서 선점 효과를 유지해온 CNN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포맷이나 공식 같은 것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래리 킹(Larry King)을 시작할 때는 경쟁이 없었는데, 지금 CNN은 중간에서 경쟁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는 CNN 진행자 피어스 모건의 말은 함축적이다.

뉴스 소비자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 내는 독해 실력과 이에 부응하는 실행 능력에 따라 CNN이 ‘뉴스 제왕’ 자리를 다시 차지할 것인지 아니면 ‘시청률 재앙’의 길로 갈 것인지가 판가름 날 듯하다.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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