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복고 상품성 매우 크다
90년대 복고 상품성 매우 크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2.09.1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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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硏 보고서…“기업에겐 기회 될 것”

▲ 영화 '건축학개론' 포스터(사진 왼쪽)와 tvn 드라마 '응답하라1997'.

[The PR=서영길 기자]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시작된 90년대 열풍이 드라마 ‘응답하라 1997’까지 이어지며, 복고형 감성코드가 요즘 대세로 부각되고 있다.

몇년전 종종 TV나 라디오에서 불과 20여년 전인 90년대를 컨셉으로 방송할 때만 해도 소수의 취향에 그치는 ‘그들만의 복고’였다. 그러다 영화 건축학개론이 흥행에 성공하며 복고 열풍의 기폭제가 됐고, 이 같은 90년대 감성코드는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원 김나경 선임연구원은 “90년대는 기술,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은 시기였다”며 “90년대 주 소비층인 30대가 이 시기에 대한 향수와 현 시대의 심리적 어려움, 문화적 욕구를 일으키며 90년대 열풍을 가지고 왔다”고 분석했다. 

또 이 같은 90년대 복고 열풍에 대해 김 연구원은 “복고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트렌드는 아니지만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며 항상 소비자와 함께 했다”고 설명하며, “90년대를 공감할 수 있는 세대에게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기업의 몫’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속한 변화

17일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90년대와 통한 2012년의 복고형 감성코드’란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이 복고를 찾는 이유로 ‘위안’과 ‘익숨함’을 꼽았다. 과거 따뜻하고 즐거웠던 추억을 꺼내보며 ‘위안’ 받고 싶은 욕구는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더욱 강해지고, 스트레스, 고독, 치열한 경쟁, 실업,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경험하는 요즘 현대인들은 복고를 더욱 찾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익숙함’이 더해지며 복고 열풍이 가속화 됐다. 이는 최신가요나 최신기기 등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인 것.

사실 복고라고 하면 ‘7080’의 문화, 즉 세시봉이나, 통기타로 대변되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복고는 가까운 과거인 90년대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는 90년대 복고의 주 소비층이며, 현 경제 주도층인 30대를 통해 주로 이뤄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90년대에 대해 “90년대는 아날로그 시기에서 급격하게 쏟아지는 디지털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로 정의하며 “음악을 듣는 방식의 경우 고작 10년 동안 LP, 카세트테이프, CD, MP3로, 소통방식도 손 편지에서 나우누리, 하이텔 등과 같은 PC통신으로 빠르게 바뀌었고, 또 삐삐(무선호출기), 시티폰, PCS라는 다수의 이동 통신 기기의 교체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90년대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1998년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며 기업들의 줄 도산사태가 벌어졌고, 당시 대학 졸업자들은 백수 신세로 전락했다.

▲ '응답하라1997'에 나온 pc통신 '하이텔' 화면.

이같은 90년대의 혜택과 좌절을 동시에 맛 본 30대들이 복고를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연구원은 ‘30대의 심리적 부담감’에서 원인을 찾으며 “과거에는 30대가 되면 결혼하고 자식 낳고 열심히 돈 벌어 집을 사는 것이 분명한 목표였다. 그게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삶이었고 대부분 이러한 목표를 의심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면 됐다”며 “하지만 오늘날은 다양한 가치가 존재하고 삶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렇게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의 탈출구로 단순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잠시나마 돌아가고자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30대들이 한 가지 목표에 매진하기 보다 다양한 문제에 대해 쉬지 않고 고민하며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문화 소비를 통해 성장한 현재 30대의 충족되지 않은 문화 욕구가 적극적인 90년대 문화 소비로 이어진 것도 한 이유다.

김 연구원은 “30대들은 10대 아이돌 음악을 즐기기도 힘들고 나이 제한에 걸려 클럽에 가기도 어색하다. 이런 그들이 90년대 음악 전용 클럽과 그 시대 가요를 리메이크해서 불러주는 음악 프로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90년대 시대적 구분선, 다른 시대보다 더 짙어”

90년대 복고는 아직까지는 문화영역에 한정돼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며, 이전 7080 복고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화 상품을 제외하면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오락실용 게임이나 ‘팩맨’ 등의 게임들이 스마트폰 게임으로 재등장한 것 정도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7080 시대의 복고가 광고, 패션, 가구, 제과,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으로 재등장했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90년대 코드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영역은 문화 영역 외에도 다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7080과 관련된 복고 관련 상품은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그 영역을 넓혀왔다. 특히 복고 상품이 자주 출시되는 영역은 식품으로, 7080 복고의 정서를 잘 활용한 식품의 예로 탄산음료 ‘오란씨’를 들 수 있다. 1971년 출시된 오란씨는 70~80년대 모습을 재현한 광고에 귀에 익숙한 CM송을 활용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삼양라면 ‘더 클래식’과 하드, 산도 등과 같은 복고 식품도 계속 리바이벌 되고 있다.

화장품 영역에서도 제품명에 7080을 붙이거나 여성을 복고풍 이미지로 표현하는 등 복고의 적용이 활발하다. 65년 만에 재탄생한 ‘럭키크림’이 이에 해당한다. 해방 직후 인기를 끌던 이 크림은 소비자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새로 접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호기심과 구매의 즐거움을 더해 주고 있다.

▲ 90년대를 풍미했던 pc통신업체들.(자료출처: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첨단을 반영하는 IT 기기도 복고 적용의 예외가 아니다. 특히 복고의 감성을 IT기기에 적용하는 것은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로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첨단기술을 의미하는 ‘디지로그’가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면 라디오 선국 다이얼, 로터리 스위치, 진공관 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마트폰을 도킹할 수 있는 오디오, USB 커넥터가 달린 LP 플레이어, 필름 카메라의 외형을 닮은 디지털 카메라 등이 복고의 감성을 적용한 IT 제품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복고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던 소비 코드라는 점과 90년대 복고의 주 소비층인 30대가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중요한 세대로 성장했다는 점, 또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90년대 복고의 상품성에 대한 긍정적 예측이 가능하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90년대라는 시대적 구분선은 기술적,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다른 시대 구분선보다 더 짙어 보인다. 그만큼 그 시대를 향한 향수도 쉬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그렇기에 90년대라는 과거를 공감할 수 있는 세대에게 복고를 통해 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기업의 몫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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