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입’이 우려스럽다
안철수의 ‘입’이 우려스럽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09.2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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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미디어트레이닝도 안 된 사람이 대변인이라니…
▲ 안철수 대선 후보와 유민영 대변인(오른쪽)이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걸어나오고 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대선주자와 대변인은 분신관계가 전제조건이다. 후보의 이미지를 만들고 전달하는 역할을 대변인이 맡고 있다.

대변인이 대선주자 스타일과 달리 자기 개성과 주관대로 움직인다면 이미 각인된 이미지에 상처를 주기 쉽다. 국민 입장에선 대선주자든 그의 참모든 모두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과의 접촉이 많은 대변인의 경우는 더하다. 만약 모시는 대선주자의 이미지와 정반대로 자기스타일대로 간다면 국민들은 실망할 수가 있고, 그 영향이 대선주자에게까지 미친다.

얼마 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의 공보위원이었던 정준길씨는 이 점을 간과했다. 그가 출근길에 던진 말 한마디는 매머드급 핵폭풍으로 돌변해 자신뿐만 아니라 박 후보에도 비수가 돼 돌아왔다.

그 여파가 박 후보의 표를 얼마나 갉아먹었을 지는 가늠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모름지기 대변인은 자신의 생각과 몸가짐으로 행동하기보다 자신이 보필하는 후보의 분신이 돼야 함을 보여주는 뼈아픈 교훈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안철수 후보의 대변인에게도 엿보인다. 오늘이다.

“더피알에서 이런 걸 왜 기사화하는 겁니까?”

안철수 대선 후보의 대변인 유민영씨가 수화기 너머로 건넨 말이다.

19일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바로 다음날인 20일, 여러 보수언론에서 안 후보에 대한 검증의 칼날을 들이대며 갖가지 의혹을 보도했고, 기사 내용 중 안 후보측의 뚜렷한 입장 표명이 나타나지 않아 유민영 대변인에게 들으려는 목적으로 전화한 터였다.

기사 내용에 대해 얘기하자 유 대변인은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던 터라 확인을 못했다”면서 입장 표명은 유보한 채 “더피알을 아는데 더피알에서 왜 정치 기사를 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자의 질문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답변했다.

정치 분야도 결국은 커뮤니케이션, 소통으로 귀결되는 것이니 그러한 측면에서 기사와 관련된 안 후보측의 얘기가 듣고 싶은 것이라 설명했더니 “보수언론의 의혹은 그간에도 있어왔던 것이고 (진위여부가) 궁금하면 기자가 취재해서 알아내야지 이런 식으로 물어보면 어떻게 하느냐”고 오히려 되묻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사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쪽에선) 별도로 해줄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동안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궁금한 걸 묻는 미디어의 기본 생리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가 어떻게 국민을 상대로 소통하고자 하는 대통령 후보의 대내외 귀가 되고 입이 되는 자리에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다.

평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소통, 상식에 근거한 정치를 펼치겠다고 하는 안 후보의 소신과는 분명 괴리가 있는 태도였다. 설사 초등학생이 궁금해 하더라도 그런 식의 답변은 피했어야 했다. 기자가 묻는 내용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상식적인 선에서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안철수 대선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일까. 국민과 먼저 소통하고 난 후 오랜 숙고 끝에 대한민국을 바꾸고 싶다고 천명한 정치 신인의 진정성, 그래서 그를 보필하는 측근들도 정치인이 아닌 소통하는 보통 사람으로 국민과 마주하길 바랐다.

하지만 정치 신인의 곁에 보통 사람은 없었다. 대신 기성정치의 냄새가 강하게 밴 어느 정치인이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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