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전기를 멈추다
SNS로 전기를 멈추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09.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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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효험’ 톡톡히 경험한 한전…하반기에도 ‘keep going’

유난히 무덥고 습했던 지난여름,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홍보실엔 ‘전운’이 감돌았다. 작년과 같은 ‘블랙아웃’(대규모 광역 정전사태)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비전력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매 순간 전력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무엇보다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최대 관건. 이를 위해 한전이 야심차게 뽑아든 카드는 ‘SNS 절전 캠페인’이었고, 뉴미디어실이 미션 수행을 위한 첨병 역할을 했다.

▲ 김종래 한전 소셜미디어실장이 여름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실시한 sns 캠페인 ‘모듬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The PR=강미혜 기자] 올해 한전이 여름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실시한 SNS 캠페인은 ‘모듬전’이다. ‘모두를 위한 듬직한 전기’의 줄임말인 이 캠페인은 범국민적 절전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7월 9일부터 8월 말까지 약 두 달 간 한전 공식 페이스북(fb.me.com/iamkepco)과 트위터(@iamkepco)를 통해 진행됐다.

단순히 ‘절전운동에 동참해 주세요’라는 호소성 문구는 아니었다. ‘절전 꺾기도’ ‘절전예비율 맞추기’ ‘절전 인증샷’ ‘깜짝 플래시몹’ 등 각종 프로모션과 이벤트 등 재미 요소를 결합해 참여를 독려하는 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결과적으로 모둠전은 여름철 전력 수급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예비전력이 위험 수위로 치닫기 전에 국민들이 먼저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관련 내용을 공유·확산시키며 ‘차단 활동’에 나섰기 때문. 김종래 한전 뉴미디어실 실장은 “상황실에서 실시간 전력 수급현황을 ‘준비-관심-주의-경계-심각’ 등 5단계로 나눠 알려오는데 그 즉시 SNS를 통해 전파했다”며 “지난 8월 9일에도 블랙아웃 될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에 이같은 절전 운동을 전개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그 효력을 설명했다.

캠페인 과정에서 이뤄진 ‘소셜 협업’도 톡톡히 한몫했다. 모둠전을 진행하며 법무부와 지경부, 문광부 등의 정부부처를 비롯해 KT, 대한항공, LG전자 등 민간 기업들과의 SNS 공유로 콘텐츠 확산력을 끌어올렸다. 김 실장은 “역시 소셜은 소셜이라고 민간과 공공 너나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며 “온/오프상의 여러 기관, 단체들과의 교류를 통해 캠페인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소셜 협업’으로 절전 캠페인 시너지 ‘UP’

절전이라는 1차적 목표 달성 외에도 모둠전은 한전의 ‘숨겨진 속살’(?)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한전은 그간 일반 국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해주는 회사로만 인식될 뿐이었다. 더욱이 ‘누진세’ ‘전기요금 인상’ 등 다소 부정적 이슈가 얽히며 기업이미지는 계속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모듬전을 통해 예비전력이 뭔지, 또 전력수급 현황 등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과정에서 한전은 무슨 역할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국민과 대화하는 지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소통하는 한전’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물론 아직까지 전기요금 인상과 누진제로 인한 요금 폭탄 등의 현안이 말끔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껄끄러운’ 얘기들이 SNS안에서 공론화된다는 것만으로도 한전 50년 역사에서의 큰 변화라 할 만하다. 김 실장은 “홍보실과 뉴미디어실이 힘을 합쳐 절전은 물론 전기 요금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국민 이해를 구했다”며 “이번 여름을 지나면서부터 국민들이 한전에 대해 좀 더 많이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둠전을 진두지휘한 뉴미디어실은 여러 SNS 계정을 아우르면서 한전의 모든 소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전담하는 부서다. 지난 2월 김중겸 사장의 직접 지시 아래 홍보실 산하로 신설됐다. 김종래 실장을 필두로 진용규·김미연 차장, 조인애 사원, 인턴 이혜민씨 등 5명이 활약한다. 뉴미디어실은 지난 4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동시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미투데이와 핀터레스트, 유튜브 등으로까지 채널을 다변화하며 고객(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한 선봉에 섰다.

▲ 한전의 소셜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고 있는 뉴미디어실 직원들. 왼쪽부터 진용규 차장, 김미연 차장, 김종래 실장, 조인애 사원, 인턴 이혜민씨.

소셜 공간에선 ‘껄끄러운 얘기’도 오케이

성과도 상당하다. SNS 기업계정이 문을 연 지 약 5개월 만에 팬 및 팔로어수가 4만명에 육박하며 공기업 SNS 선두주자 반열에 올라선 것. 최근엔 블로그산업협회에서 주최한 ‘2012 대한민국 SNS어워드’에서 공공기관 대상을 수상하며 대외적으로도 진가를 인정받았다.

김 실장은 “수치만을 놓고 소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많은 팬을 확보하며 순항하고 있다는 점에선 내부적으로도 고무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며 “사장께서도 매일매일 소셜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받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뉴미디어실이 앞장서 국민과의 SNS 소통을 활성화하면서 한전의 기업이미지 또한 크게 올라갔다. 과거엔 언론을 통해 전기요금 관련 이슈로만 회자되던 곳이 이제는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보다 사적인 채널을 거치며 일반 국민과 손쉽게 이야기하는 ‘친근한 기업’으로 재포지셔닝되고 있다.

김 실장은 “페이스북 담벼락으로 종종 ‘한전이 친구처럼 느껴진다’는 피드백을 받곤 한다”며 “같은 실의 진용규 차장의 경우 20년간 한전맨으로 살아왔는데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SNS를 통해 국민과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뉴미디어실은 소셜에 대한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반기부턴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도 적극 가담한다. SNS를 구심으로 한전 산하 전국에 흩어져 있는 14개 지역본부를 보다 긴밀히 연결시켜나간다는 계획. 김 실장은 “10월 중순까지 전국 각 지역본부를 순회하는 SNS 교육 일정이 잡혀 있다”며 “그간엔 서로 떨어져 있다 보니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SNS가 전국 3만7000여명의 한전 식구(계열사 포함)를 묶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한전은 지난 7~8월 두 달 간 공식 페이스북(fb.me.com/iamkepco)과 트위터(@iamkepco)를 통해 sns 절전 운동 캠페인 ‘모둠전’을 진행했다. 사진은 한전 페이스북(왼쪽)과 한 외국인이 올린 ‘절전 인증샷’.

사내 SNS 소통에도 박차…10월까지 전국 14개 지역본부 순회

대외적으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감으로써 SNS 소통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우선 10월 중으로 기업블로그를 추가 개설한다. 김 실장은 “블로그를 통해 한전 안의 깊은 이야기, 가령 해외사업이나 제주본부, 수혜현장대책반, 사회봉사단 등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내부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파워블로거 및 SNS 서포터즈와의 교류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외부 파트너들과 손잡고 콘텐츠를 풍성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기업이라는 업의 특성에 맞는 이색 이벤트도 기획중이다. ‘앤도몬도(endomondo)’라는 이름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온라인 캠페인이 그것. 엔도몬도는 걷기와 달리기, 사이클, 수영 등 각종 운동을 기록할 수 있는 앱으로, SNS를 통해 지인들과 운동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공유가 가능해 큰 인기다.

김 실장은 “운동과 에너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데 이 부분에서 앤도몬도가 에너지기업인 한전의 색깔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추석 이후인 10월 중순을 목표로 재미와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신규 캠페인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한전과 같은 공기업이야 말로 SNS 소통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말한다. 상업적이지 않은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곳이고, 정책에 대한 이해를 구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인’이라는 의미의 ‘소셜(social)’과 더없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일반 기업의 제품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좋은데, 한전의 경우 전기가 많이 팔린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그래서 더 고객(국민)과 더 많이 대화하고 스마트한 소비를 권장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SNS를 통한 진솔한 대화로 한전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지금까지 우직한 공대생과 같은 이미지였다면 소셜을 통해 국민에 애정주고 사랑받는 ‘달달한’ 한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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