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방송 종료 자막, “해도 너무하네”
아날로그 방송 종료 자막, “해도 너무하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2.09.28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내자막이 화면 절반…시청권은 어디로?

[The PR=서영길 기자] “뉴스속보도 아니고 무슨 안내자막이 이렇게 커?”

서울 신림동에 사는 유모씨가 TV를 보며 참다못해 내뱉은 말이다. 유씨는 얼마 전 이쪽으로 이사를 오며 집주인으로부터 유선방송이 안 들어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성능 좋은 실내용 안테나를 갖고 있던 유씨는 지상파만 보면 될거라는 요량으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처음 TV를 켜고 한창 보고있으려니 ‘보고있는 아날로그 TV는 앞으로 정상적인 시청이 어려우니 정부지원을 신청하라’는 파란색 안내자막이 화면의 절반 가량을 덮으며 갑자기 나타났다. 곧 사라질거라 생각했던 자막은 10분이 지나서야 화면에서 사라졌다.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일어나자 유씨는 TV 보는 것을 포기했다.

현재 유씨와 같은 불편을 겪고 있는 가구는 전국적으로 약 25만 가구로 추정된다. 이들 가구는 디지털 컨버터를 달거나 디지털 전용안테나로 바꾸지 않는 이상 올 말까지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청료는 ‘꿀꺽’ 시청권은 ‘제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2010년 9월, “오는 2012년 12월 31일 새벽 4시를 기해 전국적으로 모든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방송으로 바뀐다”고 밝히며, 일반 안테나로 TV를 시청하고 있는 가정에 ‘아날로그 방송종료’를 알리는 자막을 올 1월부터 삽입하기 시작했다.  

처음 안내자막은 화면의 3분의 1 크기였다. 그러다 4월 들어 자막의 크기가 조금 더 커졌고, 지난 7월12일 이후로는 화면 절반을 가리는 크기로 늘어났다. 방통위는 올해 말 종료 2주를 앞두고는 ‘가상종료’의 일환으로 화면 전체를 안내자막으로 덮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같은 일방적인 방통위의 안내자막 때문에 시청권을 잃은 시청자들의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 안내자막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서울 신대방동에 사는 김모씨는 “시청료는 당연하게 받으면서 화면 절반을 가리면서까지 고지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한 번 올라온 자막이 10분간 지속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덧붙여 김씨는 “디지털전환으로 유도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정부 정책이 너무 강압적으로 느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디지털 방송으로의 효과적인 전환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디지털방송전환추진단 김광의 연구사는 “모든 TV시청 가구에 다 이런 안내가 나가는 것은 아니다. 아날로그 방송을 수신하고 있는 가구에만 나간다”며 “종료일에 임박해 전환 지원자가 몰리게 되면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을 대비해 방송사와 협의 하에 안내자막 비율을 높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지나치게 큰 안내자막에 대해 김 연구사는 “각 지역별로 자막방송추진단을 두고 방송편성책임자, 지자체 관련자들이 회의를 통해 정한 방법”이라며 “지난 2010년 통계청 조사결과 지상파TV를 시청하고 있는 1734만2000가구 중 3.2% 정도가 아날로그 방송을 보고 있었지만, 지금은 디지털전환 유도로 1.4%까지 내려갔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사는 안내자막이 노출되는 시간에 대해서는 “현재 각 방송사별로 하루 10분씩 8회, 총 80분이 정해져 있다. 노출 시간대는 방송사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강압적으로 시청권을 방해한다는 시각보다, 앞으로 방송을 보는데 문제가 없게 하려는 정책적인 측면으로 봐달라”고 전했다.

시민단체, “방통위 일방적인 방식이 문제”

하지만 시민단체는 방통위의 이런 안내자막 방식에 대해 개선의지가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YMCA 시청자 시민운동본부 한석현 간사는 “그동안 여러 시민단체가 토론회, 방통위 간담회 등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 간사는 “디지털전환에 대한 고지를 전혀 안할 수는 없으니 자막고지 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소수의 시청자지만 시청료를 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청권을 제약하는 지금 같은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자막만 키운다고 큰 홍보효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충분히 다른 방식으로 해당 시청자들이 디지털전환에 대한 문제를 인식할 수 있음에도 방통위가 자기들이 정해놓은 방식으로 그대로 가고 있다”고 전하며 “시청자가 어떻게 이 사안을 충분히 인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현재 국내 아날로그 방송은 지난 2010년 시범적으로 전남 당진과 충북 단양이 종료된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제주도가 종료됐다. 올 들어선 지난 8월16일에 울산광역시가, 9월24일엔 충청북도가 아날로그 방송을 마치고 디지털로 전환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