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 시대, 잡지의 미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 잡지의 미래는?
  • 김영순 편집장 (ys.kim@the-pr.co.kr)
  • 승인 2012.10.16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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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향 콘텐츠의 디지털매거진으로 변화하는 것만이 살 길

“이제 영화평론가들이 글을 실을 수 있는 잡지는 <씨네21>밖에 안 남았더라”라는 영화평론가들의 말을 대변하 듯, 지금 잡지라는 매체는 점점 죽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 <엘르 한국판>을 내던 HEM코리아가 파산했고, 학원사의 대표 잡지인 <주부생활>은 더북컴퍼니로 넘어갔다. 어느 틈엔가 잡지는 정보의 속도 면에서는 인터넷에 뒤지고 판매 면에서는 사라져가는 서점들 때문에 효율성이 없는,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지경에 도달해 있었다. 그러나 ‘있었다’는 과거형 표현이다. 잡지 매체가 살아날 수 있는 조짐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조짐이란 바로 ‘디지털매거진’이다.

[The PR=김영순 편집장] 요즘 사람들이 지난 2009년에 나온 서동진 계원예대 교수의 저서 <디자인 멜랑콜리아>를 읽으면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 책은 잡지 디자인이 디자인 산업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잡지가 트렌드의 주류에 섰던 건 이미 오래 전 얘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디자인 멜랑콜리아>에서 다뤄졌던 잡지를 둘러 싼 그 치열한 논의들은 고작 3년 전 일이란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한때 잡지는 명백히 시대의 지표였다.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최신의 정보들을 실어 나르고, 시대의 유행을 이끌었던 게 잡지의 힘이었다. <타임>, <라이프>처럼 기념우표와 비슷한 역할을 했던 역사적 잡지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물론 잡지의 의미가 지금 시대에도 완전히 퇴색해버린 건 아니다. 여전히 <타임>지 표지 인물은 간간이 화제의 대상에 오르며 <롤링스톤>지에 실리는 가수들은 당대 팝컬쳐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엔가 잡지는 우리들의 시선에서 상당수가 사라져 있다.

▲ 여러 잡지를 모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넥스트페이퍼 엠앤씨의 ‘탭진’ 화면.

잡지, 위기의 시대 맞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잡지의 자리가 부재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다. 첫째, 우리가 잡지를 볼 루트 자체가 사라져가고 있다. 출판업계 전반의 불황과 함께 도매상의 지속적인 몰락, 서점수의 급속한 하락은 잡지를 걸어둘 장소 자체가 없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두 번째는 정보의 신선함에 있어 아날로그 매체인 잡지가 인터넷의 속도전에서 뒤져버렸다는 점에서다. 잡지가 강력한 전문가 필진을 필두로 매월 새로운 정보를 전해줬던 건 21세기가 도래하기 직전의 좋은 시절 이야기다.

2012년에 이르러 정보의 소스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고, 전문가들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 글을 올린다. 정보의 홍수를 통해 소비자들은 점점 자신만의 정보에 대한 해석 기준을 갖추게 된다. 굳이 잡지라는 필터를 거쳐 정보를 소비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잡지 산업은 계속적으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0 콘텐츠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잡지 산업의 매출액은 2007년 이후 2009년까지 지속적으로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은 전년대비 9.6% 상승률을 보이는 기현상이 발생했지만 한국 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1 잡지 산업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내 잡지사 중 49.9%가 2010년보다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잡지업계에 암울한 소식만 들려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잡지의 부활을 외치고 있기도 하다. 뭔가 근거를 갖고 하는 소리일까? 있다. 바로 태블릿PC의 발 빠른 보급이 그 근거다.

2010년 1월, 당시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태블릿PC의 시대가 올 것임을 천명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아이패드를 보고 화면만 커진 아이폰이라며 그의 비전을 비웃었지만 지금 현실은 각 디지털 기업들 사이에서 사실상 태블릿PC의 속도전이 거세게 불고 있다. 더 얇고 더 가벼우며 더 높은 스펙을 갖춘 태블릿PC의 출시는 보다 복잡화된 정보를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즉, 잡지가 살아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잡지의 새로운 전성기 올까?

▲ 디지털매거진은 스마트폰에서도 손 쉽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화면을 터치하면 동영상을 재생하며, 주소를 터치하면 지도에서 해당 위치를 보여준다. 제품 이미지를 터치하면 다양한 각도에서 제품을 보여주고, 광고에 써 있는 전화번호를 터치하면 해당 번호로 전화도 된다. 인터뷰 사진이 수십장 씩 다양한 연출과 자연스런 스냅사진이 슬라이드처럼 펼쳐진다.

이러한 디지털매거진은 국내외 잡지계가 갤럭시탭 및 아이패드 등 태블릿PC의 등장과 함께 이미 디지털 시대에서 삶을 누리고 있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콘텐츠가 되고 있다. 디지털매거진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에서 알 수 있다. 디지털매거진이 매체당 적게는 매월 1만여 건에서 많게는 수십만 건의 다운로드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태블릿PC가 스마트폰(3000만 대)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200여 만 대가 보급된 국내현실을 감안하면 디지털 매거진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특히 여러 잡지를 한 번에 모아서 볼 수 있도록 한, 포털 형태의 통합매거진 앱이 인기다. 대표적으로 넥스트페이퍼 엠앤씨의 ‘탭진’, KT의 ‘올레매거진’, 포비커의 ‘더매거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창의 한국잡지협회 회장은 지난 9월 19일 개최된 ‘제3회 FIPP 아시아·태 디지털매거진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잡지들이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에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디지털매거진으로의 전환을 통해 전 미디어를 선도하는 매체로 잡지가 거듭나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종이 매체라는 틀에서 벗어나라는 강조다. 물론 발 빠르게 이미 이와 같은 아젠다를 실현하고 있는 잡지사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2009년에 아마존의 이북 리더기 킨들에서 사용하는 전자잉크 스크린을 사용한 기념호를 발간한 바 있는 <에스콰이어>는 아이패드용 디지털 잡지를 내놓는 등 디지털 시대 잡지다운 발 빠른 대처를 보인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잡지 포털인 ‘모아진’은 일찌감치 디지털 잡지 영역에 자리 잡고 다수의 잡지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역시 종합매거진 포털인 넥스트페이퍼 엠앤씨의 ‘탭진’은 국내 앱스토어에서 무료 앱 인기 차트 1위에 올랐다.

막연하게만 보였던 디지털 미디어 잡지가 이토록 가시적인 결과들을 거듭 내놓게 된 것은 역시 하드웨어의 보급과 연관이 깊다.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과 그 확장판이라 할 수 있는 태블릿PC는 잡지 포맷이 이상적으로 작용될 수 있는 장이다. 더군다나 태블릿PC가 정부의 전자교과서 사업과 연계된다면 폭발적인 보급과 함께 디지털매거진의 미래 소비자 형성 또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새로이 나오는 스마트폰의 화면 크기 또한 기존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이에서 덩치를 키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잡지가 활약하기에 이상적인 장이 되어가는 중인 것이다.

기술의 진화가 잡지의 미래를 보장한다

디지털매거진이 좀 더 흥미로우려면 PDF 파일에 동영상, 지도, 음악 등을 삽입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웹사이트 등을 연동해야 한다. 이런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만들어주는 곳이 바로 탭진 태그 생성 홈페이지다. 탭진 태그 생성 홈페이지에서 동영상, 음악 등의 콘텐츠를 업로드하면 된다. 지도의 경우 해당 주소만 입력하면 구글 맵으로 연동된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일종의 ‘코드’가 생성된다.

이에 발맞춰 디지털매거진의 제작툴 또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탭진의 경우 4가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PDF 파일을 편집하는 어도비 아크로뱃, 멀티미디어 태그를 생성해주는 탭진 태그 생성 홈페이지, HTML5 기반 모션 효과를 만들 수 있는 어도비 엣지, 편집이 완료된 디지털매거진을 확인, 검토할 수 있는 탭진 테스트 애플리케이션이 그것이다. 각 잡지사에서 보낸 PDF 파일을 기반으로 해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이용하여 다양한 효과를 가미하여 디지털매거진으로 제작하는데,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고작 2시간. 이정도 작업시간이면 데일리로 뉴스를 제공하는 게 가능한 수준이며 실제로도 그걸 행하고 있는 중이다.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이 자신들이 만든 유튜브를 구글에다 팔면서 받은 막대한 돈으로 점지한 새로운 사업이 바로 잡지라는 건 의미심장하다. 그들이 만든 서비스 진(Zeen)은 말그대로 디지털매거진을 만드는 서비스다. 한마디로 개인 디지털매거진 출판 서비스인 것. 그에 걸맞게 사용자로 하여금 최대한 간단하게 잡지를 만들어주는 걸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글도 지원된다. 물론 버그와 디테일한 표현 부분의 부실함 등, 아직까지 많은 개선점을 갖고 있는 상태이며 전문가들은 평가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이와 같은 시도가 모종의 울림을 전달해주는 건 사실이다. 당장 네이버도 블로그에 전용뷰어를 설치해 잡지식으로 포스트를 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그 모호한 영역에 기업들이 슬금슬금 뛰어들고 있는 중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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