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뿔났다
기자가 뿔났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10.16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토크] 기자-홍보인의 껄끄러운 관계…원인은?

[The PR=강미혜 기자] 몇 달 전 아는 선배기자가 잔뜩 뿔이 난 채로 전화해 대뜸 “홍보대행사 ○○○ 대표 알아?”하고 물어본 일이 있었다. 도대체가 열이 받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사정은 이랬다. 대행사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기자단 팸투어를 가기로 돼 있었는데 홍보 담당자의 실수로 선배 이름이 누락돼 버렸단다. 그마저도 자신들이 실수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행사 직전 선배가 먼저 전화를 하고서야 알더라는 것이다.


선배는 “내가 1,2년차 기자도 아니고 홍보대행사라는 회사가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가 있느냐. 리스트 관리 하나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기자들을 상대한다는 건지…”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그 회사 앞으로 두고 보겠다”며 후일(?)을 도모했다.

충분히 화낼 만한 일이었다. 업계 다른 기자들은 다 가는데 자신만 쏙 빠져버린다? 당장 데스크에는 뭐라고 보고할 것이며, 혹여 팸투어에 못가서 중요한 기사를 낙종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할 일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존심 하나로 먹고 사는 사람이 바로 기자다. 그런 이가 자신의 존재감이 무시당하는 것 같은 대접을 받았으니 그리 펄쩍 뛰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상황을 또한번 목격했다. 지난주 참석한 한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서려는 찰나, 한쪽 구석에서 한껏 격양된 목소리로 홍보대행사 담당자를 몰아세우는 한 기자를 볼 수 있었다.

장내가 어수선해 사정을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간담회 초청 리스트가 문제가 된 모양이었다. 울그락불그락하며 매서운 말투로 쏘아붙이는 해당 기자 앞에 서서 마치 큰 죄인인 것 마냥 연신 사과하기에 바쁜 홍보 담당자. 애처롭기까지 했다.

이날 해당 홍보 담당자가 행사를 맡아 준비하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고를 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겨우 한숨 돌릴 즈음에 느닷없이 최대 복병을 마주했으니 그 심정이야 오죽할까. 홍보인들에게 있어 평소 기자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 번 일깨우는 뼈아픈 교훈이었다.

기자와 홍보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껄끄러운 사건은 기자와 홍보인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사실 홍보인이 평소 담당 기자와 수시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관리를 한다면 리스트 누락이라는 초보적 실수는 절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또 설령 그런 실수가 있다 하더라도 잘 아는 사이라면 아무리 기자라도 상대(홍보인)에게 막무가내로 책임을 추궁하긴 어렵다. 결국 평상시 기자관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서로 간에 얼굴 붉히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기자 혹은 기업 홍보인 출신으로 PR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들은 홍보대행사가 언론이나 기자 생리를 너무 모른다고 아우성이다. 어떻게 언론 매커니즘도 잘 모르면서 언론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할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이런 이유로 홍보대행사가 퍼블리시티는 열심히 하지만 그 결과물은 시원찮다는 게 이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몇 년 새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매체나 기자 파워가 예전과 같지 않다. PR활동에 있어 퍼블리시티의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PR업계의 가장 중요한 1차 이해관계자가 여전히 기자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홍보인이라면 먼저 상대(기자)의 형편을 잘 아는 ‘헤아림’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