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주요통로로 지목된 네이버
‘민간인 사찰’ 주요통로로 지목된 네이버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2.10.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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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제공 혐의로 법원 배상금 지급 판결…관련 지침 조속히 마련돼야

[The PR=이동익 기자] 국내 주요 포털들이 공권력 남용으로 지적되는 민간인 사찰의 온상지로 지목됐다. 국내 수사기관들은 그동안 영장 없이 가장 손쉽게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원으로 주로 ‘포털’을 활용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 참여연대에 따르면 현재 수사기관들이 '수사편의주의'로 '영장'없이 쉽게 개인정보를 얻고 있는 주요 통로로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관행은 법 개정이 되지 않는 한 되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같은 관행을 근절시키고자 법원이 나섰다. 지난 18일 법원이 국내 최대 검색포털 네이버에게 ‘고객 동의 없이 경찰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한 것.

서울고등법원 민사24부는 차모씨(32)가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고 경찰에 인적사항을 제공했다’며 네이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을 깨고 차씨에게 5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네이버 이용약관에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기만 하면 언제나 예외없이 이용자의 인적사항 일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네이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원고는 지난 2010년 이른바 “회피연아” 동영상을 네이버의 한 영어모임 카페에 올렸다가 경찰로부터 소환조사를 받고 유인촌 문화부장관에게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당한 네티즌이다. 경찰은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근거해 전기통신사업자인 네이버로부터 “문제의 게시물”에 달린 게시자 신상정보를 수사상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받아갔다는 것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은 전기통신사업자가 법원, 검사, 수사관서의 장, 정보기관의 장,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보 위해 방지를 위한 정보수집를 위해 해당 이용자의 성명·주민번호·주소·전화번호·아이디·가입·해지 일자 등의 제공에 응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인터넷판 민간인 사찰 ‘현재 진행형’

함께 소송을 제기했던 참여연대측은 수사편의주의로 빚어진 이같은 관행을 막기 위한 보완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 ‘영장 청구’ 없이 개인 신상정보를 수집한 건수는 지난 2008년 한해에만 11만9280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동안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및 검증영장발부 건수인 10만328건에 맞먹는 수치다.

참여연대는 이번 2심 판결에 대해 “기존 관행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참여연대 이지은 간사는 “현재도 수시기관이 수사시 필요하다며 ‘영장없이’ 국민들의 통신자료를 요청만 하면 포털은 기계적으로 주는 상황”이라며 “개인정보 권리는 이용자에게 있지, 사업자에겐 없다. 네이버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 간사는 현 관행이 인터넷판 ‘민간인 사찰’이라며 수사기관의 수사방식에도 문제 삼았다. “현재 수사기관이 범죄에 상관없이 ‘수사편의주의’로 포털을 주요통로로 개인정보를 무작위로 넘겨받고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침해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침해상담 건수를 보면 개인정보침해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참여연대는 이번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존 관행은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입법 청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간사는 “경찰이 이용자 동의 없이 그동안 확보해간 신상정보를 생각하면 포털을 이용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그동안 암암리에 감시를 받고 있었을 것”이라며 “네티즌들과 소송을 준비하는 한편, 캠페인을 전개해 사회적으로 이를 환기 시키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측, “우리도 좋아서 하는 거 아냐”

한편, 졸지에 민간인 사찰 주요 통로로 지목된 네이버 측은 “우리는 좋아서 하는 줄 아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갑’인 수사기관의 요청에 대해 ‘을’인 사업자가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아 대부분 통신자료 제공 요청 시 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수사기관의 공익 추구를 해하지 않는 적절한 선에서 통신자료제공이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 한 관계자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은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의 권한만 명시하고 있어 ‘을’인 통신사업자들의 재량에만 맡기기는 힘들다”며 “최근 독일의 위헌 결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정부기관이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통신비밀법으로 허용하고 있었다. 통신서비스 공급자는 법집행기관, 기관ㆍ단체가 보안서비스 목적으로 요청하는 경우 이메일 비밀번호, 개인전화번호 등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24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헌법이 정보주체의 정보결정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음에도, 온라인 이용자 통신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한 연방통신법 제113조 1항은 접근조건과 제공된 자료의 이용방법을 명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독일시민의 기본권 침해와 관련된 비례성 원칙과 독일헌법이 보장하는 프라이버시권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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