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의 경영성적표 알리미 될 것”
“기업·CEO의 경영성적표 알리미 될 것”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10.24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영평가 사이트 ‘CEO스코어’ 문 연 박주근 (주)시이오랩 대표

[더피알=강미혜 기자] 우리기업의 건강함을 점수로 매긴다. CEO까지 줄줄이 평가 대상이다. 해당 결과는 언론은 물론 일반 개인들도 볼 수 있게 공표한다. 홍보 담당자들이라면 누구라도 바짝 긴장할 만한 이같은 일을 하는 사이트가 생겼다. 이름부터 화끈(?)하다. 다름 아닌 ‘CEO스코어’. 해당 홈페이지를 맡고 있는 (주)시이오랩의 박주근 대표(40)를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나 CEO스코어의 출범 목적과 향후 방향성 등을 물었다.

박주근 대표는…
경영 자료 통계 및 분석 전문가다. 연세대 금송공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lg전자와 lg이노텍 등에서 근무했다.

먼저 CEO스코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쉽게 말해 기업 및 CEO의 경영성적을 평가하는 사이트입니다. 복잡한 기업의 여러 성과들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지수화해 순위를 매겨 실시간으로 알려줍니다. 대내외적으로는 ‘재벌과 CEO의 경영성적표 알리미’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출범 계기는.

“‘건강한 경영성과’를 데이터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경영 성과라고 하는 건 기준에 따라 얼마든지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인데, 지금까진 매출액, 순이익 등 단편적인 수치만을 가지고 평가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기업이 건강하다’는 의미 역시 여러 차원에서 해석 가능합니다. 그중 CEO 임기도 중요 변수가 될 수 있고요. 기업이 목표에 맞춰 일관성 있게 경영활동을 해 나가려면 그 일을 이끄는 수장이 어느 정도의 기간까지는 머물러 있어줘야 하기 때문이죠. 반대로 CEO가 자주 바뀌는 경우라면 그만큼 기업 내부에 무슨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얼마 전 기업별 CEO 재임기간에 대한 자료를 내놓기도 했습니다만, 결과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몫이고 그저 이런 식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추출해 내는 게 저희 역할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존재 목적인 시장을 창출하는 데에 기여하는 좋은 기업, 건강한 기업들을 발굴해 내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CEO스코어(점수)란 이름 자체가 자극적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양날의 칼이 아닐까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름이지만 그만큼 더 기업을 긴장하게 하고, 저희로서도 데이터 분석 과정이나 결과 발표에 더욱더 신중을 기하는 것이죠. 다른 한편에선 약간의 바이럴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내에선 아직 순위를 전문적으로 내는 사이트가 없는데, 여러 각도에서 기업 및 CEO 순위 전문 사이트로 특화시키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기업 및 CEO 순위 전문 사이트로 특화…“건강한 기업 발굴 목표”

사이트는 주로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까.

“주요 콘텐츠는 ‘재벌스코어’ ‘전문CEO스코어’ ‘코스닥CEO스코어’ ‘경영스코어’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에 언론에 보도되는 굵직한 자료를 내고 있어요. 최근엔 ‘CEO스코어데일리’(www.ceoscoredaily.com)라는 사이트도 새로 오픈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개씩 보도자료가 나가다 보니 언론사 기자들 문의를 따라갈 수가 없어서요. 그래서 아예 별도 사이트를 둬서 일단위로 운영키로 했습니다. CEO스코어가 데이터 창고 역할을 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굵직한 데이터에서 파생되는 작은 기사거리들을 CEO스코어데일리에서 다룬다고 보시면 됩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려면 그에 따른 준비기간도 상당히 길었을 것 같은데요.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한 건 지난해 말부터입니다. 7~8개월 준비한 끝에 지난 7월 25일 사이트 문을 열었습니다. 물론 데이터의 근간은 십수년간 기업에 있으면서 개인적으로 모아놓은 자료가 바탕이 되었고요. 시작부터 반응들이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첫 자료를 낸 게 20개 대기업 자산승계율을 분석한 것이었는데요, 사이트 오픈 당일 바로 네이버 검색에 CEO스코어가 자동 등록될 정도였습니다. 둘러 들어보니 네이버는 누적방문자수가 100만을 넘으면 검색에 등록된다고 하는데 시작치곤 꽤 선전했다고 볼 수 있죠. 그 이후로 보도자료를 내면 20여개 언론사에서 이를 인용해 기사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반응 덕에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탄력 받은 상태입니다.(웃음)”

포춘이나 포브스 등 해외 유력지를 비롯해 국내 여러 언론들도 기업의 순위를 매겨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들과의 차별점이라면.

“말씀하신 대로 매체사 선정 기업의 순위발표는 많습니다. 하지만 대개 영역별 순위발표에 그치고 있습니다. 가령 ‘그린(Green)’을 모토로 정해 그에 따라 기업을 평가, 순위를 선정해 발표하는 식이지요. 이에 반해 CEO스코어는 다양한 형태의 순위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동일한 자료를 갖고도 이리저리 각도를 달리해 유의미한 여러 결과값을 도출해냅니다. 굳이 롤모델을 꼽으라고 하면 포브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포춘지가 단순 매출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데 반해, 포브스는 시총이나 순이익, 매출, 영업익 등으로 다각화해서 평가하니까요.”

“한국기업 CEO, 오너 아부 너무 심하다”

앞서 언급한 글로벌 유력지에서 한국기업이 상위권에 랭크되는 경우가 드문데,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포춘지에서 매년 선정하는 100대 기업들을 보면 공통된 특징들이 있습니다. GDP 100달러에서부터 4만달러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 에너지 등의 자원이 대표적으로, 이런 것들은 경기가 아무리 요동친다 하더라도 생존에 필요한 것이기에 그 수요가 크게 흔들리질 않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우리기업들의 주력 상품은 대개가 GDP 2만불 이상의 제품들입니다. 전세계 70억 인구 중 7분의 1이 채 안되는 10억명만이 2만불 시장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결국 10억 잡자고 나머지 60억의 거대 시장을 간과하는 꼴이지요. 자연히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인류가 생존하는 데에 필수적인 것들을 다뤄야 할 것입니다. 국내에선 SK나 LG가 물산업, 에너지 등에 역점을 기울이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자료를 쭉 분석하다 보면 경제흐름이나 기업경영과 관련된 다양한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을 텐데요. 한국 기업 및 CEO들에게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요.

“너무 정치적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기업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경영에 도움이 되는 업무활동 보다 윗분 눈치 보기에 바쁜 게 현실입니다. 외국기업들은 출발 자체가 오너기업인 곳이 별로 없어요. 듀퐁이나 월마트 등 오너기업의 경우에도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공정해서 별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반면 우리는 기업이나 CEO나 모두들 너무 오너 오리엔티드에 빠져 있습니다. 마치 그게 기업 경영의 생명과도 같아요. 오너한테 찍할까봐 자기 컬러나 목소리를 내는 CEO들 자체가 많질 않으니…. 오죽하면 총수와 만날 땐 화장하고 염색한다는 이도 많다고 합니다. 회장보다 나이 들어 보면 괘씸죄에 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질 않고 내부에서 오너 비위 맞추며 눈치나 보는 이런 우리 기업의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이런 사내 정치 때문에 능력 있는 외국계 CEO들이 오더라도 얼마 안돼서 버텨내지 못하고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 ceo스코어데일리(왼쪽)와 ceo스코어 홈페이지 메인화면.

재계 및 기업들이 상당히 긴장할 것 같은데 이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대놓고 항의하는 곳은 없는지요.

“실제 자료를 한 번 내면 전화가 많이 걸려옵니다. 컴플레인하려다 되려 반박 못하고 끊기 일쑤지만요. 여러 구설에 대비해 사전에 검증 절차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우선 분석 데이터는 주로 기업에서 직접 발표하거나 정부 공인기관에서 내놓는 자료를 위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보다보면 데이터가 엄청나게 많은데 정작 순위를 낼 때는 정확도를 위해 변수를 제거해 최대한 심플화합니다. 여기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사전에 데이터연구소를 통해 철저히 검증을 받고 있고요. 데이터연구소는 데이터 검증을 위한 일종의 외부 포럼 조직입니다. 학계 교수 7명과 분야별 증권 애널리스트 2명씩 총 40명이 포진해 있습니다.”

CEO 개인이 직접 반응해 온 경우도 있습니까.

“아직까진 없습니다. 주로 기업 홍보부서에서 연락이 옵니다.”

앞서 공시자료를 주요 데이터로 활용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런 건 일반인들도 쉽게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더욱이 언론사 기자들이라면 먼저 보고 달려들 법한데요.

“일반인들의 경우 몰라서 못보고, 기자들은 바빠서 못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기자들은 날것의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워낙 바쁘다보니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죠. 이런 점에 착안해 언론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중간에서 데이터 허브 역할을 하는 것도 저희 몫이라 생각합니다.”

‘재벌닷컴’과의 유사성, 콘텐츠 차별화로 극복

항간에는 ‘재벌닷컴’과 성격이 유사하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재벌닷컴과의 유사성에 대한 꼬리표를 뗄 생각은 없습니다. 해 나가면서 차별화시키면 되는 것이죠. 사실 재벌닷컴은 이름이 주는 한계가 있습니다. 상당히 좋은 자료들이 많이 나오지만 ‘재벌’이라는 타이틀이 때문인지 30대 그룹 위주로 반복되는 스테레오식 자료가 많아요. 반면 CEO스코어는 일단 다루는 분야가 훨씬 넓습니다. 30대 재벌그룹을 포함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와 27개 공기업까지 조사 대상에 두루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또 재벌닷컴이 주식 위주라면, CEO스코어는 산업/경제 위주의 데이터를 많이 생산하고 있다는 점도 차별되는 부분입니다. 랭킹을 매긴다는 점에서 시작은 재벌닷컴과 유사할 수 있지만 영역이 포괄적이라는 측면에서 차별화는 물론 경쟁력에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수익모델이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CEO스코어데일리의 경우 배너광고가 걸려 있기도 합니다만, 사실 사이트 성격상 광고를 받기가 참 애매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기업 협찬과 법인 회원 위주의 연회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데이터 유료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방대한 데이터 작업을 진행 중인 게 있습니다. 국내 상장사 300개를 대상으로 15년 전부터 지금까지 임원 데이터를 추적, 분석하는 것입니다. 부서, 직급, 업무 변동 등 임원들의 변화 추이를 따라 가다보면 여러 유의미한 결과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욕심을 좀 더 내보자면, 앞으로 역량이 쌓이게 되면 국내기업에 한정하지 않고 글로벌 순위를 매겨보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