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논란에 맞서는 농심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자세
발암물질 논란에 맞서는 농심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자세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10.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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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블로그·신문광고 등 가용채널 총동원
…제품 안전성 입증에 안간힘, 효과는?

[The PR=강미혜 기자] 농심이 최근 불거진 발암물질 논란과 관련된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본격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회사 홈페이지 팝업창과 기업블로그 등을 통한 공지글에 이어 신문광고까지 집행하는 등 가용 채널을 총동원해 ‘안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심은 25일 ‘농심 우동류 제품은 안전하며 안심하고 드셔도 좋습니다’는 타이틀의 신문광고를 일제히 내보냈다. 앞서 23일 발표된 식약청 무해 판정을 바탕으로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

농심은 그 근거로 △농심 제품은 전세계 8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벤조피렌과 관련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해당제품 섭취로 인한 벤조피렌 노출량이 조리 육류의 벤조피렌 노출량보다 16,000배 낮은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매 끼니마다 평생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다 등의 문구를 광고에 명시했다.

또 ‘자세한 내용은 농심 기업블로그(blog.nongshim.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보다 확장된 형태의 정보 창구를 알려주고 있다.

농심, “매 끼니마다 평생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

농심은 하루 전날인 24일부터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회사의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우선 홈페이지 팝업창을 띄워 ‘농심 우동류 제품은 안전하며 안심하고 드셔도 좋다’며 신문광고와 동일한 내용의 메시지를 내보냈다.

동시에 기업블로그 ‘이심전심’을 통해서는 보다 명백한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식약청 발표를 근거로 자사 제품이 왜 안전한지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가운데, 관련 자료를 모두 첨부·공개함으로써 소비자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했다.

▲ 농심은 25일 ‘농심 우동류 제품은 안전하며 안심하고 드셔도 좋습니다’는 타이틀의 신문광고를 일제히 내보냈다.

전문가들은 농심의 이같은 위기관리에 대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한다. 사실관계가 어떻든 간에 일단 사태는 터졌고, 그러면 회사는 소비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부분을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입을 통해 해소시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데 이 점을 농심이 충실히 따랐기 때문.

다만 과정상에서 드러난 아쉬움도 있다. 우선 해명문구의 일부 메시지다. 농심은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벤조피렌의 낮은 검출량을 들어 설명하면서 ‘이는 매 끼니마다 평생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부분에서 적절치 못했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관련 내용을 접한 소비자들은 “그럼 끼니마다 평생 먹으라는 소리냐?” “무해하면 니들이나 많이 먹어라” 등의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그 부분은 안전성을 말할 때 식품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일반적 표현”이라고 설명하며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반감이 전혀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피부에 가장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에 사용한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감정’을 다스리는 것…“과잉 메시지 경계해야”

▲ 농심은 신문광고 전날인 24일부터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회사의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사진은 농심의 기업블로그에 올라온 해명글.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는 “‘매 끼니마다 평생 섭취해도 된다’는 내용이 식약청의 공식 발표를 인용한 것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받아들이기에 따라 반발을 살 여지도 있다”며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의 메시지는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 측면이 크기에 아무리 공식기관에서 인정한 팩트라 하더라도 해석에 대한 부분까지 꼼꼼히 체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잉 메시지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홈페이지나 신문광고는 ‘알림’ 수준이고, 현재로선 쌍방향 대화 채널이 기업블로그 밖에 없다. 소비자 불만이나 불안을 해소시키기에는 그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농심도 이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소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지금 농심은 제품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여러 채널을 통해 동시에, 또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하이프로파일 전략을 써야 하는데 홈페이지나 블로그 커뮤니케이션만으론 감당하기 벅찰 것”이라며 “호텔신라도 한복 출입 논란 이후 없던 SNS 기업계정을 열었다. 농심도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함수 대표도 “농심이 벤조피렌과 자사 식품과의 관계에 대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충분히 이해시키려면 후속적으로 여러 커뮤니케이션 정책들을 펼쳐나가야 한다”면서 “SNS 등을 통한 고객과의 직접적·쌍방향 대화로 지속적으로 안전성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당사자인 농심측도 소셜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에 일정 부분 공감을 표하며 “내부적으로 SNS 채널 도입을 검토중이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소비자 접점 채널 부족…농심측 “SNS 채널 도입 검토중”

하지만 농심측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건강과 직결된 먹거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우려할 만한 일인데, 여기에 더해 문제를 관할해야 할 식약청까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식약청은 이번 사태와 관련, 지난 23일 해명자료를 통해 “안전한 수준”이라고 공식 반박했지만 곧바로 다음날 식약청장이 국정감사에서 “부적합 원료를 투입한 완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시정조치를 했어야 했다”는 정반대의 논리를 펼쳐 빈축을 샀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문제를 키운 꼴이다. 비난여론이 들끓자 식약청도 급박하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식약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책회의 중에 있다”며 “이와 관련해 오늘 오후 5시 서울 사무소에서 공식 브리핑을 한다. 자세한 내용은 그 자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정확한 답변을 유보했다.

강함수 대표는 “농심의 이번 사태는 벤조피렌이라는 물질이 나왔느냐 안나왔느냐로 논의하기보다 그것이 인체에 유해한가 그렇지 않는가로 바라봐야 할 성격의 문제”라고 규정하며 “식약청은 이번 사태가 전체 가공식품에 대한 인식적 차원에서의 거부감 혹은 과학적 지식에 대한 불안감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속히 입장을 명확히 해 국민 불안을 해소시켜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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