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강력계 형사의 상큼 도발 현장!
일선 강력계 형사의 상큼 도발 현장!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10.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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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형사’ 카페지기, 인천중부경찰서 조민철 형사를 만나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인천 일대에서 ‘이중생활’을 하는 경찰관이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낮에는 범죄와 맞서는 거친 형사의 모습으로 있다가, 밤만 되면 시민 곁을 지키는 카페지기로 변신한다고.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는 화제의 ‘조형사’를 만나러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의 어느 오후 인천중부경찰서로 곧장 ‘출동’했다.

이 름 : 조민철
나 이 : 33세
직 업 : 경찰
사는곳 : 인천
별 명 : 조형사

신상만으로 보면 특별히 다를 게 없다. 게다가 ‘형사’라는 타이틀과는 어울리지 않는 ‘훈남 포스’까지. 그렇다고 수상한 혐의(?)에 대한 수사를 게을리 할 순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무슨 일로 대체 이중생활을 하는 것이냐고.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답변. “카페활동이 너무 재밌어서요~~”

조 형사는 ‘시민과 형사’(http://cafe.naver. com/chomc123)라는 인터넷카페 운영자다. 본업은 경찰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카페활동에도 몰입하는 열혈형사다. 이름에서 고스란히 묻어나듯 ‘시민과 형사’는 일반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조 형사가 스스로 만든 일종의 ‘온라인 신문고’다. 두들기기만 하면 조 형사가 직접 나서서 고민을 상담하고 억울함도 해소해 준다.

▲ 인천중부경찰서 조민철 형사.

“강력계에 있다 보면 주로 마약, 폭력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만 맡게 되는데요, 카페에서는 소소한, 그래서 딱히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도 마뜩잖은 그런 자잘한 일들을 모두 접하게 됩니다. 요즘엔 스마트폰 잃어버렸다는 제보가 젤 많이 올라와요~(웃음) 요주의 장소는 찜질방! 다들 찜질방 가실 땐 스마트폰 단단히 챙기셔야 할 것 같아요.(웃음)”

새벽 3시에 울리는 전화벨소리…조형사는 24시간 비상대기 중

강력팀 형사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밥도 제대로 못먹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수염은 덕지덕지, 옷은 만날 단벌신사, 집은 일주일에 한 번 들어갈까 말까한 추레한 모습이다. 그만큼 바쁘고 힘든 직업. 그런데 굳이 왜 개인시간까지 쪼개가며 카페활동을 하고 있을까.

“저보다 한참 앞서 개설된 ‘범죄사냥꾼’이라는 카페가 있어요. 이대우 경감이라는 분이 2000년도에 만드신 건데요, TV를 통해 관련 내용을 접하기만 했었는데 어느 날 교육을 갔더니 강사로 그 분이 오신 거예요. 현장에서 얘기를 듣다가 불현듯 ‘아, 인천에서도 저런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범죄사냥꾼’을 롤모델로 지난 2010년 11월 ‘시민과 형사’의 문을 열었다. 누구든 맘 놓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실명과 사진, 휴대폰번호와 이메일주소까지 개인정보를 다 공개했다. 초창기엔 연락 오는 이가 거의 없었다. 이대로 흐지부지 되려나 하던 차에 어느 순간부터 한 사람 두 사람 카페에 가입하기 시작했고, 2년이 지난 지금은 회원수 771명을 확보한 크진 않아도 단단한 ‘중견카페’로 성장했다.

“요즘 하도 세상이 험악해져서 그런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로 협박당하는 일도 있잖아요. 그런데 경찰서는 왠지 문턱이 높은 것 같고…. 시민들 입장에선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 어려운 바로 그때, 저 ‘수호천사’(카페 닉네임)를 찾으시면 됩니다.”

24시간 운영되는 카페다보니 때론 당황스러운 일도 발생한다. 체포현장에서 갑자기 전화가 온다거나 깊은 새벽 느닷없이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가 그것이다. “어느 날은 새벽 3시엔가 전화가 오는 거예요. 그날 와이프한테 엄청 혼났죠. 애기들이 6살, 4살이라 한창 예민할 땐데 이젠 잠도 제대로 못 자게 하느냐고요.(웃음) 그런데 입장 한 번 바꿔 생각해보세요. 오죽 급했으면 그 시간에 저한테 전화할 생각을 했겠어요…. 몇 번 이랬더니 와이프도 이젠 포기했나보더라구요~(웃음)”

카페를 통해 연락이 오는 사람들의 95%는 주로 상담이다. 그러면 가벼운 신고나 조사 등을 위한 절차상의 해법들을 제시해주곤 한다. 글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땐 전화로도 30분이고 40분이고 서로가 만족(?)할 때까지 대화로 풀어간다.

“어지간히 바쁜 일 없으면 웬만하면 카페에 올라오는 제보나 사연에 답글들을 다 답니다. 운영자, 그것도 일선 경찰이 제보에 직접 관심을 갖는다는 걸 알면 훨씬 더 신뢰가 가잖아요. 예전엔 하루에 한 번 꼴로 카페에 들어가 새로운 글을 확인했는데 요즘은 이 스마트폰 덕분에 수시로 드나들고 있습니다.(웃음)”

시민들의 작은 아픔 함께 나누는 ‘수호천사’ 되고파

실제 카페를 통해 개인이 풀기 어려운 민사사건을 해결해준 적도 4~5차례 된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간통에 얽힌 한 40대 가장의 안타까운 사연. “가정도 깨지고 회사도 나오게 되고 어떻게 이 어려운 사태를 해결하면 좋을지 의논하길 원하셨어요. 들어보니 어찌됐든 본인이 잘못해서 빚어진 일이었기에 경찰조사에서 불리하다고 감추거나 왜곡시키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여러 가지를 조언해줬습니다. 담당 형사에게도 잘 대해달라고 부탁도 했고요. 그랬더니 글쎄 그 분이 펑펑 눈물을 쏟으며 이 은혜를 어떻게 갚냐며 고마워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그 일을 계기로 지금도 그 분은 가끔씩 안부전화가 옵니다.”

▲ 조 형사는 2010년 11월부터 ‘시민과 형사’(http://cafe.naver. com/chomc123)라는 이름의 인터넷카페를 운영하며 시민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닉네임은 '수호천사'.

큰 사건을 해결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각자의 사정으로 맘 고생하는 시민들의 애환을 함께 나누는 것 또한 ‘시민과 형사’의 역할이고 몫이라 생각한다. “현장에서 범인을 잡고 수갑을 채울 때 ‘따다닥’하는 특유의 소리가 나는데요, 형사라면 누구나 그 순간을 가장 짜릿하다고 꼽을 겁니다. 그 맛에 일하는 보람을 느끼거든요. 카페활동에서는 조 형사 덕분에 사건이 해결됐다고 건네는 고마움의 한 마디, 불쑥 찾아와서 전하는 빵봉지 하나가 그런 짜릿함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이렇게도 묻는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승진에 도움 되는 것도, 그렇다고 엄청나게 큰 사건을 물어다주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시간과 에너지 쏟아가며 카페에 공을 들이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좋고 즐겁기 때문이다.

“지난 9월에 카페 회원과 첫 정모를 했는데요. 아이를 안고 온 젊은 부부, 경찰을 희망하는 고등학생 등 10대에서부터 40대까지 다양한 분들이 오셨습니다. 그때 생각했어요. ‘아, 정말 소통이라는 게 딴 게 아니구나. 이렇게 서로 얼굴 보고 밥 먹으며 얘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구나’ 하구요. 경찰, 형사라는 직업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 곳에서 시민을 지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곁에 먼저 다가가 그들의 작은 아픔을 만져줘야 한다고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시민을 지키는 ‘수호천사’가 되고 싶다는 조 형사. 승진이나 보직이동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끈질기게(?) 강력계에 남아 이 일을 계속 할 생각이다. 지금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다면 아무 때고 이렇게 외쳐보자. “도와줘요, 조형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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