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건으로 보는 대선 ‘빅3’의 정치 메시지
슬로건으로 보는 대선 ‘빅3’의 정치 메시지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2.11.0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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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人3色…강력한 한방이 없다는 점에선 아쉬워

그야말로 대선정국이다. 각 대선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결같이 ‘소통’을 내세우며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대선이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 소통에 관한 전문 서적만을 펴내온 <커뮤니케이션북스>가 대선 빅3가 내세우고 있는 슬로건, 패션, 정책·전략PR 등 여러 측면의 커뮤니케이션을 이 분야 전문가 11명을 통해 분석했다. 또 대권 주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태도, 능력, 정책을 비교하고 각각 평점도 매긴다. 첫 번째로 이희복 상지대 교수가 대선 ‘빅3’의 정치 메시지에 대해 분석한다. <The PR>은 앞으로 11회에 걸쳐 독자들에게 이들 전문가들의 시각을 가감없이 전한다.

정치 캠페인의 목표는 분명하다. 자신이 경쟁자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고 유권자를 설득하는 것이다. 설득은 ‘말을 통해 마음을 얻는’일이고, 이를 위한 메시지를 하나로 압축한 것이 바로 ‘슬로건’이다. 슬로건은 선거전에서 찬사, 공격, 방어의 메시지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강력한 무기다. 프랑스 학자 르불(Reboul)의 말을 빌리면 “지름길의 수사학”이고 곧 대권 가도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내 꿈은 누구의 꿈?
평점 : ★★★☆☆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슬로건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꿈’이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비롯해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비전과 정책을 함축적으로 말할 때 내세우는 키워드다.

캠프의 이름처럼 ‘국민행복’을 이루겠다는 꿈을 표현한 것이다. 국민의 행복을 의미하는 스마일과 소통을 표현한 말풍선의 빨간색 심벌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내 꿈’이라고 1인칭 소유격을 내세움으로써 ‘나’와 ‘너’를 구분하는 선 긋기, 그리고 최종 수식되는 ‘나라’에서 국가주의의 그림자도 엿보인다.

‘우리의 꿈’이었다면 국민을 안을 수 있는 포용력을 보여주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빨간색의 ‘꿈’이 같은 색의 풍선으로 띄운 초성 ‘ㅂㄱㅎ’과 연결돼 자칫 후보자 개인의 꿈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사람 사는 세상’의 그림자
평점 : ★★★★☆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우리나라 대통령, 3대 교체(정권·정치·시대 교체)’를 내세웠다. 교체를 반복하면서 매우 강력한 주장을 담고 있는 도전적 슬로건이었다.

당 후보로 결정된 이후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으로 교체했는데, 신영복 선생의 글씨와 올리브그린 컬러의 담쟁이를 캐릭터로 PI(President Identity)를 완성했다. ‘이념보다, 권력보다, 학력보다, 명예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오버헤드가 슬로건을 부연 설명하고 있다.

이 슬로건은 홍익인간, 인내천 사상과도 맥이 닿아 있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이다. 다만 후보 자신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차별화? 글쎄, 아직은⋯
평점 : ★★★☆☆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아직 완성된 슬로건을 선보이지 않았다. 다만 출마 선언에서 인용한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와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를 진심캠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현재 슬로건을 공모 중이라 곧 새로운 슬로건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캠페인 측면에서 아직 전략과 기획, 실행에서 부조화가 느껴진다. 현재 슬로건은 지난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담대한 도전’과 ‘Yes we can!’의 완곡어법으로 보인다.

진심캠프와 슬로건의 콘셉트가 분산된 느낌이다. 분명한 하나의 키워드로 수렴되지 않는다.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선 변화와 도전을 좀 더 강력하게 주장할 필요가 있다.

2012년 대한민국의 선택은 어떤 슬로건의 후보로…

“못 살겠다 갈아보자”를 “갈아봐야 더 못 산다”로 받아치던 시대는 지났다. 국민의 눈높이가 훨씬 높아졌다. 누구나 후보와 캠페인을 비평하는 수준이다. 우리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은 클린턴의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 또는 브라질 룰라의 “행복해지기를 두려워 맙시다”처럼 신선한 발상이 부족해 보인다.

정책 선거의 실종, 또는 한국 정치의 특수성을 이야기하지만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또는 광고와 슬로건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보다 강력한 슬로건의 등장이 아쉽다. 연사의 신뢰도(ethos), 논리적 증거(logos), 감성적 증거(pathos) 뿐 아니라 후보와 유권자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신념과 가치(mythos)가 담긴 슬로건을 만나고 싶다.

그래서인지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손학규 민주당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 귓가에서 맴돈다. 대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슬로건. 2012년 대한민국의 선택은 어떤 슬로건의 후보로 향할까?

* 이 글은 <커뮤니케이션북스> 북 레터 ‘인텔리겐챠’가 제공합니다.

이희복 교수는…
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설득 메시지> <수사학 이론> <조직 커뮤니케이션>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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