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막장 PPL, ‘갈때까지 가볼까~’
개콘 막장 PPL, ‘갈때까지 가볼까~’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2.11.0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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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전문 제작 스텝 대신 PPL 전략가 필요할 듯

[The PR=서영길 기자] 개그 프로그램의 ‘지존’이라 불리고, 동시간대에 배우 장동건, 김하늘을 내세워도 시청률을 따라잡기가 어렵다. 개그맨들 사이에선 ‘메이저리그’로 불릴만큼 꿈의 무대다. 바로 KBS 주말 예능 프로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얘기다.

하지만 요즘 개콘이 수상하다. 김기열이 자신의 회사를 홍보하는 것 정도는 애교다. 아이돌·영화배우들의 손가락이 오글거리는 연기로 자기 PR을 실컷하고 들어가는 것까지도 봐줄만했다. 하지만 이제 개콘은 도를 넘었다. 개콘이 올해 방송사별 간접광고(PPL) 수입 2위(8월 기준)에 올랐다는 조사결과는 논외로 치더라도, 최근 몇 주간 개콘은 아예 대놓고 광고를 하고 있다.

개그를 진지하게 관찰하며 머리아프게 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개콘을 보며 한 주를 마무리하려는 시청자 입장에서 빈정 상한 ‘딴지’ 한 번 걸고 싶은게 솔직한 생각이다.

인기있는 프로그램에 광고가 따르는 건 당연하다. 특히 지난 2010년 PPL이 합법화 되며 PPL이 프로그램 제작에 필수불가결한 수단이 된 것도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어느 방송을 봐도 PPL은 등장한다. 하지만 요즘 개콘, 콕 찍어 ‘생활의 발견’이나 ‘거지의 품격’을 보고 있자면 과도한 PPL 때문에 눈살이 찌푸러진다.

신보라와 송준근이 호흡을 맞춰 만들어 낸 생활의 발견은 개콘에 처음 등장했을 때 만해도 실생활에서 있을법한 소재들을 들고나와 시청자들과 공감하며 깨알 개그를 선보였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인기를 얻으며 코너가 변질됐다. 그러다 요즘은 남녀 주인공이 매주 번갈아 가며 애인이 바뀐다는 설정아래 홍보를 염두에 둔 수많은 연예인들이 나와 어설픈 연기와 홍보를 일삼고 있다. 

이걸로 부족했던지 최근엔 아예 상호를 버젓이 드러낸 광고 패널을 코너속 배경으로 배치해 시청자들에게 볼 것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주엔 치킨 브랜드가 배경이 되더니, 이번 주엔 코인 세탁 업체의 상호가 배경을 차지했다. 또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는 유행어를 낳은 이 코너의 종업원 김기리는 해당 업체의 로고가 선명히 새겨진 앞치마를 입고 등장한다. 이같은 설정은 요즘 뜨기 시작한 거지의 품격에서도 고스란히 차용되고 있다.

신보라의 능청스러움, 송준근의 분노, 김기리의 어설픔, 김준현의 느끼함에 개콘의 선남선녀 허경환, 김지민… 이들 면면을 보면 개콘에서 가장 재밌는 개그맨들이 모여있는 코너가 생활의 발견이고 거지의 품격이다. 하지만 이들의 빛나는 연기보다 뒤에 세워진 광고 패널에 눈길이 가는 건 기자뿐일까?

프로페셔널 연기자에 아마추어 제작진

개콘에 출연 중인 개그맨들은 단 5분의 코너를 만들기위해 일주일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고군분투한다. 또 막상 녹화가 진행됐더라도 편집과정에서 잘려 방송한 번 타지 못하고 묻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랜 노력이 수포가 되는 건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개그 프로’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이 개콘이다. 이런 이유로 시청자들은 개콘을 사랑하고 그 보답으로 매주 20%가 넘는 시청률로 그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개콘을 만드는 제작진의 프로그램 제작 방식은 아마추어가 따로 없다. 뜬 코너에 무턱대고 PPL을 집어넣어 일단 ‘한 몫’ 챙기자는 식이다. PPL에 대한 전략도, 연구도 없다. 제작진의 프로페셔널적인 마인드가 아쉬운 대목이다.

요즘 시청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엔 그렇게 인색하지 않다. 노골적이지만 않다면 이제 PPL 따위는 어느 정도 용인해 줄 수 있는 아량이 있다. 게다가 개콘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동료 혹은 선·후배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꼭 봐야하는 ‘머스트와칭’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이런 ‘노골적 PPL’이 지속되면 개그맨들의 연기는 광고에 희석되고, 시청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지금 개콘에서 필요한건 전문 제작 스텝이 아닌 전략적으로 PPL을 어필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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