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이색 디스플레이들
진화하는 이색 디스플레이들
  • 최연진 한국일보 산업부 기자 (admin@the-pr.co.kr)
  • 승인 2012.11.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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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처럼 쓰거나 종이처럼 구부리거나…‘첨단 전쟁’ 가속화

[The PR=최연진] 모든 IT 기기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바로 디스플레이, 즉 화면이다. 네모난 검은 바탕의 디스플레이는 TV가 됐든, PC 모니터가 됐든, 스마트폰이 됐든 기기에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창이다.

그런데 최근 디스플레이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틀에 박힌 듯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았던 네모난 사각형을 벗어나기 위한 디스플레이들의 일대 반란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안경처럼 쓰거나 종이처럼 구부릴 수 있는 형태와 방식의 변화다.

안경형 디스플레이 바람을 일으킨 것은 세계 최대 인터넷업체 구글이다. 구글은 매년 연례행사로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하면서 깜짝 제품이나 기술, 서비스 등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6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 안경’을 깜짝 공개한 것.

▲ 구글은 지난 6월 말 미 샌프란시시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돼 각종 정보가 렌즈에 표시되는 '구글 안경'을 선보였다. 사진은 구글 안경 홍보 동영상 스틸컷.
구글, ‘구글 안경’ 선보여…인간 두뇌와 감응하는 장치 검토 중

구글 안경은 일반 안경과 달리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돼 각종 정보가 렌즈에 표시된다. 이 안경은 일반 선글라스처럼 가볍게 제작됐으며 측면에 손으로 건드려 작동할 수 있는 터치패널이 달려 있다. 또 안경 위쪽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무선인터넷으로 전달된 정보는 안경 렌즈 위에 반투명 상태로 표시되기 때문에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길을 걸으며 정보를 볼 수도 있고 육안으로 바라보는 대상을 촬영할 수 있다.

구글은 우선 미국 개발자들에게만 이 제품을 공급하고 다른 나라 개발자 및 일반 소비자 판매는 2014년 이후에 할 계획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의 두뇌와 감응하는 진일보한 장치로 구글 안경을 개선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구글이 획기적인 구글 안경을 내놓자 애플도 유사한 디스플레이 개발 계획을 내놓으며 관심을 끌었다. 애플은 2006년 10월에 이색 특허를 출원했는데, 미국 특허청이 지난 7월 4일에 특허 취득을 승인했다.

미 특허청 발표에 따르면 애플이 취득한 특허는 구글 안경과 흡사하다. 안경이나 모자처럼 이용자가 디스플레이를 착용하면 눈앞에 달린 화면표시장치에 각종 정보가 나타나는 식이다. 각종 정보는 구글 안경과 마찬가지로 반투명으로 표시돼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애플 장치는 구글보다 한발 더 나아가 입체(3D) 영상까지 표시할 수 있다.

이색 디스플레이 개발 대열에 일본 업체들도 뛰어들었다. 일본 업체들이 개발한 이색 디스플레이는 안경형 프로젝터에 가깝다. 올림푸스가 지난 7월 6일 선보인 ‘메그 4.0’이라는 이름의 스마트 안경은 안경 다리에서 전송한 동영상이 안경 렌즈 부분에 표시된다. 블루투스 통신 기술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안경에 표시해 볼 수 있다. 구글 안경과 달리 카메라는 지원하지 않는다. 이를 사용하려면 사전에 충전을 해야 하는데 한 번 충전하면 8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애플, 올림푸스, 엡손, ETRI…이색 디스플레이 대열에 속속 합류

역시 일본 업체인 엡손이 개발한 ‘모베리오 BT-100’이라는 안경 형태의 프로젝터도 지난 7월 국내에 출시됐다. 안경과 똑같이 생긴 이 제품은 양쪽 귀걸이 부분에 0.52인치 초소형 프로젝터가 들어 있다. 프로젝터에서 쏘아 보낸 영상은 안경다리를 타고 안경 렌즈 부분에 반사돼 눈앞에 대형 화면으로 표시된다.

안경을 쓰고 있어도 그 위에 착용할 수 있는 이 제품은 대형 영상 뒤로 희미하게 배경이 보여 걸어 다니며 이용할 수도 있다. 반대로 밀폐된 깜깜한 공간에서는 영상만 또렷하게 보인다. 평면(2D)과 입체(3D)를 선택할 수 있는 영상은 멀리 바라보면 최대 320인치까지 커지고 5m 지점 앞을 응시하면 80인치 정도로 볼 수 있다.

또 무선인터넷(와이파이) 기능이 들어 있어 인터넷에 접속해 유튜브 등 동영상 시청이 가능하며, 메모리카드에 영화 등을 저장해 재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TV나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연결해 사용할 수는 없다. 단점은 6시간 재생이 가능한 배터리가 내장돼 무겁다는 점이다.

해외에 뒤질세라, 국내에서도 이색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을 얼마 전 공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 7월 구글보다 진일보한 미래 예측 안경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사람의 시선 및 뇌파 분석기가 달려 있어서 시선이 향하는 지점과 뇌파를 측정해 원하는 정보를 미리 예측해 보여준다. 즉 음식점 간판을 보고 있으면 해당 식당에서 취급하는 메뉴 정보와 가격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여주는 식이다. 또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 목적과 장소만 알려주면 안경에 내장된 아바타가 사전에 필요한 정보를 취합해 일정표를 짜주기도 한다.

이를 위해 이 안경에는 착용자의 시선과 외부 풍경을 분석하는 2개의 카메라, 뇌파 수신장치가 달려 있다. ETRI는 사람이 행동하는 요소를 찾아내 연관성을 분석하고 미래 행동을 예측하는 기술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ETRI는 내년까지 시제품을 완성하고 2019년까지 기술개발을 완료해 상용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미 관련 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안전성·사생활 침해 등은 넘어야 할 산

이밖에 정부에서도 미래 디스플레이 사업을 국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서 국책 과제로 추진하는 것은 투명하면서도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이를 위해 지식경제부는 최근 LG디스플레이를 주관기업으로 선정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60인치 이상 대화면을 10cm 이상 곡면이 되도록 구부리거나 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무실 유리창에 회의나 일정 정보를 표시하고 버스 정류장 유리를 쌍방향 정보전달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 또 상점 진열창에 가격과 제품 정보를 표시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지경부는 2017년까지 관련 기술 개발을 완료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로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안전성과 사생활 침해 건이다. 안경형 디스플레이가 아무리 반투명이지만 보행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충돌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또 구글 안경처럼 쳐다보는 대상을 촬영하는 기능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뿐만 아니라 안경처럼 얼굴에 항상 쓰고 다니면서 무선인터넷에 접속하고 정보를 표시할 경우 전자파 등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업체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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