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CEO언어’를 써야”
“CEO는 ‘CEO언어’를 써야”
  • 김영순 편집장 (ys.kim@the-pr.co.kr)
  • 승인 2012.11.22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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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태 MBC 스피치 최고위 포럼 원장의 한수
…말의 기술을 넘어선 진정성을 가르치다

“말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해요. 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역량 이전에 진정성이 중요합니다.” 전 MBC 아나운서이자 지금은 <MBC 스피치 최고위 포럼>의 원장인 차인태씨의 목소리에는 핵심적인 부분이 나올 때마다 듣는 이의 귀를 누르는 에너지가 있었다. 그 에너지는 차 원장으로 하여금 삶을 뛰게 만드는 이유기도 할 것이다. 어느덧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의 에너지가 여전히 현역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해봤다.

▲ 차인태 mbc 스피치 최고위 포럼 원장.

[The PR=김영순 편집장] 차인태 원장은 단순히 아나운서가 아니라 시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었다. 1970년대에서부터 20년간의 방송사를 기억할 때, 차 원장의 모습을 지워버리기란 불가능하다.

1966년 KBS 아나운서로 합격 후 군 복무를 마치고 MBC 1기 아나운서로 입사하여 한국 아나운서 분야의 초창기를 일군 경력부터, <MBC장학퀴즈>를 1973년부터 1990년까지 무려 24년 동안 맡아 MBC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드라이빙한 것까지. 아나운서의 정석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줬었던 차 원장의 기록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그 시절을 기억하게 만드는 열쇠와도 같다.

아나운서의 전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1999년부터 방송계를 떠나 대학교 교단에 선 차 원장은 2년간의 암투병을 이겨내고 지난 해 11월부터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의 석좌교수로 초빙됐다. 그리고 올해 9월부터 MBC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MBC 스피치 최고위 포럼의 원장으로 기업최고경영자 및 임원, 정부 공공기관 고위인사 등 각계각층의 리더들에게 필요한 스피치 능력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포진한 강사진 또한 화려하다. <뉴스데스크>, <88서울올림픽> 등을 진행한 정보영 전 MBC 아나운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 <우정의 무대> 등을 연출하며 PD계의 전설로 남아있는 주철환 JTBC 콘텐트 본부장, 영화 <친구>로 유명한 곽경택 감독,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 삼성 출신 PR인 안홍진 효성그룹 홍보 전무 등이 실습 및 자문교수진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일상적으로 불편함 없이 먹고 살려고 하면 스피치에 그리 구애받을 필요가 없어요. 그러나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거나 조직을 이끌고 가거나 사회적으로 넓은 의미의 리더 역할을 하는 이라면 신경을 써야겠죠.”

차 원장은 좋은 스피치에 대해 의식적으로 호감을 주려고 하면 말이 꾸며지기 때문에 가식적으로 느껴질 수가 있으며 감동적으로 와 닿는 말은 쉽고 문장이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작용하는 언어 이외의 수단인 아이 컨택트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스피치는 그저 단순히 단어만으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바로 이 부분이야말로 TV 모니터에서 자신을 모조리 내보여야 하는 훈련을 겪는 방송인이 실질적으로 가질 수 있는 노하우기도 하다.

▲ 수강생들 앞에서 열띤 강의를 하고 있는 차 원장.

“인터넷 언어라든지 유행어 같은 건 CEO들이 써선 안 될 말들이 있습니다. 그런 언어구사가 조직원들에게 일시적인 호감을 줄 순 있겠죠. 그러나 CEO는 CEO입니다. 자신이 하는 말에 대해 책임을 갖는 언어를 쓸 필요가 있어요.”

차 원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언어 선택, 그리고 언어의 정확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용해야 한다고 유난히 강조했다. 이 모든 것들은 자신이 하는 말이 TV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 의해 수많은 의미가 붙고 수많은 해석이 이뤄지는 속에서 수십 년을 지내야 했던 언어의 프로페셔널이 하는 말이기에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 올 수밖에 없는 조언들이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과 스피치의 관계

차 원장은 자신이 맡게 된 MBC 스피치 최고위 포럼이 일방적인 강연 위주 교육이 아니며 자신이 신뢰하는 교수진이 만들어낸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Q&A가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며 일대일 스피치 교정이 수반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또한 방송국에서 진행되는 강점을 살려 녹화와 평가, 즉각적인 피드백을 수행하여 효과적인 학습효과를 지향하고 있다는 걸 확인시켰다.

“스피치에 대한 제 철학은 이렇습니다. 많은 말로, 명문장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감동시키려고 하지 말라. 대신 그 사람 얘기를 충분히 들어라. 얘기를 듣다 보면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방향타를 만들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차 원장의 말은 인터뷰 과정에서도 그대로 증명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차 원장의 태도에는 인터뷰어의 마음을 풀고 대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것은 OBS에서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토크쇼 <차인태의 명불허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상대방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핵심적인 말을 끌어내는 능력이 그것이었다.

문득 차 원장이 구사하는 상대에게서 핵심적인 말을 이끌어내는 능력의 비밀에는 바로 차 전 아나운서 본인의 훈련된 어휘구사가 혁혁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팁입니다. 사람마다 각자 자주 쓰는 어투와 어휘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가르친 어떤 분은 ‘너무너무’라는 단어를 너무 자주 씁니다(웃음). 그분께 앞으로는 너무너무란 단어를 자주 쓰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왜냐하면 너무너무는 그 뒤에 오는 목적어를 네거티브하게 수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너무 아프다’ ‘너무 힘들다’ 등등. 포지티브할 때는 너무를 쓰지 않습니다. 대단히, 매우, 아주, 꽤, 많이, 상당히 등등 너무를 대체할 단어는 찾으면 엄청나게 많아요. 이런 걸 많이 알아 둘 필요가 있어요.”

차 원장은 이어서 표현에 있어서의 모호함을 경계했다. 예를 들어 ‘같아요’의 표현이 그렇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에게 ‘맛있냐’라고 물어보면 ‘맛있는 거 같아요’라고 대답해요. 자신이 지금 먹는 중인 것 아닙니까? ‘맛있어요’ 아니면 ‘맛이 없어요’라고 대답해야죠. 그러한 어투는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거죠. 감정표현에 솔직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

이러한 일관됨은 차 원장이 오랜 시간 직업적 경험으로 숙달시키고 그 정련된 이미지를 시대의 아이콘이 만들 수 있었던 동력원에 근거하고 있다. 바로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어휘구사가 바로 그것이다.

교육은 약속이다

총 12주로 준비되어 12월 초에 끝날 예정인 MBC 스피치 최고위 포럼은 인터뷰가 진행된 날까지 4주 동안 진행된 상태였다. 차 원장에게 애초에 기획했던 것보다 달라진 것을 물어봤다. 화합과 소통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통해 원생들이 직접 조직 내에서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들 평하기 때문이다.

“시작 때 예상했던 것보다 30여명의 원생들 태도가 훨씬 진지해요. 이걸 얼마 내고 듣는 건데 빠지면 손해다라는 생각들이신지(웃음). 일반적인 MBA에서는 휴먼 네트워크를 짜는 데 주력합니다. 그래서 친목 모임이 주류를 이루게 되기 마련이죠. 하지만 우리 포럼은 그렇지 않아요. 전문성이 검증된 실질적인 적용을 위한 실습병행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원생의 10%만 제시간에 와도 ‘저스트 온 타임(Just On Time. 정시)에 시작한다’라는 주의입니다. ‘한 5분 있다가 몇 명 더 온 다음에 하죠’, 그 말대로 하면 다음 주에 그렇게 말한 사람들이 늦어요. 올해 일정이 끝나면 내년 3월에 같은 과정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12주만에 사람이 바뀔 수가 있나요. 그건 로또지(웃음). 본 과정이 끝나도 어떤 형태로든 AS할 기회를 가지려고 해요.”

교육도 약속이니까요, 라는 말이 뒤를 이었다.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그것이 일로서든 철학으로서든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삶을 살아오며 대가가 된 차 원장의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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