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SNS를 미디어로 보지 말라”
“18대 대선, SNS를 미디어로 보지 말라”
  • 김영순 편집장 (ys.kim@the-pr.co.kr)
  • 승인 2012.11.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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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바퀴 돌고 있는 대선 캠프 SNS 전략, 무엇인 문제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 승리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혁혁한 역할을 하는 걸 본 국내 PR 전문가들은 SNS가 흡사 신의 계시처럼 느껴졌으리라. 그로부터 정치 캠페인과 관련된 논의에 있어 SNS는 그야말로 빠지지 않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이종혁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이제는 흔할 대로 흔해진 정치적 SNS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되묻는다. 과연 이번 18대 대선에서 SNS는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 걸까?

▲ (왼쪽부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The PR=김영순 편집장] 한국 현실에서 정치 캠페인에 있어서의 SNS 활용에 대한 의문은 매우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과연 우리는 SNS가 성공적으로 기능한 조직적인 정치 캠페인의 사례를 갖고 있는가? 찾기 힘들 것이다. 이종혁 교수는 그 이유를 SNS를 미디어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SNS를 미디어로 보게 되면 그 역할 자체에 고착됩니다. SNS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행위라고 할 수 있어요. 테크닉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공감 받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SNS에서는 더 크게 작용합니다. 따라서 SNS 활용 전략은 ‘누가 나를 대변해줄 것인가’로 접근해야 합니다.”

SNS로 정치 캠페인을 해야 하는 후보라면, 지금의 내 모습을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의 모습을 취재하고 싶게끔 만들어줘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빅3 중 한 후보의 악수를 하는 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악수하기 전의 모습, 특히 그 악수라는 장면이 나오기까지 어떤 의제와 관련된 모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접근 전략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SNS를 어떤 수단이나 미디어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실체적인 목적으로 봐야 한다는 거죠.”

SNS 정치 캠페인을 진행함에 있어 SNS를 미디어로 볼 때의 위험성은 무엇보다도 일방성에 있다.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는 메시지란 자신이 메시지를 던지면 사람들이 따라 올 것이라는 전제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우리가 부동층이라고 하는 20~40대 유권자들에게 일방적인 내 메시지, 키워드를 일관되게 홍보하는 것은 지금의 트렌드와 맞지 않습니다. 거부감을 느끼죠.”

선거 전략에 있어 승부의 분수령이 되는 부동층 유권자들의 성향이 일방적 메시지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그에 대한 방향성은 달리 검토되어야 할 것이 당연하다. 이 교수는 그 해법으로 메시지의 ‘뼈대’를 보라고 주문했다.

▲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올해 SNS는 미디어로 활용하는 꼭지점 될 듯

“메시지에는 뼈대가 있습니다. 공예를 할 때 만드는 것 같은 거죠. 정치적 색깔, 이념적 특성, 후보가 가져야 할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선 후보 캠프에서는 이걸 표현해 줄 수 있는 메시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 빅3가 앞 다투어 내놓고 있는 키워드는 좋은 말일 뿐입니다. 좋은 말이라고 하는 건 그저 전달하고파 하는 욕망이고 전형적인 홍보방식인 겁니다.”

이 교수는 뼈대가 있다면 거기에 어떤 모양을 붙이건 자유롭다고 보고 있었다. 뼈대가 강인하다면, 한 가지 메시지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이 교수는 이제는 콘텐츠의 싸움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메시지 전쟁, 프레임 전쟁이란 말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콘텐츠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콘텐츠를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게 메시지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본 건 콘텐츠는 없고 메시지만 큰 경우들이었습니다. 그게 문제였죠. 앞으로는 키워드, 이미지 하나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실제적인 콘텐츠와 맞물려야지 SNS에서 홍보가 가능해집니다. 왜냐하면 SNS는 시민사회의 성숙을 도모할 것이며 비판적 토론이 상시화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갖지 못하는 메시지는 그저 이합집산, 분열의 의미 이상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 세상에서는 SNS가 할 수 있는 능력의 10%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 교수는 덧붙여서 SNS 콘텐츠의 가공과 확산을 너무 구체적으로 컨트롤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 부분이야말로 SNS의 일방성이 아닌, 타인이 만들어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SNS의 핵심은 대중의 붕괴이다.

SNS의 핵심은 대중의 붕괴

이번 대선 과정에 있어 많은 전문가들이 유력 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큰 틀에서의 공약들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 또한 같은 의견이었다.

“태생적으로 다른 후보들이지만 큰 담론에서의 지향하고자 하는 부분들은 유사한 게 많습니다. 저는 이걸 무척 특이한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각론은 다르다, 그런데 방향성은 유사하다, 그렇다면 승리를 결정짓는 것은 얼마나 유권자들과 잘 소통하느냐에서 결정날 것입니다.”

현재 빅3가 보여주는 비슷한 양상들을 달리 말하자면, 경제민주화, 소통, 복지 등의 공통 어필 키워드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거대한 물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소통은 모든 대선 주자들이 강조하고 있는 핵심적인 단어다. 이 교수는 소통의 방법론에 대하여 다시금 콘텐츠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려면 본질적인 자기 콘텐츠와 진정성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타 후보와의 완벽한 차별화를 위한 반대 전략 또한 유효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 말은 과거에는 인공적이고 매스마케팅적인 게 대세였다면 지금은 대중적 사고로부터 벗어난 것을 통해 상대방이 나로부터 얻어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던 이 교수의 코멘트가 유효하게 적용되는 부분이었다.

이 교수는 대선일까지 남은 시간 동안 세 후보의 말, 여러 맥락, 개개인의 어젠다, 어젠다의 프레임, 후보들이 만나는 사람 등이 어우러져 단편적인 광고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현장 속에서 후보자들을 재발견해내는 흥미로운 선거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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