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 잘 드러내는 것이 홍보의 생명”
“기업 가치 잘 드러내는 것이 홍보의 생명”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2.12.11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장처럼 ‘진~한’뚝심있는 홍보 비결은…
심선애 샘표식품 홍보팀 차장 인터뷰

[The PR=이슬기 기자] 기업이 가만히 있어도 유지된다는 건 옛말이 된지 오래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식품업계 속 은근하지만 뚝심 있는 행보를 보이는 기업이 있다. 간장 발효기술에서 발견한 요리에센스 ‘연두’, 91세 박승복 회장의 유별난 애정으로 탄생한 마시는 흑초 ‘백년동안’. 66년 간장 명가에서 전통 식문화 전파 기업으로 의미 있는 걸음을 이어오고 있는 샘표식품의 심선애 홍보팀 차장을 만나봤다.

MSG를 주성분으로 하는 화학조미료는 한 가지 맛만 강하게 만들어 사람들의 입맛을 길들인다. 튀는 맛 하나를 강조해 자꾸 찾게 하는 것이다. 샘표는 이런 조미료시장에 콩발효액 ‘연두’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 심선애 샘표식품 홍보팀 차장.

“이미 조미료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의 입맛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다행히 다양한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한 가지 중독성 강한 맛으로 다른 맛을 뭉개버리지 않고 혀가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맛을 즐기는 거죠. 저희는 옛 것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맛을 알리는 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위험한 도전이지만 우리의 고급스런 옛 맛과 식문화를 지켜간다는 데에 자부심도 있죠.”

요리 에센스‘연두’는 간장이 되기 전 발효단계의 콩발효액을 베이스로 개발’ 그간 샘표가 쌓아온 발효기술의 정점에서 탄생했다. 샘표는 비교적 공이 많이 드는 발효식품을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할말이 많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직장인 체험단, 주부교실 등 소비자를 직접 만나서 시음하고 설명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다. 심 차장은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식문화를 전파하면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활동들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두’의 경우 계속 샘플링을 진행할 예정이고, 내년쯤부터는 이미지 광고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에요. 전통적인 장류나 국수 외에 연두나 질러 육포, 폰타나 소스 등은 샘표의 이미지를 숨기고 각 제품의 이미지를 먼저 구축하는 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이죠.”

샘표식품 600명 중 26명이 홍보팀

“저희 회사 홍보팀은 교과서에 나올 법한 이상적인 조직이에요. 전체 직원 600명 중 26명이 홍보팀 직원이죠. 파트별로 소비자 접점,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든 채널을 함께 모아 이론적으로 탁월한 구조, 실질적으로는 찾아보기 드문 조직이죠.”

전체 직원 대비 적지 않은 수로 탄탄하게 짜인 홍보팀은 고객지원, MPR, 언론홍보, 해외홍보, 기업문화, 그리고 자체 요리 클래스인 지미원 등의 파트로 나뉜다. 고객지원은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콜센터를 포함하고 있고, MPR은 각종 이벤트와 온라인 채널을 관리한다. 언론홍보는 각 매체의 성격에 따라 퍼블리싱을 결정하고 해외홍보는 전통의 장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활동들을 펼친다. 기업문화파트에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된장의 맛과 가치를 알리는 ‘아이장 캠페인’과 이천공장의 갤러리 운영, 공장견학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시작한 ‘아이장 캠페인’은 샘표의 경영철학을 여실히 보여주는 활동이다. 간장이나 고추장에 비해 소비가 줄고 있는 된장을 활성화시키 고자 시작한 ‘된장학교’와 ‘유기농 콩농장’이 그것이다. ‘된장학교’가 된장의 효용과 다양한 레시피를 알린다면, ‘유기농 콩농장’은 아이들에게 직접 기른 콩으로 된장 만드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천공장에 7000평 규모로 조성된 ‘유기농 콩농장’은 가족들에게 나눠주고 한 해 동안 직접 돌본 밭에서 난 콩으로 된장을 만드는 이색체험이다.

“언젠가부터 콩농장의 수확량이 줄기 시작하더라고요. 수소문 끝에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 결과, 콩만 심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하더군요. 콩뿐만 아니라 뿌리가 깊은 식물들도 같이 심고, 유기농이니까 아무래도 벌레가 많은데 그 천적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꽃도 심고… 처방대로 하니 콩농장은 훌륭한 자연학습장이 됐어요.”

홍보활동의 일환으로 시작한 콩농장이지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배우는 점이 많다고 한다. 심 차장은 사람도 함께 부대끼며 사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됐다고 털어놨다.

▲ 샘표식품은 경기도 이천에 '유기농 콩농장'을 운영, 아이들에게 한 해 동안 직접 기른 콩으로 된장을 만드는 체험을 제공한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 우리 식문화 전파하다

샘표는 다양한 채널의 활발한 운영으로 지난 8월에는 대한민국 SNS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심 차장에게 올해 PR의 화두를 묻자, 단연 SNS였다고 답했다.

“올해는 SNS 등 새로운 채널들이 자리를 잡는 해였다고 생각해요. 채널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것 같고, 내년에는 콘텐츠가 중심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어요. 홍보의 성패는 콘텐츠의 진정성에 달려있다고 보거든요. 그 콘텐츠를 가지고 각 채널에 맞게 가공하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죠. 기업의 가치를 잘 드러내는 일을 만드는 것, 그것이 홍보의 생명이라고 생각해요.”

샘표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는 심 차장은 경영관련 매거진에서 기자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취재를 다니면서 홍보실의 존재를 알게 됐고, IT회사와 화장품회사에서 홍보,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11년차 PR인 심 차장에게 PR인의 자질에 대해 물었다.

“보통 사람들이 저를 보면 성격이 참 좋아서 홍보업무에 잘 어울리겠다고 해요. 하지만 홍보는 성격으로 하는 게 아니죠. 홍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적 사고라고 생각해요. 홍보인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의도를 정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관철시킬 것이냐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상대를 공략해야 해요.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상대의 마음을 홀릴 수 있어야 하죠. 또 직업의식이 투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홍보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직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프로의식을 가져야겠죠. 예를 들어 자기 회사를 알리는 사람이 늘 회사에 대해 투덜댄다면 누가 그 사람 말에 귀를 기울이겠어요. 여기에 글쓰기, 채널, 디자인에 대한 이해 등 테크닉을 갖추고 세상에 대해 두루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PR전문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조정자로서의 긴장감이 생명

올해 식품업계의 위기관리 케이스들에 대해 묻자, 심 차장은 미흡한 대응이 안타까웠다고 말문을 뗐다. 늘 긴장하고 있어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것이 사고이고, 초기 대응에 이미지가 크게 좌우되는데 적절하지 못한 대응으로 타격을 입는 모습에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었다고 전했다. 또 외부 설득 이상으로 내부 설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한다. 아무래도 조직문화는 미묘한 이해관계가 그물망처럼 엮여있는데,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조직 내 영향력이나 자신의 역할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기도 했다.

또한 PR인으로서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홍보대학원뿐만 아니라 회사의 업종이나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활동으로 시야를 넓히길 추천했다. 심 차장 자신도 최근 회사의 배려로 성공회대학교의 CEO인문학과정을 수강하고 있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PR인으로서 짜임 있게 운영되는 강좌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물론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친구들에게는 테크닉을 익히는 강좌도 유용하지만, 그걸 넘은 사람들에게는 이렇다 할 재교육 시스템이 없는 것 같아 아쉽죠. 스스로도 고민하는 부분이고, 후배들을 어떻게 끌어줄 수 있을지 제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어요. PR인들이 함께 공부하고 발전하며 상생의 묘를 찾는 자리가 풍성해졌으면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