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유혹이다. 고로 나는 유혹한다”
“광고는 유혹이다. 고로 나는 유혹한다”
  • 남기용 (admin@the-pr.co.kr)
  • 승인 2012.12.14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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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빅앤트 인터내셔널’을 찾다
클라이언트를, 소비자를 즐겁게 해주는 광고가 가장 좋은 광고

직원 모두가 몸에 개미 한 마리 이상 그려 넣은 이 특이한 회사는 현재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무서운 신예 광고사 ‘빅앤트 인터내셔널’이다. 원쇼, 클리오, D&AD, 뉴욕페스티벌 같은 쟁쟁한 해외 광고제 수상 경력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박용만 (주)두산 회장의 장남이 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층 주목받았다. 홍익대 광고홍보학부 학생들이 박서원 빅앤트 인터내셔널 대표를 만나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게 좋아 아버지가 스카웃해도 사양합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신념과 꿈을 소상히 담았다.        글=남기용 홍익대 광고홍보학부

▲ 박서원 빅앤트 인터내셔널 대표.

빅앤트 인터내셔널 회사의 분위기, 규모, 하는 일 등 전반적인 회사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회사 전반적인 분위기는 보이는 그대로예요. (빅앤트 인터내셔널 사무실은 굉장히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활발하게 보였습니다. 직원들 책상 사이에 벽이 없었고, 사무실 내에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사무실 안에서 스케이트보드도 타고 다니더라고요.) 우리 클라이언트(고객사)는 많아요. 동시에 진행하는 작업이 10개 정도 되지요. 그 중에서도 매일유업, 동아약품 같은 메인 클라이언트는 회사에서 나오는 전 제품을 우리에게 모두 맡겨요. 메인 클라이언트 외에도 단기 프로젝트로 많은 클라이언트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광고, 디자인, 전략 컨설팅 등을 각각의 회사가 나누어서 진행하는데, 저희는 모든 제품의 전 과정을 싹 다 하고 있죠. 메인 클라이언트 일만 해도 백 몇 십 개의 프로젝트가 있어요. 주력제품은 주력 제품대로 유지하고, 비주력 제품은 주력제품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개선 작업을 계속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회사가 다른 회사랑 확연하게 다른 것은 광고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라 브랜딩, 전략컨설팅, 브랜드 포지셔닝 부분도 다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광고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광고회사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거죠. 회사 인원은 15명에서 20명 전후인데, 일은 직원 50명 가까이 있는 광고 에이전시가 하는 만큼 하는 것 같아요. 일은 항상 많아요. 그래서 우리가 자신 있는 것만 골라서 하고 있어요.

대표님께서는 책에서도 강연에서도 많이 경험하고 잘 놀면서 즐겁게 광고하라고 말씀하시는데, 무작정 경험하고 노는 것이 아니라 기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은 무엇인가요?

현실적으로, 경험하는 것도 노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또 어떻게 경험하느냐도 정말 중요해요. 하지만 그 전에 내 밑바탕이 어떻게 깔려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죠. 저는 지금 광고 디자인을 하고 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고 이 일에 자신이 있어요. 전 세계 누구를 1대1로 붙여놔도 내가 저 사람 보다 덜하거나 못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을 만큼 한다는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이렇게 행동하는 게 나의 인생인거죠. 노는 순간에도, 밥을 먹을 때도 빅앤트 박서원인거예요.

밥을 먹으러 갈 때도 그냥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고민을 하면서 가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면서 거리를 걸어 다니고, 어느 식당에 꽂혀서 들어가면 내가 왜 이 식당을 택했는가, 시각적으로 감각적으로 다른 식당 보다 뭐가 더 나은 건가, 일하는 사람들의 서비스나 태도는 어떠한가,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색감은? 메뉴판은? 만약 내가 돼지고기를 골랐다면 왜 이것을 골랐는가? 평상시에 내가 돼지를 좋아해서? 아니면 돼지고기 이외에 다른 재료들이 조화롭게 보여서? 끊임없이 생각을 하는 거죠.

그냥 혼자 계속적으로 질문을 합니다. 그 중에 몇 가지는 스스로 명확한 답을 얻지만 대부분은 그냥 생각한 채로 지나가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이러한 생각을 했나 안했나는 나중에 누군가 관련 브랜딩을 해달라고 했을 때 그 전에 했던 생각들이 스쳐지나가죠. 내가 그 동안 겪은 돼지들은 어떤 돼지들이었나, 어떤 느낌이었나, 그 때 했던 생각들을 쭉 훑고 지나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필요한 부분이 딱 나와요.

더 중요한 건 이건 제 방식입니다. 제 방식이 정답은 아니라는 이야기예요. 이건 박서원이 터득하고 살아가는 박서원의 스타일인거예요. 박서원의 일상은 밥 먹는 것부터 숨 쉬는 것도 엮어서 생각을 해요. 쓸데없지만 이게 쌓이다 보면 새롭게 엮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거예요. 노는 것도 중요하고 어떻게 노는 가도 중요해요. 하지만 그전에 내 기본 바탕이 어떻게 깔려 있는가를 생각하세요. 그렇게 되면 놀아도 도움이 되고 쉬어도 도움이 되게 쉬어요. 그게 제 생각이에요.

▲ 사무실 내부의 아기자기한 모습.

대표님이 생각하는 광고란 무엇인가요? 광고는 OOO이다.

그거 제 트위터에 대문짝만하게 써있어요. (하하하) 광고는 유혹이다. 고로 나는 유혹한다. 누군가가 광고를 보고 그걸 보고 싶고, 사고 싶고, 공유하고 싶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거죠. 유혹하는 거예요, 광고는. 좋은 광고는 명확히 어떤 것을 광고하냐에 따라 다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 제가 전담하고 있는 메시지 선에서 누군가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도록 하는 광고가 가장 좋은 광고라고 생각해요. 상을 받는 광고도 좋은 광고이고 물건을 잘 팔게 하는 광고도 좋은 광고예요. 하지만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저는 주저 없이 물건을 잘 팔게 하는 광고를 택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저를 믿고 일을 맡겨줬기 때문에 제가 일을 할 수 있잖아요. 클라이언트가 저에게 일을 맡겨줬을 때는 분명 ‘내가 피땀 흘려 만든 제품이니 잘 팔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한 것이지 절대 ‘내가 피땀 흘려 만든 제품으로 상이나 받게 장난쳐주세요’가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 광고쟁이와 같이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들은 내가 만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클라이언트를, 소비자를 즐겁게 해주어야 해요. 보는 사람 위주로 생각을 하는 거죠. 진심이 중요해요. 저를 믿고 일을 맡겨 주셨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분들 믿음에 져버리지 않게 최선을 다해 그분을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 박 대표는 사무실에서 보드를 타고다닐 만큼 자유분방하다.

대표님께서 작업했던 광고 중 가장 기억에 남은 프레젠테이션(PT)는 무엇이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카페라떼 경쟁 PT입니다. 처음 광고주에게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면서 카페라떼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때 어떠한 점에 가장 많이 액션을 취할까, 어떠한 점을 볼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제품은 맛은 괜찮았지만 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제품이었고, 저희는 그 문제점을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에서 찾았습니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때 ‘아 이건 브라질산 원두, 아~ 이건 콜롬비아산 원두’ 이렇게 커피를 따져가면서 먹지 않고, 커피가 가장 맛있어 보일 때, 크림이 갓 올라가 있을 때, 그리고 진한 커피향이 느껴지는 모습일 때, 그럴 때 커피를 가장 맛있게 먹는다는 것에서 빅앤트는 카페라떼의 패키지를 바꿔야한다고 광고주에게 말했더니 광고주는 처음에 극구 반대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설득 끝에 패키지 디자인을 바꾸게 되었고, 패키지 디자인을 바꾼 후 카페라떼의 시장점유율은 상상을 초월하게 높아졌습니다.

저 스스로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분명히 몇 가지가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든거예요. 광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언어력, 창의력, 수리력 아이큐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고 작년에도 한번 받았었는데, 일을 시작하고 나서 언어력과 창의력 아이큐 테스트의 수치가 크게 증가했어요. 아이디어를 내고 발표를 하고 하면서 머리를 쓰니까 그만큼 계발되었다는 뜻이에요.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스스로 타고 났다고 생각 하는 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결정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거예요. 성격적으로. 고민을 잘라내는 프로세스가 빠르기 때문에 단순화시키는 과정 또한 빨라요. 두 번째는 사람이 갖고 있는 감각들, 즉 오감이 예민해요. 예를 들어 PT를 할 때, 감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청중들의 제스쳐나 표정을 보고 그 분들의 생각이 느껴져요.

이 두 가지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조화가 돼서 받아들이는 것이 빠르고 그 속에서 필요 없는 것들을 제거하는 게 빠르기 때문에 PT를 할 때 청중을 보고 ‘아 저 분은 나의 PT에 만족을 하는구나 만족을 하지 못하는구나’를 빠르게 느낄 수가 있어요. 결국에는 제가 타고난 것과 제가 일을 하면서 발달하게 된 부분들이 일을 하는 7년 동안 저도 모르는 훈련을 통해서 발달하게 된 것 같아요.

빅앤트 작품들을 보면 영상광고 보다 인쇄광고 위주의 광고가 많은 것 같은데, 영상광고 쪽으로는 크리에이티브 측면의 한계가 있어서 그런 것인가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광고회사에다가 제품을 맡기면 무조건 TVCF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게 돈이 되거든요. 근데 앞서 제가 얘기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예요. 예를 들어 20대 대학생들이 먹는 어떤 제품을 만들어서 광고를 만들어야 된다고 가정할 때, TVCF로 만들어서 광고를 한다면 잘 팔릴까요? 잘 안 팔려요. 왜냐하면 20대 대학생들의 라이프스타일이 TV자체를 잘 안보거든요.

반면에 60대를 위한 잇몸치료제를 게릴라 광고를 하면 잘 팔릴까요? 마찬가지로 잘 안 팔려요. 6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일어나시는 아침시간에 TV에서나 보여줘야 팔린다는 것입니다. 결국 저희가 작업하는 것은 타깃의 라이프스타일을 알고 가장 적절하게 이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어디인가를 파악하는 겁니다. 소비자에게 맞추어가는 거죠.

많은 예비 디자이너들과 기획자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입니다. 광고가 만들어지기 까지 빅앤트만의 프로세스를 알고 싶어요.

빅앤트만의 프로세스라, 글쎄 거의 다 비슷한 것 같은데 조금 다른 것은 저희는 TVCF다 인쇄광고다 제한이 없어요. 예를 들어 어떠한 제품이 개발됐고 그 클라이언트가 30초 TVCF하나, 그 CF와 연관된 인쇄광고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저는 직원들에게 “어떤 제품 나왔으니까 이거 광고 아이디어 내기 시작합시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잘된 것은 따로 모아두고, 변형 시켜야 할 것들을 변형시키고…

모든 영역을 해도 나중에 표현하는 방법만 틀릴 뿐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앞서 말씀 드렸듯이 영역을 구분하지 않는 거예요. 한 제품의 패키지를 디자인한 사람과 TVCF를 만든 사람과의 생각이 과연 다를까요? 그렇지 않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소비자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는 거예요. 저는 TVCF는 TVCF여야 하고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프로세스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외형적으로 다른 것은 없지만 내형적으로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남들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데 우리라고 서서 일하겠어요? 다 똑같이 앉아서 일하지요 하하하.

▲ 빅앤트는 개미(앤트)라는 사명에 어울리게 사무실 곳곳에 개미 문양이 있다. 종이컵(사진 오른쪽)에서도 발견되는 개미.

빅앤트 인터내셔널 홈페이지를 보면 수시로 아카데미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작품을 받고 있는데 지금도 진행하고 계신가요?

아카데미는 그냥 내가 미래를 보고 만들어 놓은 창고예요. 나는 선생님들이 나를 가르쳐줬고, 우리 부모님께서 나를 키워주셨고, 선배들이 나를 이끌어 줬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예요. 그럼 내가 사회에 다시 환원을 하고 내가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받은걸 그대로 후배들, 학생들한테 전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카데미를 만들어 놓았고, 수시로 모집하죠. 공지를 하지 않아도 많이 찾아와요. 스스로 찾아 오는 것도 열정이고 근성이고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빅앤트의 채용 기준은 무엇인가요?

채용기준은 높지 않아요. 우리 채용기준은 일단 착해야 하고, 또 착해야 하고, 착해야 해요. 이력서를 받으면 착한 이력서와 못된 이력서가 있어요. 성의 있게 작성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보여요. 그걸 대충 써서 보내는 애들도 많아요. 그런 애들은 무조건 1차에서 떨어지죠. 성의가 없으니까. 성의 있게 준비한 애들은 무조건 면접까지 와요. 그럼 면접에서 어떤 대답을 어떻게 하는가, 질문을 했을 때 무슨 단어를 선택해서 어떤 뉘앙스로 대답을 하는가, 자세는 어떠한가, 이런 것에서 달라지는 거죠. 작품은 안 봐요. 학생들 작품은 얼마 차이가 안나요. 거기서 거기예요. 그래서 인성만 봐요. 얼마나 성의 있게 준비하고 느낌 있게 대답하는가. 그것만 봐요.

예비광고인 및 디자이너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일단 말해주고 싶은 몇 가지가 있는데, 광고는 거품이에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저를 포함한 능력 있는 광고쟁이들을 보았을 때 화려하고, 창의적이고, 자유롭고, 인정받고, 재미있고, 신나고… 그렇게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의 얼마나 처절했는지 그 과정을 못 본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거죠. 광고학과를 졸업해서 광고회사에 취직하는 경우가 30%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나머지 70%는 못 버티고 회사를 나가요. 5년 안에. 이게 다 거품이기 때문에… 모두 거품을 보고 쫓아오는 거에요.

하지만 그것은 광고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을 탓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광고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을 표현하는데 당연히 더 좋아 보이게 포장할 수밖에 없죠. 근데 학생들은 그 포장만 보고 따라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어떤 제품에 대해 광고를 만들어보라고 하면 정말 필요 없는, 그냥 그럴 듯 해 보이는, 상 받을 만한 아이디어만 내고 있는거예요. 그게 다 좋은 거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광고를 하면 광고 하나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냥 포장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해요. 광고에는 어떤 직책이 있고 어떤 일이 있고 어떤 프로세스가 있고… 이런 모든 것을 자세하게 알았으면 좋겠어요. 자세하게 알고 뛰어 들어가는 것과 자기가 생각하는 추상적인 결승골만 보고 달려가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어요. 잘 알고 선택해야 해요. 공부도 하고 진짜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스스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세요. 모든 것은 자기하기 나름이니까요.
 

▲ 인터뷰 후 함께 찍은 기념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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