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까지 침투한 SNS 사이비 강사
대학까지 침투한 SNS 사이비 강사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2.12.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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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에 거짓PR까지…학생들은 카페 홍보 알바?

▷검증 안 된 SNS 자격증, 사이비강사 배출 ‘온상’에 이어...

[더피알=이동익 기자] SNS 관련 강의 수요가 늘자 정체불명의 사이비 강사들이 판치고 있는 가운데 지성의 요람인 대학가에도 이들이 깊숙이 침투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업계에서 이미 사이비 강사로 알려진 SNS 강사 최 씨는 기업체, 공공기관 강의는 물론 모 대학교 겸임교수, 객원교수로도 활동하며 관련 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는 등 여전히 SNS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중이다.

최씨가 현재에도 강의요청이 쇄도하는 등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포털을 무기로 자기PR에 능통하기 때문이다. 그는 실체가 모호한 ‘진흥원’ ‘연구소’ ‘협회’ 등의 이름으로 카페, 블로그를 개설해 끊임없이 자신의 강의 활동과 교육과정 내용을 게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더피알>이 심층 취재해 본 결과, 강사 최 씨의 주장들은 상당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다. 모 대학교 객원교수,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은 시간강사였다. 해당 대학교 교원인사 담당자들은 “그 분은 현재 ‘시간강사’일 뿐”이라며 “임용 배경까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씨의 강의 내용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해당 학교에서 ‘디지털콘텐츠 비즈니스개론’ 이라는 소셜미디어 마케팅 관련 강의를 했지만 최 씨가 학교에 제출한 강의 계획서를 보면 ▲1주차 카페에 자기소개 올리기 ▲2주차 동영상촬영법 ▲4주차 사진촬영 및 편집 ▲5주차 휴강 ▲6주차 블로그-1 ▲9주차 페이스북 기초 등 기초적인 SNS 활용법 위주의 강의다.

400만원 육박하는 한학기 등록금 냈더니배우는 건 카페에 자기소개하기

▲ 모대학교에서 시간강사인 최 모씨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최 씨가 운영하는 카페에 출석 게시물을 올린 모습. 해당 학생들은 과제라는 명목으로 카페에 게시물을 올려야 했다.

실제로 해당 강의를 들은 한 학생은 “교수님이 TV에도 나오고 소셜미디어 쪽에서 유명하다고 하셔서 수업을 듣게 됐다”면서 “강의는 재미있게 가르치셨지만, 아주 기초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얻는 건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심지어 최 씨는 학생들을 상대로 자신의 강사 홍보에도 적극적이었다. 수업과제라는 명분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학생들이 출석하도록 지시했고, 기사 타이핑이라는 과제도 제출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출석 게시물을 올리기 위해 카페 가입을 해야 했으며, 주요 이슈가 되는 기사들을 타이핑해 올려 카페 게시물 노출을 도왔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한학기 400만원에 육박하는 고액의 등록금을 내면서 최씨의 ‘카페에 자기소개하기’ 식의 기초적인 강의를 들었던 셈이다.

▲ '000진흥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 모씨는 모학회 학술대회에서 sns 마케팅 활용사례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해당 논문을 확인한 결과, 논문의 첫부분인 서론을 제외한 나머지는 강의 ppt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는 등 논문으로 말하기엔 민망한 수준이었다.

최 씨의 강사 PR은 온오프라인 영역을 넘나들며 모든 인맥을 활용했다. 최 씨는 모학회에 논문을 발표했다고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려 일부 언론사들은 이를 보도했다. 또, 자신이 속해 있는 학회에 논문 게재도 한바 없는 ‘000진흥원’ 강사들과 함께 해당 논문을 공동저자 형식으로 연구 실적 발표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해당 학회는 기자의 질문에 연구 발표를 한 교수 인적사항도 몰랐다. 학회 관계자는 “학회에 속하신 교수님께서 부탁을 하셔서 학술대회에 발표할 수 있도록 했다”며 “발표를 하신 강사분의 인적사항은 잘 모른다. 교수님을 믿고 자리를 마련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학회는 소속도 모르는 강사를 초빙해 연구 실적 발표를 진행하도록 했으며 평소 사용하던 강의 PPT를 연구결과로 발표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실제 해당 학회가 발표한 학술대회 논문집을 보면, 해당 논문은 논문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PPT 사진이 도배돼 있다.

사이비 강사 근절 위한 체계적인 교원 임용 제도 마련돼야

이에 대해 학회 관계자는 “학술대회 관련 공지를 하면, 소속된 교수님들께서 관련 논문 신청을 하신다. 심사하시는 교수님들께서 보시고 적정 여부를 판단해 진행한다”며 “논문을 내실 시간이 안 되신 분들께서는 보통 PPT 발표자료를 내곤 한다”고 밝혔다.

기자가 재차 앞부분만 논문형식을 갖추고 사진으로 도배된 이유를 묻자 “심사하시는 교수님도 시간이 안 되셔서 내용은 읽지 못하고 제목만 보고 적성 여부를 판단한다”며 “다른 곳도 다들 그렇게 하는데 뭐 때문에 그러시냐”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이처럼 사이비 강사가 대학교까지 침투할 수 있었던 배경은 대부분 비전임 교원 임용이 추천제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전임 교원 임용뿐만 아니라 비전임 교원 임용 또한 체계적인 교원 임용 제도가 마련돼야할 대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 쪽에서도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 한 관계자는 “교원 임용에 관해서는 해당 학교에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있다"며 "관련 민원이 정부에 제기되면 학교에 사실 확인을 요청할 수 있지만, 우리가 따로 시정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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