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에서 ‘표창’받는 기자들
출입처에서 ‘표창’받는 기자들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1.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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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정책홍보 유공자’?…업의 본분 점검해봐야

[The PR=이슬기 기자] 지난달 26일 지식경제부 홍석우 장관은 출입기자 3명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정책홍보가 우수했다는 이유다. 장관실 내부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은 20만원 어치 문화상품권을 부상으로 지급받았지만 표창장 외 부상은 그 자리에서 모두 반납했다.

지식경제부는 표창 취지로 이들 기자들이 정책 홍보와 비판, 대안 제시를 해 온 점을 들었다고 한다. 이를 보도한 미디어오늘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무총리실 ‘정책홍보’ 평가에서 지난해 꼴찌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2위로 평가를 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기자들이 비판은 물론 대안제시도 많이 했다”는 지식경제부 홍보지원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한 원로 언론인은 “그런 관행이 심심찮게 있어왔다”면서도 “옛날 같았으면 그 기자들 얼굴 들고 다니기도 창피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권력 기관을 감시, 감독하고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안 그래도 갈등의 시대에 갈등을 부채질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또한 요즘처럼 사소한 일도 순식간에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원만한 언론관리는 굳이 홍보를 들먹이지 않아도 기본이다. 하지만,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가치 중에 어느 쪽이 기자의 본분에 가까운지, 그에 대한 가치판단이 결여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부처는 출입기자를 정해두고 그 외에는 함부로 들이지 않는다. 이 사실은 즉각 그들에게 특권을 부여하고, 이 특권은 국민의 알 권리를 담보로 주어진 것이다. 표창을 받은 그들은 그 다음엔 어떤 기사를 쓸 수 있을까? 혹시 어떤 이는 기대했다면, 그는 내년을 기대하며 어떤 기사를 쓰게 될까? 못된 상상만 증폭시킨다.

최근 취재원과 취재기자 사이로 만나 호형호제하던 기자의 말대로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상대를 고소하게 됐다는 웃지 못할 사건을 접한 적이 있다. 이들의 폐쇄성이 종종 엉뚱한 방식의 우정으로 발전한 일부 세태를 반영한 예일 것이다. 기자와 홍보인의 관계를 설명하는 불가근불가원에서 불가근의 원칙이 간과된 결과일 터.

기자와 취재처 사이의 이같은 긴장관계에 대해 한 대기업 출신 홍보 인사는 기자를 “사실은 매우 귀찮은 존재”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최대한 낯을 트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기자들 낯을 많이 터 두면 결국엔 피곤한 일이 생긴다”라고. 또 그 단계가 지나면 최대한 살갑게 지내 네거티브 기사는 나가지 않게 하거나, 적어도 먼저 귀띔을 줄 수 있도록 포섭(?)한다는 팁도 덧붙였다.

계사년 새해, 정책홍보는 ‘홍보전문가’들에게 맡겨두고 권력기관 견제에 충실해 국민에게 표창받는 값진 기자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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