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죽음 앞에 해도해도 너무한 언론
조성민 죽음 앞에 해도해도 너무한 언론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1.0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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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자녀 일거수일투족까지 보도…2차 피해 우려돼

[더피알=강미혜] 지난 주말 갑작스럽게 날아든 비보에 대한민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전직 야구선수이자 故 최진실씨의 전 남편인 조성민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언론들은 조씨의 자살을 앞다퉈 톱뉴스로 보도했다. 자살 경위를 비롯해 과거 선수로서의 불운, 순탄치 못했던 결혼생활 등 그의 삶 자체가 집중 조명됐다.

▲ 故 조성민 빈소.

특히 조씨의 자살은 한때 가족이란 연으로 묶였던 이들, 즉 최진실·최진영 남매의 뒤를 잇는 또하나의 비극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2~3년 새 연이은 죽음, 그것도 자살이란 공통된 분모에 많은 언론은 ‘비운의 일가’ ‘자살 트라우마’ 등의 타이틀의 내세워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이 와중에 집중적으로 거론되는 중요 인물들이 있다. 다름 아닌 조씨의 두 자녀다. 엄마와 외삼촌에 이어 아빠까지 잃은, 마치 영화나 소설 속에 있을 법한 일을 겪은 어린 남매의 이야기를 언론이 놓칠 리 없었다.

이들의 사연은 네티즌들의 연민어린 시선과 함께 극적으로 재구성됐으며 조씨가 생전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 상주로 빈소를 지키는 모습, 향후 남매의 거취 문제까지 모두 기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남매의 이름, 가족관계, 얼굴 사진 등 지극히 사적인 부분까지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씨의 자녀들은 공인도 연예인도 아니다. 부모가 화려한 삶을 살았고, 비극으로 삶을 마무리한 안타까운 현실의 피해자일 뿐이다. 더욱이 아직 나이도 한참 어리다.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 앞에 마음 추스르기도 힘이 들 터.

하지만 언론은 이런 그들의 상황과 처지를 봐주지 않고 갖은 기사로 들쑤시고 있다. 과거에 아빠 엄마, 삼촌과 환하게 웃고 있는 자료사진을 조씨의 자살 보도와 함께 게재하는 ‘친절함’을 보이는가하면, 빈소에서의 경직된 표정과 눈빛, 향후 양육권 문제에 얽힌 ‘애틋한 심정’도 기사 속에 녹여내고 있다. 오죽하면 사건 담당 경찰까지 나서 “제발 더 이상 캐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을까.

이쯤 되면 기사의 의도나 진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과연 조씨의 자살을 보도하는 언론은 남겨진 아이들이 진짜 걱정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아이들의 드라마틱한 사연으로 ‘클릭장사’나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조씨는 생전 언론의 일단 ‘쓰고보자식 기사’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스포츠신문 기자라는 인간들이 나에게 아무 것도 확인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기사를 써 내는 바람에 정말 미칠 지경이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조씨의 자살을 두고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행태, 도를 넘어선 악플 등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크다.

하지만 조씨는 죽어서까지 ‘언론 횡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 듯하다. 그를 대신해 이제는 자식들마저 수많은 언론의 기사소재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진짜 조씨 자녀들의 앞날이 걱정된다면 언론은 지금부터라도 침묵해야 한다. 훗날 부모의 죽음에 자신들의 얼굴이 자료사진으로 쓰인 것을 보는 그런 참담함을 두 아이에게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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