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통합 다음엔 관제다!
위기관리, 통합 다음엔 관제다!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3.01.09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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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지난 2012년 한해 동안 여러 기업들과 위기관리 시스템 통합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기업들과 함께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위기관리 체계들을 하나로 융합하는 활동들을 실행했다.

기업 내 이해관계자 커넥션들을 중앙집중형으로 데이터 베이스화하기도 했다. 홍보, 기획, 법무, 대관, 영업, 마케팅, 인사, 총무 등에 걸친 여러 위기관리 기능들을 위기관리위원회 방식이나 위기관리팀(CMT) 방식으로 집중화 또는 계층화해 통합했다. 위기 발생시 항상 제한사항이었던 위기관리 예산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조화도 했다.

▲ 인천 국제공항 전경.(자료사진)


줄이고 합했던 통합의 2012년

위기관리 핵심 의사결정자들이 미처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수많은 자사의 공식 SNS 채널들을 한 장의 맵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각각의 채널의 존재목적과 효용성들을 점검해 필요 없는 채널들을 과감하게 덜어내고, 필수 채널들에 업무 내역과 가이드라인을 줘 위기에 대비하는 통합적 관리를 시행했다.

일사불란한 대응을 위해 위기 시 대응 업무들을 시행해야 하는 일선 인력들을 하나의 가이드라인과 하나의 프로세스로 규격화 해 교육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점검도 했다. 많은 지점과 매장 그리고 이해관계자 접점에 위치한 많은 조직의 기능들을 하나의 통합적 체계하에 정리해 관리 가능토록 편제했다.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대형 위기 발생시 위기통제센터인 워룸(war room)속에서 실시간 변화하는 위기 상황과 이에 대한 일선의 대응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위기관리 포털과 모니터링 센터들도 만들었다. 일선에서 대응되는 많은 활동들을 차례대로 열람하며 상황을 업데이트 받을 수 있는 최고의사결정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2012년 한 해 동안은 이와 같이 ‘통합하고, 통합하고, 통합하라’는 주제하에 많은 기업들이 규모와 다양성을 늘리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줄이고, 합하고, 녹여 넣는 활동들을 위기관리 시스템 작업을 통해 함께 했던 한 해였다.

그럼 2013년에는 어떤 주제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까? 2013년 위기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기 원하는 많은 선진 기업들에게는 ‘관제(Control)’가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될 것으로 본다.

관제란 ‘관리하여 통제함’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관제’의 의미에는 ‘강제성’이 일정 수준 존재한다. 지난 2012년간 기업내부에 통합해 놓은 체계적, 조직적, 인사적, 예산적 위기관리 시스템에 더해 2013년에는 일정 수준 ‘강제성’을 부여해 관리하고 통제하는 ‘실행 가치’를 공고히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관제’는 공항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다. 하나의 공항에는 여러 개의 활주로들이 존재하고, 비행기들이 승객들과 화물들을 들이고 내리는 탑승구들이 존재한다. 수많은 국적의 항공사들이 보유한 다양한 비행기들의 이착륙을 하나의 지점에서 관리하고 통제하는데, 이 지역이 관제탑(Control Tower)이다. 중앙관제센터라고도 불린다.

기업의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 중앙관제센터의 존재와 역할 그리고 그 경쟁력은 기업 위기관리의 성패를 좌우한다. 현재 풍향과 풍속을 분석해 해당 위기 상황과 환경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려주는 곳도 위기관리 관제센터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부문들(비행기들) 하나 하나에 직접 대응 지시를 전달해 주고, 지시 이행 상황을 가시적으로 확인하며 피드백을 주고, 업데이트를 하는 활동들이 모두 위기관리 관제센터에서 이뤄진다.

위기 대응을 해야 하는 기업 부문들에서는 자신들이 실행해야 할 활동들에 대한 조언을 위기관리 관제센터로부터 받을 필요가 있다. 물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사항들에 대해 부서 스스로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다른 부서 활동들과 중앙 관제센터에서 원하는 전략과 방식들과 일체화시킬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컨트롤타워의 강제성은 어느 정도 필요

위기관리 관제센터의 지시와 조언에는 항상 강제성이 전제된다. 이 부분에서 2012년 간 통합의 화두에서 발생했던 반복적 질문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통합은 일단 완성했는데, 실제 통합체의 운용에 있어서 누가 리더십을 가져가야 하는가? 또한 어떻게 그 리더십을 부여 받은 부서가 통합체 말단까지를 일사불란하게 운용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바로 관제의 강제성 부분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기업의 연속성 확보와 강화를 위해, 기업 내에 지정한 위기관리 관제센터는 일정수준 이상의 위기관리 프로세스 관리상 강제력을 보장받아야 한다. 물론 이는 위기 발생직후 비상체계에서의 강제력을 의미한다. 실제 각 공항 내의 중앙관제센터의 경우에도 특별한 규정에 따라 관제의 강제력을 인정받고 수행하고 있다.

2013년에는 기업 내 통합된 위기관리 시스템을 운용하고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중앙관제센터의 설립이 매우 중요한 실행 과제가 될 것이다. 어떻게 위기상황을 빠른 시간 내에 감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앙 차원의 관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합적으로 모니터링과 센서링 체계를 구축해 놓기는 했는데, 실제 말초 신경에서 감지된 위기 상황을 대뇌에까지 실시간으로 끌어 올리는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관제가 필요한 부분이다.

위기상황 감지 직후에는 바로 해당 상황에 대한 정보취득과 분석들이 일사불란하게 일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를 관제하지 않고 일선의 자각에만 정보취득 및 분석과정을 의지해서는 안 된다. 일선에서 정확하고 빠른 취합 및 분석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

취합된 정보와 분석결과들은 그 자체로 전파성을 가지지는 못한다. 보고와 공유 시스템에 대한 관제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 어떤 정보와 분석결과들이 어떤 라인들과 함께 공유되고 있는지, 보고 완료는 언제쯤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해당 보고사항들이 정확한지, 오류나 누락은 존재하지 않는지를 점검해야 하는 것도 관제센터의 몫이다.

관제센터에 의해 보고 공유된 위기 상황은 최고의사결정 그룹인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의사결정 재료들로 쓰인다. 빠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게 의사결정 과정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도 관제센터의 업무다. 실무 부서들은 관제센터의 지원과 통제에 따라 하나의 방향성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일단 실행된 일선 부서들의 위기관리 활동들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위기관리 위원회에 변화된 상황들을 업데이트하는 역할도 관제센터의 일이다. 반복적 프로세스 관리를 통해 위기 상황의 종료에 대한 판정을 내리는 곳도 그곳이다. 언제쯤 다시 사후 위기관리를 본격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리도 그렇다.

2013년말 어떤 기업은 인천국제공항 수준의 위기관리 관제센터를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어떤 기업은 남태평양 피지의 한 작은 섬에 놓인 경비행기 활주로 같은 관제수준으로 방치하고 있을지 모른다. 2013년의 숙제를 누가 얼마나 잘 풀어 나갈지는 우선 선택의 문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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