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언론은 ‘연예뉴스 천국’
대한민국 언론은 ‘연예뉴스 천국’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1.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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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경제지, 네이버 뉴스스탠드 시행에도 트래픽 늘리려는 ‘꼼수’ 여전
…톱기사 연예·사건기사로 ‘도배’질 바람에 편집 뉴스밸류 측정은 ‘실종’

[더피알=강미혜 기자] 네이버가 이른바 ‘낚시성 기사’를 근절하기 위해 1월 1일자로 뉴스캐스트를 뉴스스탠드로 개편했지만 트래픽 유치를 위한 언론사들의 ‘꼼수’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캐스트 체제에서 선정적·자극적 제목을 앞세워 단발성으로 기사 낚시를 한 언론사들이 뉴스스탠드에선 아예 메인페이지를 재미성 위주의 기사로 꾸미는 ‘과감성’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 때문에 선정적 기사 편집을 줄이고 언론사별 특성을 가감 없이 보여주겠다는 뉴스스탠드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뉴스스탠드 도입 열흘째인 10일(오후 1시 기준) 언론사별 메인뉴스를 살펴보면 연예나 스포츠, 일반사회 분야에 해당되는 ‘연성뉴스’(흥미를 유발해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뉴스)가 많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뉴스스탠드에 이름을 올린 50개 언론사 중 10개 언론사가 연예기사나 사건기사를 톱뉴스로 내세웠다. 여기에 기존 연예·스포츠 전문매체 6곳까지 포함하면 언론사 연예뉴스 비중은 훨씬 더 올라가게 된다. 

▲ 종합지나 경제지나 구분 없이 연예기사를 톱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진(위)은 1월 10일자 국민일보 뉴스스탠드와 한국일보 뉴스스탠드.

한국경제는 ‘싸이 ‘슈퍼볼의 사나이’ 된다’를 큼지막하게 메인기사로 썼고, 국민일보는 ‘이효리 “대통령(?)도 결혼 아직 안 했는데…” 깜짝 발언’을, 아시아경제는 ‘‘현빈-비’ 군복무 너무 비교되더니만 결국’을, 한국일보는 ‘유재석 빼고… ‘파격 결정’ 내린 MBC’를 각각 톱뉴스로 올렸다.

매일경제도 국민일보와 동일하게 ‘이효리 ’폭탄발언‘ “박근혜당선인도 미혼인데…”’라는 기사를 메인으로 걸었으며, 코리아헤럴드는 ‘소녀시대, 하이힐 벗어던지고 운동화 싣다’를, MBN은 ‘‘불륜인정’ 아유미, 6세 연하와 끝내…‘충격’’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건사고 등 자극적인 내용도 단골 톱뉴스로 오르내리고 있다. 문화일보의 경우 ‘“5세부터 아버지가 성폭행” 유명여배우 언니 눈물’이란 국제뉴스를 부각시켰으며, 세계일보 ‘10대男, 집행유예 기간에 여중생 기절시키고…’를, 또 파이낸셜뉴스는 ‘카지노서 ‘580억’ 대박 터트렸는데..분통’이란 기사가 톱을 장식했다.

경제지인가 스포츠지인가…온-오프라인 기사 ‘따로따로’

이는 해당 언론사들의 오프라인 지면이 정치·경제 분야의 ‘경성뉴스’(정보 중요성과 사회적 영향력이 있어 뉴스가치가 있는 사실들) 위주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결국 온라인판에서는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기사로 트래픽을 유도하고, 오프라인에서만 비판과 견제라는 저널리즘적 역할을 수행하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계 한 관계자는 “뉴스스탠드 종합지의 톱(기사)이 뉴스밸류와 상관없이 클릭수가 많이 나올 내용들로만 채워지고 있다”며 “뉴스밸류측정이란 언론사 편집 본연의 기능이 돈 때문에 심하게 일그러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언론사들의 이같은 꼼수 전략은 뉴스스탠드의 본 취지와도 상반된다. 뉴스스탠드는 각 언론사가 편집권을 갖고 네이버는 철저히 온라인 가판대 역할만을 함으로써 독자 선택권과 저널리즘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런데 당초 기대대로 저널리즘 가치가 올라가기는커녕, 오히려 질 낮은 기사들이 도배되는 역기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뉴스캐스트가 기사제목을 자극적인 것으로 뽑아 독자를 낚았다면, 뉴스스탠드는 기사자체가 낚일 만한 선정적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면서 “언론 가치 훼손 측면에서 놓고 보면 후자(뉴스스탠드)쪽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특히 경제지의 경우 딱딱한 경제·산업기사를 일반인이 별로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연예뉴스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그런 뉴스 연성화가 당장은 트래픽을 높이고 수익성 제고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론 언론사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 사건사고 등 자극적인 내용도 단골 톱뉴스로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위)은 1월 10일자 헤럴드경제 뉴스스탠드와 문화일보 뉴스스탠드.

하지만 언론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론적으로는 콘텐츠 경쟁력이나 매체력 등으로 독자에 어필해야 하는 게 맞지만 당장 먹고 살려면 트래픽 유치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인터넷신문 관계자는 “우리도 뉴스다운 정갈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보자 해서 지저분한 내용은 다 걷어내고 운영해봤는데 트래픽이 종전보다 70% 이상 감소하더라”며 “계속 그런식으로 가다간 배너광고 등도 날아가고 돈줄 자체가 막힐 것 같아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언론사들 “트래픽 유치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어”

또다른 인터넷신문 관계자도 “메이저를 제외한 군소일간지, 인터넷신문 등은 독자유치가 광고수익과 직결된다”면서 “트래픽이 감소하면 경영 자체가 되질 않는데 어떻게 하느냐. 연예든 가십기사든 독자를 끌어 모을 수 있는 콘텐츠는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지금과 같은 비상식적인 언론 풍토를 개선하려면 결국 콘텐츠 유료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게 언론계의 공통된 견해다. 국내의 경우 포털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기사 유통이 보편화되면서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사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언론사들의 광고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중견 기자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신문산업은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로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신문사 중 약 20%가 디지털신문 구독 유료화를 하고 있고 그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기사 유료화를 통해 언론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콘텐츠 질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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