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여 B급문화여 응답하라
90년대여 B급문화여 응답하라
  • 박재항 (admin@the-pr.co.kr)
  • 승인 2013.01.2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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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브랜드 광고 이야기

[더피알=박재항] 199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학번대의 학생들을 ‘문화개방의 1세대’라고 칭한 바 있다. 특히 IMF 직전까지의 1990년대는 서태지로부터 시작해 아이돌 그룹까지 다양한 음악들이 만발하는 문화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시기였다.

당시는 100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는 앨범들이 1년에도 몇 개 발매될 정도로 양적으로도 풍성한 문화 소비가 이뤄졌다. 이들 90년대 세대의 선두가 40대로 들어서면서, 90년대 풍의 복고가 기왕의 레트로 열풍의 주역이었던 7080을 교체할 정도로 강력하게 등장했다.


왕성하게 문화 소비를 할 수 있는 경제력과 가정 내에서의 채널 선택권이나 언론 등에서도 크게 목소리를 내면서 이런 복고 문화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이들 1990년대 복고 문화 열풍은 이전의 것들과 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전 7080의 추억이 음악에만 한정돼 있었던 반면, 90년대는 음악을 맹아로 해 다양한 콘텐츠, 매체에서 전방위적으로 동시패션으로 추억상품이 나오고 있다. 케이블TV 드라마로선 최고의 시청률 기록을 세운 <응답하라 1997>은 1세대 아이돌그룹에 대한 팬덤으로부터 시대의 감성을 살려냈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1990년대의 대학 캠퍼스를 그려내며 그 시대 음악을 관객의 추억을 되살리는 핵심 기재로 사용했다. 술과 춤이 90년대의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술집들도 단순히 LP판을 틀어주는 7080식 술집들과는 다른 90년대식 문화를 보여준다.

지금도 열기가 식지 않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역시 90년대 문화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인에 대한 콤플렉스도, 국수주의적인 공격적 성향도 없이, 즉 다른 사람이나 권위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느끼며 스스로가 즐거운 놀이거리를 만들었다. 기존의 권위주의적인 문화와 대비해 ‘B급 문화’가 그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스스로 저소득층이나 비주류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그들이 이러한 B급 문화에 공감하고 동일시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외부로는 거창하게 ‘수출’이 어쩌고 ‘한류’ 따위 단어를 들먹이지 않았지만 세계 많은 사람들의 교감을 이끌어내며 인기몰이를 했다.

그렇게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바탕이 바로 ‘문화개방 1세대’ 90년대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것이 새로운 형태로 만발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의 정서를 어떻게 자극하고 포용해 실제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들고 또 브랜드 팬으로 만들 것인지가 앞으로 마케팅의 주요한 화두의 하나가 되겠다. 


*이 글은 필자의 허락을 얻어 더피알에 게재합니다. 출처는 블로그 박재항의 <World in Brand, Brand in World>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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