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PR 위한 지역대학생들의 ‘고군분투’
지자체 PR 위한 지역대학생들의 ‘고군분투’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1.31 11: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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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학생들 ‘청정’ 여행안내서 ‘강원 D.A.T.E’ 펴내

완만한 산줄기와 북한강 지류를 감싸고 있는 강원 영서지역은 수도권에서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끼고 있는 영동지역에 비해 관심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영서지역 여행안내 책자를 만들었다. 매거진 이름도 낭만의 도시 춘천에 어울리는 ‘강원 D.A.T.E’. 데이트를 주선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더피알=이슬기 기자] “저희 ‘강원 D.A.T.E’는 이 지역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차별성이 있어요. 전문작가가 쓴 것이 아니라 조금 투박하지만, 우리의 감성으로 빚어 풋풋하고 솔직하죠. 그리고 일단 상업성이 적어서 깔끔하답니다.”

한림대 학교기업 ‘SM Communication(SMC)’의 유일한 직원이자 졸업생, 오세훈 담당자의 말이다. ‘강원 D.A.T.E’는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학교기업 SMC가 발간했다. 4년 전 교과부의 학교기업 선진화 사업에 공모하면서 구상된 SMC는 매거진뿐만 아니라 언론정보학부 학생들에게 현장에 가까운 실습기회를 주는 사업을 진행, 계획 중이다.

▲ 강원 영서지역 안내서 '강원 d.a.t.e'를 제작한 춘천 한림대학교의 smc 오세훈 담당자, 이수연 학생, 윤태일 교수(왼쪽부터)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미니매거진을 넘겨보니 콘텐츠가 제법 튼실하다. 이젠 강원도의 명물이 된 ‘화천산천어 축제’를 비롯한 지역 먹거리가 구미를 당기는가 하면, ‘힐링’을 주제로 ‘구곡폭포와 문배마을’ ‘템플스테이’ 등 영서지방 곳곳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풀고 소개한 솜씨도 야무지다.

목차를 살피다 보니 ‘편집후기’에 앞서 나온 ‘주요 관광지 광고’가 눈에 띈다. 남이섬, 강원도립화목원, 애니메이션박물관, 김유정문학촌 등 지역 명소의 광고 페이지가 소개돼 있다. 조금 의아한 부분이다.

“저희는 처음부터 광고도 정보성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실제로 언론전공 학생들과 광고홍보전공 학생들 두 그룹이 참여했거든요. 언론전공은 기사를 썼고, 광고홍보전공은 지역안내, 지도, 광고페이지 제작 등을 맡았죠. 그래서 저희 매거진에 나간 광고들도 모두 저희가 제작한 것들이에요. 지역의 명소들을 더 매력적으로 알리려고 고군분투한 흔적이라고나 할까요.”

매거진 제작은 언론정보학부의 언론전공과 광고홍보전공 3~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각 수업을 수강한 15명 내외의 학생들은 서넛씩 소그룹으로 나뉘어 각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타 전공 학생들도 고려해 고르게 분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 '강원 d.a.t.e' 제작에 함께한 기사파트(위), 광고파트(아래) 학생들.

광고페이지도 정보성에 중점…학생들이 손수 제작해

이렇게 하자 그 안에서 멘토-멘티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프로젝트 안에서 학생들은 각자 역할을 찾았고 교수님의 ‘빡센’ 비평은 학생들의 거름이 됐다.

광고파트 수업을 수강했던 이수연 학생(국제학부, 4학년)은 “저희끼리 ‘우리 취직한 것 같다’는 농담을 했었어요. 물론 업무로 하시는 분들하고 비교할 순 없겠지만, 매번 까였거든요. 아무래도 대외적으로 나갈 매거진이다보니 그 정도 수준을 맞추시느라 더 엄격하게 비판하셨던 것 같아요”라며 수업을 회상했다.

교수님의 채찍질에 초반에 냈던 시안은 대부분 엎어졌다. 날카로운 비평과 피드백에 애매모호한 카피가 다듬어졌고, 어딘지 어설펐던 이미지가 균형을 찾았다.

“결과물을 보니까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교수님 피드백에 따라서 고치고 또 고치고… 고생한 보람이 있었죠. 같이 고생하다보니 그룹원들끼리 더 돈독해지기도 했고요.”

물론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학생들이 지역안내책자를 만든다니, 누군가에게는 ‘신선한 발상’이었지만 어떤 이에게는 ‘못 미더운 아마추어리즘’이었다. 또 창간호라 보여줄 결과물이 없다는 사실은 큰 걸림돌이었다. 지역 지자체에 협조요청을 보냈으나 거절당하기 일쑤였고, 일부 지역 명소의 경우, 매거진에 실을 광고를 제작하는데 ‘허락’조차 해주지 않았다.

“대다수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품는 분들도 있었고…  가시적인 성과물이 없어서 좀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보신 것 같아요. 근데 보여드릴 게 없었으니까 마땅히 반박할 말도 없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냉랭한 지역사회에 진땀…지역 명물 꿈꿔

오세훈 담당자는 기대와는 전혀 달랐던 싸늘한 반응을 털어놨다. 그래도 ‘강원 D.A.T.E’는 학교 인근 상권에 기대는 쉬운 길은 택하지 않았다. 매거진을 보고 강원 영서지방을 찾을 독자들의 시각에 맞춘 이유 있는 선택이었다.

물론 SMC가 학교기업 지원금을 기반으로 시작했다고 제정이 넉넉한 건 아니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언론정보학부 윤태일 교수는 “4년 전에 받은 지원금은 당연히 다 소진됐어요. 그래서 내가 기획처장한테 각서를 쓰고 학교에서 1000만원을 빌려서 운영하고 있죠. 도장 찍을 때 무슨 신체포기각서를 쓰는 기분이었다니까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에둘러 표현했다.

어렵게 첫 삽을 뜬 만큼 ‘강원 D.A.T.E’는 포부가 단단하다. 구곡폭포 같이 유명한 곳은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면서 관심을 환기시켰고, 이슈화 되길 바라며 지역 문화 활성화 사업을 겸하는 카페 ‘궁금한 이층집’을 소개했다.

▲ 한림대 학생들이 제작한 강원 여행안내서 '강원 d.a.t.e'

오세훈 담당자는 “춘천을 비롯해 홍천, 화천 등 영서지역에도 좋은 곳들이 많은데 다 알려지지 못해 늘 아쉬웠어요. 저희 ‘강원 D.A.T.E’가 방문객을 늘리고 지역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죠. 일단 다음호  발간을 여름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좀 탄력이 붙으면 분기별로 내려고 해요. 지속적으로 진행해서 저희 매거진 자체가 지역 명물로 자리 잡길 바라죠”라며 희망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수연 학생에게 지역 자랑을 한마디 부탁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춘천이 참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공기 좋고, 풍경 좋은 것은 물론이고 그 안에 더 좋은 사람들이 살거든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 눈치나 강박에 시달릴 필요가 없고 자신의 템포대로 살 수 있죠. 대학이 많은 편이어서 젊은 층이 많다는 점도 춘천에 낭만을 더하는 요소지요.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에게도 지역의 좋은 기운이 지친 심신을 달래줄 수 있을 거예요.”

영서지역 관광지와 교통편의시설에서 무료로 접할 수 있는 ‘강원 D.A.T.E’는 ‘Do Art, Taste & Entertainment’의 준말이다. 창간호 콘셉트는 ‘힐링’. 방문자체로 힐링이 될 만한 곳들을 담았다고 야무지게 소개한다. ‘청정’매거진의 안내에 따라 맛보고 즐기다보면 예술이 되는 여행, 힐링이 필요한 당신에게 권한다. 

▲ 윤태일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강원 D.A.T.E’의 모티브가 있었다면?

미국은 어느 지역에서든 지역안내책자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카고 밀워키 지역에서 ‘강원 D.A.T.E’와 같은 판형의 책자를 접했는데 신선해서 학생들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대학생들이 발간하는 최초의 지역안내서로 알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비슷한 책자를 본적이 있는데, 인천시에서 발행해 시정홍보를 겸하고 있었다.

언론정보학부에 학교기업 SMC를 설립한 목적은?

박사과정을 미국 미조리 대학에서 했는데, 대학 저널리즘 스쿨에서 제작하는 학보가 지역 유력 매체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보았다. 현장과 밀착된 교육을 지향하며 자연스럽게 그 모델을 떠올렸다. 우리나라에도 학교기업 진흥법이 정비되면서 학교기업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보통 교육형과 수익형으로 나뉘는데, 지금 SMC는 교육형에 가깝다. 학생들이 실무를 익혀볼 기회가 적은 것 같아 실습기회를 제공하고자 구상하게 됐다. ‘강원 D.A.T.E’ 외에도 지역 청소년 지원단체와 연계해 ‘미디어 캠프’를 진행하고 있고 지역 신문과 연계한 프로젝트들을 하고 있다.

꾸려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학교기업이 지속되려면 자체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실습에 무게중심을 두다보니 그게 조금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이번에 ‘강원 D.A.T.E’를 제작하면서 아르바이트 학생을 구해 시험적으로 광고수주를 시도했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수업과 연계해 진행하다보니 계속 새로운 학생들이 유입돼 자체적인 스키마가 쌓이지 못한다는 점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일단은 두 학기 연속 수강이 가능하도록 조절했다. 실습기회 제공을 주 목적으로 한다는 기조아래 여러 가지 모델들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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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2013-02-08 16:41:55
행동하는 모습, 같은 대학생으로서 멋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