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한경 고래싸움에 몸 사리는 기업들
매경-한경 고래싸움에 몸 사리는 기업들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3.02.0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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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 ‘폭주언론’ 고발·폭로전…재계, “기업 두번 죽이는 꼴”

[더피알=이동익 기자] 국내 양대 경제지 매일경제(이하 매경)와 한국경제(이하 한경)의 유례없는 폭로전에 기업들이 자칫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 몸을 사리고 있다. 한경이 지난 5일 매경을 ‘폭주언론’이라 지명하며, 그간의 행태를 고발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의 실명이 또다시 거론돼 기업들이 난처한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 매일경제가 지난 2일 '자본시장 독버섯 고발한다' 기획기사로 한경tv를 거론하며 a1면에 싣자, 한국경제도 5일 a1면에 '폭주언론 매일경제 고발한다' 기획기사를 실으며 맞대응했다.

한경은 5일 A1면에 ‘폭주언론 매일경제를 고발한다’ 기획기사를 싣는 한편, 관련기사로도 A6면 전체를 ‘매경의 기업 때리기’ 고발 내용으로 채웠다. 한경은 매경이 종편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접촉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자본을 대지 않은 기업들을 부정적인 기사로 연신 때리기 시작했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한경은 지난 2011년 1월부터 4월까지 매경이 보도한 9개 기업 관련 기사를 예로 들며 기업들이 MBN 투자를 꺼려 곤혹을 치뤘다고 밝혔는데, 해당 9개 기업들의 실명이 정황과 함께 직접적으로 거론돼 기업들은 또다시 난감한 상황에 처한 모양새다.

▲ 한국경제는 5일 매일경제의 기업때리기 보도행태를 폭로하며 지난 2011년에 매경이 다룬 기사들을 거론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기사에 관련된 9개 기업이 실명으로 거론돼 기업들은 또다시 부정적인 이슈에 노출됐다.
이같은 한경의 보도에 대해 재계 한 홍보 임원은 “자기네들 싸움에 우리를 끌어들여 당황스럽다”며 “이미 한번 죽은 기사를 또다시 꺼내 두 번 죽이는 ‘부관참시’격”이라고 언짢아했다.

이어 “정말 기업 입장을 대변해주기 위한 폭로였으면 왜 그동안은 가만히 있고 이제 와서 거론하는지 모르겠다”고 기사 내용을 문제 삼기도 했다.

또 다른 재계 홍보 임원도 “경제지 신문 영역싸움에 이미 지나간 기업 얘기를 또 들춰내서 뭐하겠다는 건지, 기업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국내 양대 경제지로의 품격에 맞게 서로 진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 김수찬 기획부장은 “독자들이 혹여 똑같은 것들이라고 삿대질할까 걱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응할 수 밖에 없었다”며 “오늘 폭로한 매경의 보도행태는 새발의 피, 빙산의 일각이다. 그동안 우리는 점잖게 맞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안되겠다 싶어 맞대응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기사에 기업들이 또다시 거론된 것에 대해서는 “그래도 기업 입장에 서서 대변하는 유일한 언론사가 한경”이라며 “이번 일로 매경이 반드시 (기업들에게) 보복전화를 할 것이기에 당분간은 괴롭겠지만, 이 기회에 우리와 함께 떳떳하게 대응해야 매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경측, “‘매경 기업 때리기사실 아니다”…법적대응 하겠다

한경의 폭로전에 연타를 맞은 매경은 관련 기사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매일경제 서양원 경제부장은 “(한경이) 오늘 쓴 것은 사실이 아니다. (종편과 연관해) 한경에서 거론한 모 대기업측은 (한경의) 취재에 응한 적도 없다고 한다”며 “우리와 다르게 비겁하게 기자 이름도 숨기고 난도질했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팩트에 어긋난 이같은 한경의 추태에 우리 기자들은 이미 한경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기사로 맞대응하려고 했지만, 경영진에서 이전투구가 될까 점잖게 하자고 말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경이 발끈한 기획기사인 ‘자본시장 독버섯 고발한다’ 시리즈는 계속 이어나간다고 전했다. 서 부장은 “독버섯 시리즈는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한경은 개인 비리라고 말하지만, 비리가 밝혀지지 않았으면 해당 PD를 그대로 고용하지 않았겠느냐. 프로그램도 계속 이어나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두 경제지의 물고 뜯는 싸움에 언론계는 전반적으로 안타깝다는 평가다.

한 언론계 종사자는 “매경이 커지면서 종편도 되고 하니까 한경이 그동안 서운함을 느껴 작심한 듯하다. 광고 마케팅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한경이 여러 피해를 봤을 것”이라며 “그만큼 현재 미디어환경이 안 좋다는 얘기다. 이유야 어쨌든 같은 언론계 입장에서 현재의 싸움이 안쓰러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언론 관계자는 “어떻든 기업 입장에선 누가 이기든지 나중에 공격대상이 될까봐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며 “자신들의 치부가 또다시 드러날까 난처해 어서 빨리 이 싸움이 끝나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계 서로 헐뜯기…미디어 상황 안 좋다는 방증

한편, 최근 동아-조선에 이어 매경-한경까지 서로 헐뜯는 이유가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비슷한 성격의 매체들은 관행적으로 날을 세우지 않았지만, 최근 미디어 환경이 어렵다 보니 언론사들끼리 싸우는 것으로 생존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것.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하주용 교수는 “그동안 서로 얽힌 앙금이나 여러 문제들이 겹치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면서 “이는 저널리즘의 본질에서 벗어나 지면을 사주와 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독자들은 뉴스 가치가 전혀 없는 내용을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하 교수는 “현재의 싸움은 건강한 상태는 아니지만, 신문도 상품이기 때문에 싱거운 맛보다는 쓰고 짜고 매운 것이 구미에 당기기는 좋다”며 “매체의 마케팅 전략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를 이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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