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과의 소통에 투자하라
직원과의 소통에 투자하라
  • 조성은 (admin@the-pr.co.kr)
  • 승인 2013.02.13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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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의 사내컴 속으로

 

새 칼럼 ‘조성은의 사내컴 속으로’를 시작합니다. 대다수 기업들이 ‘소통 경영’을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있는 요즘, 임직원 간 활력 넘치고 通(통)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마련된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더피알=조성은] 지금 우리가 손꼽는 기업들 중에 앞으로 30년 후 남아 있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CEO, 포스터(Foster)는 “2020년 S&P 500대 기업 리스트의 4분의 3 이상이 지금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기업으로 구성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난 30년 간 기업 잔존율은 미국은 35%, 우리나라는 그 보다 낮은 20%에 불과하다. 코닥, 소니, 닌텐도, GM, 야후 등은 누구도 넘보기 힘든 최고의 자리에서 쇠퇴했거나 자리를 빼앗긴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의 ‘소통’ 능력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기업들은 ‘소통 경영’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활력 넘치고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컨대 직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인트라넷 구축, 직원들의 임파워먼트를 높이는 팀빌딩, 소통 능력을 키우는 리더십 코칭, 펀 경영 등 조직 내 원활한 소통을 위해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실행하는 것이 그것이다.
 

▲ 사내커뮤니케이션은 개인 및 조직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런 노력에 비해 그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 우리나라 직장인 중 3분의 2가 ‘조직에서 소통이 잘 안되고 있다’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기업의 소통 지수는 54점 수준으로 조사된 바 있다(삼성경제연구소, 2011). 또 우리나라 직장인들 중 ‘업무를 열심히 한다’는 비율은 세계 평균치인 21%에 훨씬 못 미치는 6%에 불과하다(타이슨 왓슨, 2010년). 이렇듯 직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통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사내커뮤니케이션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방송, 인트라넷, 이메일, 이벤트, 사보, 동아리 등 직원들과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 및 프로그램들을 한다고 해서 소통을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CEO가 모든 사내 채널을 통해 회사가 처한 위기 상황, 직원들의 창조적 사고와 헌신의 중요성을 수 없이 강조한다고 해도, 직원들이 그 메시지에 공감하고 수용하지 않는다면 효과 없는 사내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구성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효과는 어떤 상황에서, 누가(정보원), 누구에게(수용자), 무엇을(메시지), 어떤 채널(매체)을 통해 전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성공적 소통의 관건은 정보원, 수용자, 메시지, 채널 등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요소들이 각 조직에 적합하게 조합되느냐에 달려 있다.

‘소통의 중요성’보다 ‘소통 방법’에 관심 기울여야

그러므로 사내커뮤니케이션은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보다 더 개인 및 조직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인간으로서 조직구성원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세심한 감수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직원들에 대한 무슨 프로그램들을 하고 있는가’보다, ‘직원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수준을 넘어 소통을 실현할 수 있는 ‘소통 방법’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각 기업이 해결해야 할 조직문제와 처한 상황, 그리고 조직구성원의 특성 등을 고려한 그 기업에 맞는 최적의 맞춤형 사내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모든 조직에 천편일률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보편적 사내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P&G, 코닝, HP, 도요타 등 60년 이상 업계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며 장수한 글로벌 기업의 조건은 ‘직원 존중’이라는 핵심가치를 일관되게 강조하고 실천한 것이라고 조사되고 있다. 벤치마킹의 성공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사내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들이 아니라, 글로벌 장수기업이 ‘직원 존중’이라는 핵심가치를 어떻게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가 하는 그 프로그램들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커뮤니케이션 기반을 이해하는 것이다. 타 조직과 구별되는 각 조직이 지닌 특수성을 간과하는 수많은 벤치마킹의 결과들은 거듭되는 실패와 조직구성원들의 피로감과 냉소감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내커뮤니케이션 역량은 기업의 가치를 더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명확한 업무전달, 부서 간의 협력 뿐 아니라, 구조조정, 인원감축, 임금삭감, 혁신, 조직의 가치 재정립, 사명(社名)의 변경, 경비절감, 조직 내 다양성의 융합 등 크고 작은 모든 조직 사안들에 대해 조직구성원들과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직원들이 공감할 수 없는 구조조정, 인원감축, 임금삭감 등은 노사 간의 극한 대립은 물론 조직에 대한 충성도 및 사기를 급격히 저하시키고, 기업의 잠재적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구조조정을 한 기업의 직원들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보다는 자신도 언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해직된 동료에 대한 안타까움과 죄의식, 회사에 대한 배신감으로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고 틈만 나면 이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토요타, 골드만삭스, IBM 등은 직원과 성공적 소통으로 노사협력을 이끌어내 구조 조정과 변화 저항의 위기를 극복한 반면, 자동차 강국을 자랑하던 미국의 GM, 포드, 클라이슬러는 파산 직전까지 구조조정 및 변화에 대한 노조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소통에 실패함으로써 파산 선고를 초래했다.

직원 마음 움직이는 사내컴, 기업의 중요 자산

 

세계화 속에 더 이상 국내 기업들의 안전지대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 직장인의 자조 섞인 푸념이 떠오른다. “정리해고 대상이 된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책상과 사무실 전화번호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사무실 전화번호도 없는 직원들에게 밖에 나가서 영업하라고 하니 나가라는 말이다. 이런 방식으로 2000명 가운데 10분의 1인 200명을 내보내는 것이 내부 목표라고 들었다.”

이런 ‘단편적인’ 모습들이 지금 우리 기업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주는 ‘일반적인’ 모습들이라고 한다면, 과연 향후 첨예한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최고의 자리를 고수하며 장수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이 얼마나 될까.

마음이 떠난 직원들은 결코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성공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조직에 대해 신뢰를 잃은 직원들에게 회사의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을 기대할 수 없다. 분노를 갖고 떠난 직원들은 회사의 적이 될 것이다.

기업은 평상시에만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조직구성원들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고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사내커뮤니케이션의 역량을 키우는 일은 불확실한 기업환경이 높아질수록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미룰 수 없는 투자다.

올해 글로벌 경쟁 심화와 경제 침체의 장기화 전망 속에서 삼성경제연구소가 ‘소통을 통한 직원들에 대한 마음관리’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명목적 선언을 넘어 조직구성원과의 진정한 소통이 실천되는 전략적인 사내커뮤니케이션이 자리 잡는 2013년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조성은

코콤포터노벨리 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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