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무심코 올린 사진 한 장, “50만원 내놔!”
블로그에 무심코 올린 사진 한 장, “50만원 내놔!”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3.02.20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 소송으로 개인피해 급증…구제제도 있지만 홍보는 ‘쉬쉬’

#. 개인블로그를 운영하는 30대 이모씨는 최근 법무법인으로부터 저작권 소송 관련 한 통의 내용증명을 받았다. 개인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 이미지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합의금 50만원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2011년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사진을 정리하는 중 몇 장을 블로그에 올린 것이 화근이었다. 함께 보내온 공문에는 저작권 관련 법 조항과 함께 “합의하지 않을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도 포함돼 있었다.


[더피알=이동익 기자] 스마트기기의 확산으로 1인 미디어를 통한 자기PR 사례가 늘어나자, 이들을 상대로 이미지 저작권 침해 합의금을 노리는 업체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온라인에서 이슈가 된 해외사진만을 사들여 해당 이미지를 올린 불특정 다수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전문 업체가 생겨났을 정도.

특히 이 업체들은 의도적으로 저작권 관련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나 민·형사 소송을 경험해보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이미지 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한·미 FTA 시행에 따라 저작권 침해 관련 시비가 늘고 있다”며 “해외 이미지도 라이선스를 획득한 국내 업체가 100여곳이 넘는다. 국내뿐만 아니라 구글 등을 통해 검색되는 해외 이미지들도 사실상 무료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문 법무법인을 통해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한 일반인이나 업체를 상대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업체들이 많다”며 “저작권 침해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지를 사용한 다수에게 무리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가 정식계약을 맺은 업체로부터까지 계약을 파기하는 등 역풍을 맞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저작권 침해 소송, 지난해만 4만여건 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검찰청의 조사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은 지난 2010년 2만9356건(청소년 3614)으로 다소 주춤하다가 2011년 3만6614건(청소년 4578), 2012년 4만5547건(청소년 6074)으로 다시 늘어났다.

이처럼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이 급증하자, 정부는 우발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해 기소유예제도 등 관련 제도를 보강해 저작권 침해자를 구제하고 있다. 특히 무분별한 고소 남발로 지난 2009년 도입된 ‘청소년 저작권 침해범 각하 제도’의 경우, 청소년이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해 1회 각하 처분을 내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 관계자는 “업체들이 일반인이나 청소년들에게 법무법인을 통해 무리하게 합의명목으로 합의금을 챙기는 피해 사례가 많아 각하제도와 기소유예제도를 불가피하게 마련했다”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는 상업적 목적보다는 단순히 블로그나 SNS를 통해 올리는 경미한 경우가 많아 검찰의 재량하에 구제시켜 주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청소년을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기소된 사례는 2010년 3건, 2011년 5건, 2012년 17건으로 극히 적다. 각하 처분은 각각 3201건(2010년), 4023건(2011년), 5354건(2012년)으로 매년 3000여명 이상이 각하 제도로 구제를 받았다.

▲ 저작권 침해 관련 고소 건수.

성인의 경우에도 문화부 산하 저작권위원회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저작권 침해가 우발적이거나 경미한 경우에 한해 저작권 관련 교육을 하루 8시간 받을 경우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다.

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 관련해 검찰에서 기소유예 판단을 하면, 명단을 받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은 대부분 각하제도를 통해 교육을 받지 않아도 구제받을 수 있기에 대부분 성인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을 받는 분들이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다보니 하루 8시간 교육도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매년 3000여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성인들은 대부분 합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저작권 침해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각하·기소유예 제도 마련매년 3000여명 구제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저작권 소송에 따른 구제 제도를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아 관련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일반인들이 이같은 제도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어떤 경로로 구제를 받을 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업체들이 청소년들의 심리적 불안을 악용해 합의금을 받아내는 피해 사례가 많아 매년 구제제도를 연장하고 있지만, 관련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리기엔 (정부가) 저작권 위반을 부추기는 꼴이라 어려움이 있다”며 “실제로 저작권 권리자들로부터 구제제도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항의성 전화를 받고 있는 형편”이라고 사정을 설명했다.

반면 일부 업체 측에선 관련 제도로 인해 민·형사상 고소로 인한 실익을 얻지 못하자 합의금이나 저작권 침해를 빌미로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이미지 사용이 많은 웹디자인 업체, 출판사, 인터넷 매체 등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을 진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해당 업체의 이미지를 사용할 것을 종용한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매체 관계자는 “법무법인을 통해 합의금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최근엔 해당 업체가 직접 연락해온 경우도 있다”며 “이미지 라이선스가 있다는 내용증명과 함께 해당 컷만 구입하겠다고 하니, 업체 측에서 오히려 태도를 바꿔 자기들 사진을 사용해달라고 요구를 하더라”고 말했다.

문화부 관계자도 “실제 형사고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민사 소송도 거의 대부분 배상금액이 적어 실익이 없기에 업체 측에서는 민사소송도 부담이다. 때문에 비교적 합의가 쉬운 상대인 청소년들을 상대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