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루팡, 객석의 마음을 훔치다
괴도 루팡, 객석의 마음을 훔치다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3.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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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소통] 순수 창작 뮤지컬로 돌아온 ‘아르센 루팡’

[더피알=이슬기 기자]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도둑, 루팡이 뮤지컬로 돌아왔다.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원작은 1905년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을 시작으로 장편 16편, 중단편 37편의 소설에 희곡 4편을 더해 완성된 방대한 시리즈다. 뮤지컬 ‘아르센 루팡’은 이 원작을 기반으로 최초로 시도되는 창작뮤지컬이다.

작품의 배경인 1910년 프랑스 파리는 대통령 교체라는 어수선한 정국에 대홍수까지 겹쳐 불안하고 음울한 시절이다. 살인은 하지 않고 현장에 푸른 장미를 남기고 표연히 사라지는 ‘괴도신사’ 루팡, 그는 시민들에게 용감한 군인, 따뜻한 의사, 멋진 마술사 등으로 기억되는 다면적인 존재다. 이 와중에 그를 사칭하는 이가 나타나 파리는 더욱 혼란에 빠진다.

극은 매혹적인 주인공 루팡을 중심으로 원작 시리즈의 캐릭터를 불러내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원작에는 없던 루팡이 도둑이 된 사연 등이 대표적이다.

“제 뒤에 있는 큰 걸 잡으세요.”
평생을 두고 자신을 쫓는 가니마르 경감에게 루팡이 던지는 말을 쫓다보면 관객은 ‘무엇이 진짜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는 연출가의 의도와 맞닿게 된다. 작품은 선과 악이 모호한 캐릭터 설정뿐만 아니라 갖가지 장치를 이용해 끊임없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보이는 것 너머의 이면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호소한다.

▲ 뮤지컬 아르센 루팡의 한 장면.

1910년 파리 대홍수는 실제로 100년 후인 2010년에 이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릴 정도로 파리지앵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파리 골목 한가운데 노젓는 뱃사공이 버젓이 등장한 사진들이 시절을 짐작케 한다. 뮤지컬 안에도 곳곳에서 파리지앵들의 절망감을 표현해 시대상을 담아냈다.

사실 원작 소설은 36개 언어로 번역되고 100년 이상 전 세계인의 열광적인 사랑은 받은 작품이라 제작사의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뮤지컬은 원작에 기반하면서 극 자체의 특성을 살리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음악적인 면에서 ‘루팡’하면 뇌리를 스치는 선율이 부진한 듯 보여 아쉽다.

▲ 뮤지컬 아르센 루팡의 한 장면.

하지만 유럽의 유명 원작 소설을 국내에서 최초로 제작한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첫발이다. ‘난타’로 공연계에 큰 획을 그었고 지속적으로 창작뮤지컬을 제작하는 PMC프로덕션이 나섰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도 기대해볼 만하다.

여기에 ‘헤드윅’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락 오브 에이지’ 등 뮤지컬을 비롯해 방송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아온 김다현과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양준모가 루팡으로 변신한다. 이 밖에 서범석, 배다해, 안유진, 김민수 등 걸출한 배우들이 극을 지탱하는 이번 공연은 5월 5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다.
 

루팡의 캐릭터를 되살릴 때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원작에서 루팡은 무언가를 훔치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도둑이다. 뮤지컬에서는 좀 더 위트 있고 건강한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이번 작품에서 루팡은 누군가를 지켜주기 위해 훔치는 인물로 그려진다. 또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덧붙여서 루팡의 삶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돕고자 했다.
 

원작과 구별되는 점은?
주인공 캐릭터와 설정을 가져왔지만, 이야기는 공연에 맞게 재창조됐다. 뮤지컬은 원작 시리즈의 풍부한 내용을 조금씩 작품에 녹이는 방식으로 짜여졌다. 연출진들이 다같이 원작의 단편들을 검토했고 그 중에 중심이 되는 사건을 찾아 선별했다.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을 뮤지컬의 여러 사건들에 배치했고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구현했다.
 

관람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가짜 루팡과 진짜 루팡이 다리위에서 대립하는 1막 마지막 장면이다. 두 인물의 액션도 훌륭하지만 ‘진실과 거짓’이라는 삶의 가치를 놓고 벌이는 토론을 통해 이들을 대비시켰고 둘을 구분하는 것의 중요성을 담았다.
또 뮤지컬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전반적인 극적 전개가 잘 짜인 시간 구성에서 벗어나 다소 급작스러운 장면들을 통해 기존 형식을 탈피하고자 했다. 등장인물이 갑자기 행동을 멈추거나 슬로우 모션이 이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뮤지컬 ‘아르센 루팡’은 관객들에게 무엇이 진짜인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진다. 작품을 통해 보이는 것과 그 이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프로덕션 입장에서는 순수하게 한국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 자본으로 만든 뮤지컬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검증받고 싶은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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