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년 전 한양상회(漢陽商會) 광고 엿보기
103년 전 한양상회(漢陽商會) 광고 엿보기
  • 신인섭 중앙대 교수 (thepr@the-pr.co.kr)
  • 승인 2013.03.05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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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히스토리] 한국 최초의 통신 판매, 인터넷 쇼핑보다 훨씬 더 획기적

[더피알=신인섭] 1910년 2월부터 대한 황성(皇城) 종로 수출수입상 한양상회(漢陽商會)가 <대한매일신보>에 신문 반 페이지 크기의 ‘특별광고’를 게재했다. 황성이란 임금이 계신 성, 즉 서울을 말한다.

그냥 광고가 아니고 특별광고인데 아래위로 세모꼴(▲▼) 컷을 써서 눈길을 끌려 했다. 더 나아가 ‘최신통신판매(最新通信販賣)’라는 말이 나오는데 역시 세모꼴 컷을 썼다. 이렇게 해서 지금으로부터 103년 전 한국 최초의 통신판매 광고가 시작됐다. 그 무렵 광고 관례에 따라 똑같은 광고가 여러 날 계속 게재됐다.

통신판매란 말할 것도 없이 우편으로 사고파는 것이고 우편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우체국이 생긴 것은 1884년 10월 1일이며 지금 서울 종로 네거리에서 안국동으로 가는 길가 조계사 바로 옆에 있는 우정총국(郵政總局)이 생긴 뒤였다.

역사에 나오듯이 이 우정업무 개시는 ‘갑신정변’의 시작이었다. 말하자면 개화파에 의한 쿠데타였고 그 뒤 흔히 말하는 ‘3일천하’로 이어졌다. 수구와 개화의 대결은 피비린내 나는 정변이 됐다.

한양상회 광고는 20세기 초 광고들과 비교하면 뛰어난 크리에이티브가 돋보이는 세 개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있는데 크고 작은 상품 보따리 그림, 그리고 한양상회 앞으로 보내 온 수많은 편지 뭉치, 또한 그 왼쪽에는 2층 건물인 한양상회를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자세히 보면 이 건물 밑에는 오가는 사람들과 수레도 보인다. 짐 보따리에 써놓은 받는 사람 주소, 또 편지 뭉치에 있는 서신의 글씨 등은 육안으로도 볼 수 있게 선명하다. 광고 카피의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 한양상회(漢陽商會)가 <대한매일신보>에 신문 반 페이지 크기로 실은 ‘특별광고’.(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경하시오(놀라지 마시오). 지방에 재하신 여러분이여
근히(겨우) 1전5리의 통신비를 투하면 다대한 여비와 번잡을 제하고
능히 경도(서울을 뜻함) 제1 염가의 물품을 득하는 묘방이 현출하였으니(나타났으니)
차는(이는) 구미 각국에서 유행하는 통신판매법이오.
우리 한양상회는 데파토멘토스토아(Department Store:백화점) 즉 만물이

구비한 상점이니 여하한 물품이라도 엽서 혹 서간(편지)으로 모물을(어떤 물건을)
송치하라 통지하시면 우리는 확실 신속 저렴으로 위주하여 우편 혹 운송으로 송치하겠사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카피의 절반을 통신판매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데에 썼다. 당시 카피에는 상품 목록을 무료로 보내 준다는 말이 나온다. 이렇게 해서 지금으로부터 103년 전 ‘데파토멘토스토아(Department Store)’라 자칭한 서울 종로 한양상회의 통신판매라는 신종 판매방법이 한국에 등장했다. 아마도 지금 인터넷 쇼핑보다 훨씬 더 놀라운 뉴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 출처 : 한국광고협회(www.kfaa.org) <광고계동향> 2월호.
(이 글은 한국광고협회 및 필자의 허락을 얻어 더피알에 게재했음을 밝힙니다.) 



신인섭 교수

(전)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객원교수
(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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