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닛’ ‘테크윈’…알쏭달쏭 한 사명들
‘플래닛’ ‘테크윈’…알쏭달쏭 한 사명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3.03.07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업의 융-복합·글로벌화 영향…좋은 네이밍일까?

[더피알=서영길 기자] 최근 언뜻 봐서는 알 수 없는 사명(社名)이 늘고 있다. 그렇다고 영어 단어도 아니고 여타 국가의 언어도 아닌 ‘외계어’ 같은 사명들이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OO물산, OO화학, OO건설, OO전기 등 일반인들이 한 눈에 봐도 무슨 일을 하는 기업인지 대강 짐작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은 해당 기업 홈페이지에 찾아 들어가 검색하는 수고로움이나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지 않는 이상 무슨 일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사명들이 태반이다.


그렇다면 국내 대기업과 그 계열사 중 ‘알쏭달쏭’한 사명을 사용하는 곳은 어디일까? TV 광고 등을 통해 익숙한 기업 2곳과 애매한 사명을 쓰는 기업 2곳, 총 4곳의 이름을 알아보니 대체로 영어 합성어로 이뤄진 사명이 많았다.

우선 대표적 ‘해석불능’ 사명인 ‘SK플래닛’부터 알아봤다. SK플래닛은 TV 광고로도 자주 접할 수 있어 우리에게 낯익은 사명이다. 티맵, 11번가, 티스토어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SK플래닛의 ‘플래닛(planet)’은 영어로 행성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SK플래닛 홍보실 이호연 매니저는 “행성처럼 새로움이 넘치고 미지의 꿈을 담겠다는 의미다”라며 “우리가 플랫폼 회사다 보니 개인관계와 사회관계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플랫폼 더하기 네트워킹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두산 인프라코어’도 알 수 없는 사명에 속한다. 두산 인프라코어 정경호 홍보팀장은 “2005년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지금의 사명을 지었다”며 “국가 기반산업이 되는 ‘인프라스트럭쳐(infrastructure)’와 핵심의 뜻을 갖고 있는 ‘코어(core)’를 합성해 만든 사명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우리가 국가 기반산업을 만드는 핵심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방산사업이나 로봇을 개발하는 ‘삼성테크윈’은 2000년부터 이 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테크윈 커뮤니케이션실 최준호 대리는 “말 그대로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와 승리자를 의미하는 ‘위너(winner)’를 합쳐 놓은 말”이라고 설명하며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기술의 승리자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 외에 ‘LS엠트론’도 사명만 놓고 보면 무슨 일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다. 기계와 전자제품 등을 주로 다루는 이 기업 역시 영어 단어의 합성으로 사명을 지은 케이스다. LS엠트론 홍보실 이재우 대리는 “기계를 뜻하는 ‘머시너리(machinery)’의 엠(M)자를 따고, 전자의 뜻을 담은 ‘일렉트로닉(electronic)’의 트론(tron)이 합쳐진 사명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리는 “기업이 하는 대표적인 일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두 단어를 합성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영단어가 혼합되는 이같은 사명 풍토에 대해 이장우 브랜드 마케팅 그룹 회장은 “이런 현상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화를 표방하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중반에 심화된 경향을 보였다”며 “이는 세계화 영향 뿐 아니라 산업이 융·복합 되는 과정을 겪으며 나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대체로 B2B(기업 대 기업 간 거래) 기업들이 이런 어려운 사명을 쓰곤 하는데, 너무 추상적인 점은 문제가 있다”며 “브랜드는 딱 듣는 순간 기억할 수 있는 어떤 연상이 떠올라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사람들이 사명을 보고 무슨 일을 하는 기업인지 연상을 못하니 좋은 네이밍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