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타산지석 없어 실패한다
위기관리, 타산지석 없어 실패한다
  • 정용민 (admin@the-pr.co.kr)
  • 승인 2013.03.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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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더피알=정용민] 기업 내부를 들여다 보면 다른 기업들의 위기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일부 대형 위기 말고는 평소 타사들에게서 발생하는 중소규모의 다양한 위기들에 대해서는 별반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예전 모 대형유통업체의 임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그 당시 우리는 몇 달 전 그 회사의 경쟁업체에서 발생했던 기괴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그 임원은 우리에게 “그런 사건이 있었어요? 난 몰랐네?”하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떻게 경쟁사에게 일어난 중요한 사건을 모를 수 있을까’ 생각하며 내심 놀랐다.

심지어는 새로 영입된 임원들이 수년 전 자사에서 발생했던 위기와 관련된 사실들을 자세히 모르는 경우들도 있다. 내부적으로 누가 어떤 형식으로든지 자료를 만들어 정리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출입하는 기자에게 자사의 예전 위기사례를 역으로 듣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 문제가 심각하다.

지나간 위기관리에도 필요한 ‘관리’

 
기업 내 조직원들은 계속 바뀌고, 시장 상황과 기업 환경도 계속 바뀐다. 최소한 우리 회사가 지난 수십 년간 어떤 위기를 경험했는지, 당시 어떻게 대응을 했었는지, 앞으로 유사한 위기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가장 우선적으로 정리하고 공유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경쟁사들을 포함한 다른 기업들은 어떤 위기를 경험했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자발적 리콜에 관련된 케이스들만 해도 한 해에 대표적인 것만 수십 건 이상이 목격된다. 자사도 만에 하나 자발적 리콜을 진행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 해당 케이스들을 사전에 면밀하게 살펴보고, 개선점들을 모아 제대로 된 체계를 준비해 놓는 게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사는 물론 타사들의 실제 사례들을 모니터링해야 수립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업계나 전혀 업종이 다른 기업들의 위기 사례들에 신경 쓰지 않는 기업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모니터링을 해도 자사와 경쟁사 관련 키워드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하기만 하는지, 업계 다른 사안에 대해선 별반 인식을 하지 못하는 임원들도 꽤 된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비즈니스 영역에 대한 것들에도 머리 아파 죽겠는데, 업계 전반과 타업종 관련된 이슈들을 누군가 정리해 보고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찾아 인식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전체적으로 위기의 발생 패턴을 봐도 그렇다. 몇 년 전부터 소셜미디어가 발전하고, 사용자들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위기 유형을 예로 들어보자. ‘영수증 위기’가 그것이다. 작년만 해도 여러 건의 ‘영수증 위기’가 있었다. 대부분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음식을 서빙하기 위해 영수증에 주문자의 외모 특징을 적어 메모장으로 이용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들이다.

대부분은 직원들이 주문자를 구별하기 위해 인종차별적 표현들을 영수증에 메모했다가 주문자가 그 영수증의 메모를 발견하면서 위기가 발생하는 형태다. 해당 주문자는 패스트푸드 체인 본사는 물론 주변의 모든 친구들에게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적 메모에 대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한다. 여러 사례들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지고, 비난은 밀물처럼 다가오고 결국에는 해당 패스트푸드 체인 본사들이 사과를 하고 해당 직원들을 징계하는 소동이 반복됐다.

이런 유형의 위기들이 반복될 때, 주문형 매장에서 영수증을 발행하는 유사 기업들은 스스로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할까?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자. 대형 매장들을 여러 개 거느린 기업의 위기관리 매니저라면 해당 ‘영수증 위기’가 자신의 매장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실제 자사 매장에서 직원들이 영수증에 어떠한 형식이라도 메모를 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그리고 일부 매장에서 직원들이 영수증에 메모를 하는 습관들이 있으면 그 부분을 개선하거나, 금지해야 한다. 정확한 영수증 내 메모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정해 내려줘야 맞다. 그래야 유사한 위기를 방지할 수 있다.

실제 기업들은 어떤가? 미국에서 여러 차례 영수증 메모 사건이 기사화되고 기업들이 개선 조치를 약속하며 사과하는 장면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모 대기업 수리센터에서는 고객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메모를 영수증에 했다가 똑같은 위기를 맞고 말았다. 해당 기업은 다른 기업들의 위기 유형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별로 어렵지 않고, 복잡하지도 않은 개선 가능한 위기를 관심 부족으로 반복해 맞고 있는 것이다.

반복되는 위기의 주원인은 관심 부족

최근 회자되고 있는 ‘불산 누출 사고’는 어떤가? 유해한 화학성분들의 유출에 대한 대응 체계는 그 전례가 없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30년전 인도 보팔에서 발생했던 유독가스 유출 사고에 대한 기록은 낯설기만 한 것인가? 그리고 한 회사가 반복적으로 사고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히 낯선 위기가 아닌데도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이슈들은 또 어떤가? 하루 이틀 이뤄진 관행들이 아닌데, 이 관행에 대한 완화나 방지 등에 대한 공론과 위기 경고는 있었나? 경쟁체계에 있어 어느 한 회사만 홀로 그만 둘 수는 없다는 해명도 공감은 간다. 그러나 탄로 날 것이 뻔한데도 더욱 교묘하게 고안돼 탈법적으로 제공되던 리베이트 활동들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 내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면 문제 아닌가? 오랫동안 정부의 모니터링을 받고 있으면서도 해당 위기를 방지하려 하기보다는 모면하려고 했다면 너무 안이한 것이 아니었을까?

노조에 대한 관리 문건들은 또 어떤가? 이전에도 많은 회사들이 이런 류의 문건을 가지고 노조 훼방 행위를 하다 자료가 외부로 노출돼 비판 받았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회사는 이런 일들을 비밀리에 다른 회사보다 더 잘 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렇게 많은 내부 고발자들의 사례들을 봤으면서도 그 내부고발자가 우리 회사에서도 나올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놀랄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에게 이런 류의 ‘영수증 위기’ ‘불산 위기’ ‘리베이트 위기’ 그리고 ‘노조관리문건 유출 위기’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에 대한 기업내부의 인식과 개선 노력이 없다면 유사한 위기가 반복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단순한 위기도 계속 반복되는데 어떻게 큰 위기들에 대한 대비가 완전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기업 스스로 위기유형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모니터링이 절실하다. 다른 기업들의 위기가 우리 회사에도 유사하게 발생 가능한지에 대한 지속적 논의와 스터디가 필요하다. 사려 깊은 내부 전문가들의 검토 및 자문과 함께 그에 따른 의사결정도 적시에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다른 회사에게 발생한 위기는 대부분 우리 회사에게도 발생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미리 예견하지 못할 만한, 어디에서도 발생했었던 기록이 없는 위기는 어쩔 수 없다 치자. 그러나 대부분의 위기는 미리 예견 가능했고, 어디에선가는 이미 발생했던 아주 낯익은 위기들이다. 이를 관리하고자 하는 기업의 결심이 중요하다. 뜻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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