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미지와 깨진 유리창
기업 이미지와 깨진 유리창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3.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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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PI, CI를 압도하는 ‘불쾌한 경험’의 위력

[더피알=이슬기 기자] 깨진 유리창이 방치된 동네에서는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는, 이른바 ‘깨진 유리창 이론’은 범죄학에서 처음 사용됐지만, 비즈니스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기업이 비전이나 경영 전략 등을 아무리 웅장하게 만들어도 정작 기업의 현재를 갉아먹는 부분들은 사소하다는 점을 설명할 때 잘 들어맞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고객은 한 번 겪은 불쾌한 경험, 한 명의 불친절한 직원, 기업의 후안무치식 한 마디 발언 등을 잊지 않는다. 이런 기억은 기업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

지난주 이 법칙을 실감한 일이 있었다. 공교롭게 기분 좋은 인터뷰 현장에서였다. 취재 약속이 잡힌 수도권 소재 G사의 공장으로 가는 길은 예상보다 조금 더 걸렸다. 급하게 도착해 동행인이 주차를 하는 동안 입구에서 하라는 대로 등록증을 받으러 방문객 센터를 찾았다.

두 명의 여직원이 지키고 있는 카운터에선 방문객이 다가가도 별 기별이 없었다. 다가가 ‘취재를 하러 왔다.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자, 모니터를 응시하던 그 직원은 똑 부러지는 말투로 팻말을 가리키며 말했다. “G사 직원이 아니세요? 지금 점심시간이니까 기다리세요.”

아니나 다를까 팻말엔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이라고 쓰여 있었다. 뻔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에게 듣기에는 좀 거북스러운 말이었다. 약속 시간이 다 된 터라 입구에서 등록하라던 경비직원을 찾았고, 급하게 전화통을 잡고 있던 경비직원은 착오가 있었다고 미안하다며 다시 들여보냈다.

그 사이 일행과 G사의 담당자가 합류했지만, 여직원의 날카로운 말투와 태도는 여전했다. 귀찮다는 듯 방문증과 옆 공간에서 ‘안전교육’을 받으라는 말을 던졌다. 덧없이 돌아가고 있는 동영상이 몇 분이나 걸리는지, 왜 봐야하는 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그들에게 기본적인 직업윤리를 기대하는 게 구차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재기발랄한 사내 블로거들과 함께한 이후 취재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회사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함께 끌어올리는 취재원들의 사내외 소통방식은 기업의 딱딱한 이미지를 완화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직업윤리를 잊은 그 직원은 첫인상만큼이나 마지막까지 불쾌한 태도로 회사의 이미지를 흔들어놓았다. 그렇다. 언제나 깨진 유리창은 의외의 곳에 도사리고 있고, 공들여 쌓은 이미지에 시나브로 흠집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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